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루틴설계자입니다.
프롤로그
어떤 사람은 일찍 일어나고, 어떤 사람은 밤이 깊어질수록 집중력이 오른다. 누군가는 운동을 멈추지 않고, 누군가는 늘 삼 일 만에 접는다. 어떤 이는 책을 꾸준히 읽고, 또 어떤 이는 늘 작심삼일을 반복한다. 우리는 이런 차이를 보면서도 흔히 이렇게 단정한다. 저 사람은 의지가 강하고, 나는 의지가 약하다고. 그러나 삶에서 벌어지는 차이의 대부분은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서 비롯된다. 의지는 기분과 피로의 영향을 받고, 스트레스 앞에서는 너무 쉽게 흔들린다. 의지에 기대어 삶을 꾸리는 방식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결국 삶을 움직이는 힘은 더 안정적이고 더 깊은 곳에서 나온다.
그 힘이 루틴이다. 나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관찰하고 스스로를 실험하며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루틴은 생활 요령이 아니라 삶을 움직이는 작은 공학이다. 루틴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반복되도록 만들어진 조건이며, 행동이 아니라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설계다. 그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 하루가 달라지고 삶이 다시 설계 가능해진다. 아침의 작은 행동들이 하루 전체의 흐름을 바꾸고, 운동복을 전날 준비해두는 것만으로도 운동 지속률이 달라진다. 책을 읽는 자리를 고정해두면 독서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결심하지 않아도, 의지하지 않아도, 행동은 구조가 허락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루틴을 다시 정의한다. 루틴은 행동이 아니라 조건이다. 루틴은 반복이 아니라 구조다. 사람들은 루틴을 만들고 싶어 하면서도 행동을 바꾸려고 한다. 하지만 행동은 성향과 감정에 깊이 얽혀 있고 외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행동 중심의 루틴 만들기 방식이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루틴은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달라지도록 조건을 바꾸는 일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루틴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삶은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나는 이 책에서 루틴을 단순한 자기계발 기술로 다루고 싶지 않았다. 루틴을 계획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필요하다면 하나의 학문처럼 접근하고자 했다. 하루라는 시스템 안에서 루틴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요소가 루틴을 강화하거나 무너뜨리며 어떤 순간에 루틴의 축을 세워야 하는지 구조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언어로 설명하고 싶었다. 누구나 루틴을 가지고 있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다만 설계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설계되지 않은 루틴은 삶을 끌고 가지 못한다. 하루가 흔들리면 루틴이 무너지고, 감정이 가라앉으면 루틴도 가라앉는다. 반대로 설계된 루틴은 삶을 지탱한다. 무너져도 돌아올 길이 있고, 흔들려도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삶이 예측 가능해지고 감정이 안정을 찾고 생산성이 쌓인다. 거창하지 않다. 작지만 정확한 설계가 반복되며 하루를 만들고, 그 하루들이 쌓여 인생의 흐름이 된다. 그래서 루틴은 인생을 설계하는 가장 작은 공학이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당신은 루틴이 삶에 얼마나 깊은 구조적 힘을 갖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루틴은 누구나 설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루틴은 특별한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설계한 사람이 가진 구조다. 당신의 루틴이 바뀌면 하루가 달라지고, 하루가 달라지면 결국 당신의 인생이 달라진다. 그 첫 번째 설계도를 지금부터 함께 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