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처음이지?
책을 다 읽지 못했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다.
읽다가 덮은 책이 쌓여 갈수록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끝까지 읽지 못하는 나는 왜 이럴까.’
그 생각이 쌓일수록 책을 더 멀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책을 다 읽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문장까지만 읽은 것이었다는 걸.
책은 끝까지 읽어야 완성되는 대상이 아니다.
어떤 책은 첫 문장에서,
어떤 책은 중간의 한 구절에서 이미 다 전해진다.
문장이 나를 멈춰 세우고, 마음 한 곳이 따뜻해졌다면
그 한 줄이면 충분하다.
그 문장은 당신에게 닿기 위해 존재했고,
그 순간, 독서는 이미 완성되었다.
우리는 자꾸 더 읽으려 한다.
더 많이, 더 깊게, 더 완벽하게.
하지만 진짜 독서는 머무는 독서다.
하나의 문장을 오래 곱씹고,
그 문장이 나의 하루를 바꾸는 경험.
그게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나에게도 그런 문장이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읽었던 한 문장,
“삶이 너를 밀어낼 때, 너는 조금만 더 단단해지면 된다.”
그 문장이 내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설명할 수 없어도
그 문장은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그 한 줄이 나를 움직였고,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책을 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문장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다.
그 만남이 깊든, 짧든 중요하지 않다.
문장이 당신을 멈춰 세웠다면,
그건 이미 당신의 독서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니 책을 덮을 때 아쉬워하지 말자.
그 문장이 오늘의 나를 조금이라도 바꾸었다면,
그 한 줄로 충분하다.
책은 우리에게 수천 줄의 지식보다
단 한 줄의 깨달음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 한 줄이 당신의 내일을 바꾸는 데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