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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완벽하게 읽으려는 마음이 독서를 방해한다

독서는 처음이지?

by 에밀


 책을 펼치면 마음 한쪽이 긴장한다.

 시작했으니 끝까지 읽어야 할 것 같고,

 읽는다면 모든 내용을 이해해야 할 것 같고,

 읽었으면 반드시 남겨야 할 것 같다.

 그 마음이야말로 독서를 가장 어렵게 만든다.


 나는 오랫동안 책을 하나의 ‘과제’처럼 대했다.

 책을 덮지 못하고, 끝까지 읽지 못하면 실패한 것 같았다.

 그래서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마다 다짐했다.

 이번엔 반드시 끝까지 읽겠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책은 점점 무거워졌다.

 책을 펼치는 일조차 부담이 되었고,

 결국 아무것도 읽지 못한 채 하루를 마감했다.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

 책은 완성해야 하는 미션이 아니다.

 어떤 문장은 첫 장에서 이미 나를 바꾸고,

 어떤 책은 반의 반만 읽어도 충분히 마음에 남는다.

 중요한 건 ‘얼마나 읽었는가’가 아니라

 ‘어디에서 멈추었는가’이다.

 멈춘 그 지점이 바로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문장일 수도 있다.


 책을 완벽하게 읽으려는 마음에는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욕심이 숨어 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욕심이 커질수록 문장은 멀어진다.

 책은 증명의 도구가 아니라 대화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진짜 독서는 완벽하게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머무를 만큼만 읽는 것이다.

 좋은 문장은 나를 오래 잡아두지만,

 때로는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하다.

 책을 덮는 용기 역시 독서의 일부다.

 읽지 못한 나를 탓하기보다,

 머물던 나를 인정하는 것.

 그게 진짜 독서의 시작이다.


 이제 나는 책을 다 읽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

 책 한 권을 온전히 마주한 시간,

 그 자체로 충분하다.

 책은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

 책은 다만, 잠시 머물다 가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완벽하게 읽으려는 마음을 놓아야

 비로소 책이 나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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