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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파미 Nov 08. 2016

나 혼자 동남아 삼국기 2편

2편. 스쳐간 여인들.

나 혼자 동남아 삼국기 (태국-캄보디아-라오스)





2편. 스쳐간 여인들.




경로 (총 31일/2015년 3월 2일 저녁 비행기로 떠나 4월 1일 밤 비행기로 돌아옴)

태국▶캄보디아▶라오스▶태국


인천 공항 - 방콕 수완나폼 공항 (뱅기) - 카오산로드 (택시) 캄보디아 국경 뽀이펫 (카지노 버스) - 시엠립 (택시) - 씨아누크빌 (심야버스) - 라오스 비엔티엔 (프놈펜에서 뱅기) - 방비엥 (버스) - 루앙프라방 (밴) - 루앙남타 (버스) - 라오스 국경 훼이싸이 (로컬버스) - 태국 국경 치앙콩 (국경버스) - 치앙라이 (로컬버스) - 치앙마이 (버스) - 방콕 (심야버스) - 수완나폼 공항 (지하철) - 인천 공항 (뱅기)




새벽이면 길이 막히지 않아 고속도로로 굳이 갈 필요 없다던데 이 택시기사 녀석이 2번의 통행료를 굳이 물면서 가고 있네. 나한테 그걸 받아내겠다는 거냐? 

신경은 쓰였지만 우선 찾아가는 게 급선무라 내버려뒀지. 한 30분쯤 갔을까? 다 왔다면서 내려주길래 택시비를 우선 내고 내렸어. (흥정대로 400바트를 줬는지 통행료 포함 500바트를 줬는지는 기억이 안남)


경찰서 얘기를 하고서 더 지난 다음 미술관쯤에 내렸어야 했는데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게 아닌가 봐. 연신 고개 끄덕이더니만 도대체 여기가 어딘거냐?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구글 지도. 다행히도 미리 위치를 봐 뒀더니 대충 감이 오더라구. 20분 정도 걸어가 대망의 디디엠을 찾았지. 근데 주인아주머니, 아저씨 모두 안 계시는 거야. 5인실로 2개를 잡아뒀는데 예약이 잘못됐던지 1개만 잡혀버린 거지. 다행히도 여성전용 도미토리 침대가 남아서 그 친구는 그 방으로 가고 난 5인실로 들어가는데 이미 새벽 2시라 방은 깜깜하더라구.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렇다고 불을 확 켤 수도 없잖아. 핸드폰 불빛만으로 겨우겨우 내 침대 찾아서 배낭 올려놓으니 땀범벅이 됐어. 이 상태로는 도저히 못자겠더라구.


다시 내려와서 레오 한 병을 사서 혼자 마셨지. 1층은 로비지만 테이블이 있어서 식사 겸 술자리가 가능하게 되어있어. 한쪽은 젊은 남녀 3명이 한참 술 분위기 올라있는데 나 혼자 옆 테이블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마시려니 괜히 처량한 느낌이야. 

그래도 꿋꿋하게 한병 다 마시고 나니 이제 조금 잘 수 있을 것 같애. 아침에 9시에 로비에서 다시 보기로 했으니 이제 자야겠지. 다시 겨우 침대 찾아가 누우니 벌써 새벽 3시 40분. 어서 자자.



알람에 놀라 일어나니 벌써 8시 50분인데 어제 그렇게 코를 골던 녀석들은 침대에 한 명도 보이지 않네. 벌써 놀러들 나갔나 봐. 대충 세수만 하고 내려가니 친구는 벌써 내려와 있더라구. 아침은 디디엠 명물이라는 김치말이 국수를 먹었지. 시원하고 양도 많지만 그렇다고 뭐 엄청나게 맛있는 국수는 아냐. 한번 정도 먹어볼 만 해.


밥도 먹었겠다 이제 슬슬 나가볼까? 우선은 카오산로드 일대만 지도 보면서 가볍게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지. 환전도 해야하구. 쪼리도 하나 사야겠구. 코끼리 바지도 하나 사야겠어. 다들 그거 입고 돌아다니는데 좋아보이더라구. 

짜오프라야 강 보고 그 지류를 따라 오른쪽으로 살살 돌았지. 물론 오른쪽에는 유명한 쌀국수집 나이쏘이가 있거든. 점심으로 먹었던 거 같은데 이곳 역시 너무 알려졌나 봐. 먹을 만 하지만 감탄하면서 먹을 정도는 아니더라구. 






막판에 코끼리 바지랑 쪼리를 샀는데 내가 너무 어리숙해 보였나 봐. 제대로 덤탱이 씌었지 크흑.

2개를 400바트나 주고 산거야. 알고 보니 바지는 대충 120바트. 쪼리는 7~80바트 정도면 사는 것을 무려 2배나 주고 샀어. 그나마도 깎은 거야. 이런 제길.


아무튼 동네만 조금 돌았는데도 덥고 발 아파서 다시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조금 쉬다가 조금 선선해질때 다시 나갔지.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해야 되지 않겠어? 물론 그 친구는 술을 잘 못마셔서 대부분 내가 마셨지. 볶음밥에 '창' 맥주면 기본 코스지. 

내일부터 일정이 없었는데 이 친구는 내일 새벽에 캄보디아로 넘어간다더군. 나도 딱히 잡아놓은 일정은 없지만 캄보디아는 갈 생각이었기에 같이 가자고 했지. 룸피니 공원 앞에서 카지노버스를 타고 가려면 대충 5시에는 일어나야겠더라구. 맥주도 3병쯤 마시니 취기도 오르고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왔지. 


