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팝니다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사람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결국 삶의 모양을 결정하는 게 아닐까. 거창한 목표보다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성격이 되고, 성격이 결국 하루를 밀고 가는 힘이 되잖아.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루틴을 ‘작은 습관’이라는 좁은 의미로 보지 않게 되었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솔직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삶 전체를 하나의 루틴처럼 설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질문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호기심이 오래가면 그것은 일이 된다. 내 경우가 딱 그랬다. 일을 다 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면서도, 대전에서 진천으로 이동하는 길 위에서도, 책을 읽다가도 이 질문이 자꾸 다시 떠올랐다. “지금보다 하루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 “세 배가 된다면? 네 배는?”
이 생각을 굳혀준 건 어느 저자의 책이었다. 제목보다도 그 안에 담긴 어떤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작가가 말한 ‘작은 루틴의 힘’. 단순한 이야기였다. 매일 5분, 혹은 10분 하는 작은 행동. 아무도 모르지만 자신만은 알고 있는, 그 작고 꾸준한 행동이 어떻게 삶을 바꾸었는지 기록한 책이었다. 책을 덮었을 때, 나는 알았다. 아,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바로 이거구나.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나는 늘 루틴을 가지고 살아왔다. 다만 그걸 ‘루틴’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이다. 회사를 다니며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관리해야 했고, 팀을 이끌어야 했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사람을 살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잡아준 건 거창한 동기가 아니었다. 늘 같은 시간에 하는 글쓰기, 출근 전의 조용한 독서, 가능하면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운동. 그게 없으면 나는 쉽게 흐트러지는 사람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아예 ‘루틴을 설계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냥 스치는 농담 같은 말이 아니었다. 생각을 정리할 때마다 루틴이 중심에 있었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때도, 책을 쓸 때도, 누구에게 조언을 할 때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결국 루틴의 구조였다. 하루를 여는 시간, 나를 안정시키는 행동,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 몸을 깨우는 습관. 이런 것들이 쌓여 나를 만들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거다. “그럼 나처럼 루틴을 설계하고 싶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답은 빨리 나왔다. 루틴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안다는 것과 유지한다는 것은 다르다. 유지한다는 것과 설계한다는 것 또한 다르다. 누군가는 루틴을 원하고, 누군가는 루틴을 오래 붙들 수 없어서 괴로워하고, 누군가는 루틴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이에 서는 일이었다.
그러려면 먼저 공부를 더 해야 했다. 나는 루틴 관련 책을 열 권 골랐다. 며칠 고민하다가 그냥 결심했다. “열흘이면 되겠네.” 하루 한 권. 책을 읽고, 요약하고, 나의 루틴과 비교하고, 겹치고, 빼고, 다시 정의하고……. 그 열흘 동안 나는 마치 다른 사람의 두뇌를 잠시 빌린 것처럼 즐거웠다.
이론이 어느 정도 몸에 들어오자 생각이 구체적인 방향으로 흘렀다. “이걸 콘텐츠로 만들 수 있을까?” “이걸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게 내 다음 일일 수도 있을까?”
콘텐츠에는 유형과 무형이 있다. 무형 콘텐츠는 사람의 명성이 가장 큰 자산이다. 나는 아직 그 지점까지 가진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먼저 유형 콘텐츠부터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쓰기로 했다. 책이 가장 좋은 이유는, 그 안에 생각의 골격을 담을 수 있고, 나의 언어를 만들 수 있으며, 형태가 있는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쓰면, 그 과정 자체가 나를 더 깊게 만든다.
출판사 53곳을 찾았다.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메일을 쓰기로 했다. 복붙은 하지 않기로 했다. 출판사 직원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복붙한 글은 읽고 싶지가 않아요.” 그래서 루틴을 하나 더 만들었다. 투고 메일을 쓰는 루틴. 출근 전 혹은 저녁 시간. 각 출판사의 관심 분야, 최근 발간도서, 공통되는 경향을 하나씩 살피고, 그 출판사가 왜 이 원고를 받아야 하는지,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짧게라도 다르게 쓰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투고가 아니라 내 방식대로의 작은 의식이었다.
책이 나오면 교육 프로그램도 자연스럽게 구상할 수 있다. 루틴 설계는 특정 분야의 사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술이다. 시간 관리, 목표 설정, 집중력, 감정 조절, 생산성까지 모두 루틴과 연결된다. 책으로 나를 소개하고, 교육으로 루틴을 전하고, 강연으로 질문을 받고, 사람들과 함께 루틴을 만들어가는 일.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이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모른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중간에서 방향을 바꾸게 될지. 하지만 기획은 원래 그런 거다. 기획은 ‘확신’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고민’으로 시작한다. 가치는 고객이 결정하지만, 그 가치를 발견하는 일은 언제나 기획자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문장을 내 삶의 새로운 시작점으로 삼기로 했다.
나는 루틴 설계자입니다.
이 말이 주는 책임감이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책임감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앞으로도 나는 생각이 어떻게 현실이 되고, 어떻게 돈이 되고, 어떻게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지 그 과정을 계속 보여줄 것이다.
이글은 ideation이고 실행이 되면 결과를 글로 쓰도록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