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은 처음이지?
기획이라는 단어는 이상하게도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별것 아닌데도 괜히 어렵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나는 기획 체질이 아니라서”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기획은 머리 좋은 사람들이 하는 거잖아”라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기획이 어려운 건 기획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기획을 둘러싼 분위기, 그동안 우리가 배워온 방식이
기획을 괜히 복잡하게 만들어놓았을 뿐이다.
가장 흔한 이유는 기획을 문서랑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기획이라고 하면 바로
보고서·차트·PPT 템플릿이 떠오른다.
그러다 보니 기획은 글을 잘 쓰고 형식을 잘 맞추는 사람이 하는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 말처럼
“기획은 사고의 명료함에 관한 일”이다.
문서는 그냥 그 결과물일 뿐이다.
또 하나는 기획을 특정 직무만의 전문 기술로 보는 시선이다.
기획팀, 전략실 같은 이름들은
기획이라는 세계를 괜히 ‘전문가만 드나드는 방’처럼 만든다.
그런데 실제 기획의 원리는
누구나 일상에서 이미 하고 있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를 보고, 이유를 찾고, 가능한 방법을 고르는 일.
이건 어느 팀, 어느 직급에서나 필요한 능력이다.
사람들이 자주 오해하는 또 다른 부분은
기획 =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다.
좋은 기획이라고 하면
반짝 떠오르는 영감 같은 걸 떠올리는데,
그건 기획의 극히 일부분이다.
기획에서 제일 중요한 건
문제와 목적을 정확하게 보는 일이다.
아인슈타인이 “문제를 정의하지 못하면 해결도 없다”고 말한 이유가 있다.
아이디어는 문제를 제대로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기획은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획서 앞에 앉자마자 막막함을 느낀다.
하지만 실제 기획은 수정이 반이다.
정리했다가 다시 지우고,
전제가 틀리면 다시 생각하고,
대안을 비교하고 또 고치는 과정.
다이슨이 수천 번 실패하며 제품을 완성했듯이
기획도 처음에 완성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다.
고치면서 잡히는 게 정상이다.
사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기획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문제를 들여다보는 일이 불편해서다.
문제를 본다는 건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런 불편함을 피하려고 한다.
그러니 기획이 자연스럽게 부담으로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우리는 늘 완성된 기획만 봐왔다.
누군가 발표하는 결과물,
정돈된 전략 문서.
그 과정에서 고민하고,
되돌리고,
실패한 흔적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기획은 처음부터 저렇게 나와야 한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
결국 기획을 어렵게 만드는 건
기획 그 자체가 아니라
기획을 둘러싸고 만들어진 이미지들이다.
기획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이 사실만 명확하면 충분하다.
기획은 원래 어렵지 않다.
어렵게 보이던 환경이 문제였을 뿐이다.
기획은 목적을 정하고,
문제를 정확히 보고,
현실적인 방법을 차분하게 고르는 과정이다.
이 기본만 이해하면 누구든 기획을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