근데 한 10시 반이나 됐을까? 침대에서 쉬고 있는데 (5인용 중 내 침대만 2층 침대) 태국 직원이랑 배낭을 맨 여자랑 들어오더라구. 근데 영어로 맨 먼저 물어보는 게 담배 어디서 피우냐는 거였어. 

그 직원이 못 알아듣는 거 같길래 내가 껴들었지. 왜냐면 나밖에 없었거든. 그리고 조금 귀여웠거든. 담배 하나 같이 피우고 나니 여기 편의점은 어딨느냐 뭐 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둥 폭풍질문을 하는 거야. 아니 나도 어제 왔는데 뭘 알겠냐만은 그래도 하루 돌아다녔다고 편의점 위치는 알잖아. 그래서 아예 같이 나갔지. 들어오면서 맥주 한잔 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늦어서 대부분 닫더라구. 아쉬운 마음에 어제처럼 1층 로비에서 맥주를 시켜서 같이 마시면서 얘기를 했지. 

24살인데 혼자 처음 여행 와본다구. 45일 정도 동남아 여행할거라구. 아니 내가 20살이나 많은데 자꾸 오빠랜다. 자기 아무것도 모르니까 같이 다니면 안 되냐구 하는데. 하는 짓도 이쁘고 말투도 귀여워서 그러면 안되지만 정말 오랜만에 설레는 거야. 

내일 약속이고 뭐고 정말로 얘랑 단 며칠이라도 같이 다녀보고 싶은 거 있지? 술은 취해오고 시간은 늦었고 그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지. 하지만 결국은 그냥 약속을 택했어. 새벽에 일어나 나가면서 여행 조심해서 잘 다니라고 밝게 인사하고 나섰지만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더군. 

카톡 아이디는 교환을 했지만 내 마음은 울고 있었어. 



룸피니 공원까지 가는 택시를 주인아주머니께서 유창한 태국어로 친히 잡아주신덕에 편안히 갈 수 있었지. 카지노 버스를 타면 한국인들도 많고 하니 국경 넘어가고 입국심사받고서 택시 타고 씨엠립 시내까지 가는데 문제가 없다는거야. 

근데 웬걸? 카지노 버스에 한국사람은, 아니 여행객은 우리 둘 뿐. 그래도 어쩌겠어.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 태국 국경인 아란에 도착했지. 근데 어디가 어딘지, 국경인데 국경 같지 않고 시골 장터 분위기인 거야. 어디로 가야 되는지 몰라서 조금 헤맸지만 그래도 일단 입구는 잘 찾았어. 

입국신고서부터 쓰고 나가 비자를 받아야되는데. 그 건물 모르고 지나쳤다가 한참 되돌아왔어. 비자 가격이 30달러지만 대놓고 100바트를 요구하더군. 허허.

난 미리 알아놓은 여행 정보대로 '난 돈도 없고, 돈을 내야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라고 했더니 친구것과 내것은 옆으로 스윽 밀더군. 하지만 관광객들이 많지가 않아서 순서가 별로 밀리지 않더라구. 어렵지 않게 비자를 받고서 이제 도장 찍고 들어가야 되는데 거기에 줄이 장난이 아냐. 

1달러를 여권에 끼워서 주면 먼저 통과시킨다고 하던데, 오히려 내국인들이 그렇게 먼저 통과하더라구. 






아무튼 겨우겨우 국경을 통과하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도 지났어. 근데 이거 택시는 보이지도 않고 뭘 어떻게 가야 할지 또 모르겠는거야. 상황이 이러다 보니 배도 안 고프더라구. 

마침 여행객들이 우르르 타는 버스가 있길래 주차장으로 가는건가보다 하고 우리도 탔지. 그랬더니 한참을 가서 허허벌판에 딱 하나 있는 터미널 같은 곳에 우릴 내려주더라구. 여기서 택시를 배분해주는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1인당 400바트씩 주고 탔는데 우리가 2명이다 보니 2명을 더 맞춰서 태우는거야. 일본여자 둘과 같이 탔는데. 오호 이 친구들도 이쁘더라구.

인사했더니 어머니가 한국분이시고 둘은 자매라네. 한국말도 조금 하더라구. 말도 안되는 일본어 섞어 가면서 조금 웃겨줬지. 작업을 위해선 조금 더 얘기했었야 했는데 나 혼자 앞에 타다 보니 계속 뒤돌아서 말 걸기도 좀 그렇더라구. 그런데다 길은 가도가도 끝없는 흙길이라 그런지 무척 졸린거야.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씨엠립에 도착했어. 일본 친구들과 작별의 인사를 하면서 어디서 묵을거냐, 내일 점심에 밥이나 같이 먹는게 어떻겠느냐, 이런 멘트를 하려고 계획했는데.

갑자기 툭툭이 기사들이 들러붙는거야. 그 일본인 자매는 이미 잡아놓은 숙소가 있더라구. 매정한 툭툭이 기사가 둘을 태우고 급출발하는 바람에 손인사만 건넸을 뿐 계획했던 대사는 꺼내지도 못했어. 아, 이놈의 운빨이여.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툭툭이 기사가 소개해주는 호텔 두어 군데 돌아다녀보다가 적당한 곳에 우선 1박만 하기로 하고 짐을 풀었지. 


아놔. 근데. 3층인데 수압이 약해서 물이 안 나와!

몇 번을 내려가서 항의하고 얘기했지만 수리하는 애를 불렀다. 걱정마라. 곧 될거다. 이런 얘기만 할뿐. 물은 정말 찔끔찔끔 나왔다 말았다를 반복해서 결국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밥만 먹고 들어와서 잘 수밖에 없었지. 내일 일찌감치 방을 옮기리라 다짐하면서.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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