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내일부터 이어지는 로마에서의 투어를 위해 모임 장소인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을 찾아 나선다. 테르미니역에서 가까우니 찾기는 어렵지 않다. 고대 문명의 도시답게 높은 빌딩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의 건물이나 길도 재건축을 하지 않은 예전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동네 지리도 익힐 겸 한 바퀴 둘러보고 들어오다 먹을 것을 사러 코냐드 슈퍼에 들렀다. 이곳은 8시 정도면 모든 슈퍼가 문을 닫으므로 6시 반쯤 되니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나라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엄청난 종류와 양의 치즈와 햄과 소시지류에 입이 쩍 벌어졌고 와인 하나를 고르기도 무척 어려웠지만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조촐하지만 슈퍼에서 사 온 치즈와 소시지를 대충 탁자에 펼쳐놓고 심혈을 기울여 사온 5유로짜리 와인을 개봉했다.
난 그다지 와인을 좋아하지 않았고 와인 하면 떫은맛만 기억되었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뭐 이탈리아까지 왔으니 한 번 마셔주지 라는 여행자의 마인드랄까? 가볍게 한잔을 쭈욱 들이켰다.
'어라? 뭐가 이렇게 맛있지?'
'입안을 감싸는 풍부한 향과 포도의 쌉싸름한....아니 이런 거 다 빼고 입에 쫙 붙네'
그동안 한국에서 마셔봤던 와인은 다 가짜였나? 완전 싸구려만 마신 거임?
게다가 소시지랑 치즈는 왜 또 이렇게 맛있는 거임?
정말 더 마시고 싶었지만 내일 첫 투어를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일찍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 앞에서 시내버스투어를 시작했고, 나보나 광장을 시작으로 판테온 신전, 스페인 광장과 계단, 트레비 분수, 진실의 입, 팔라티노 언덕 등 대부분 TV나 영화 또는 사진으로만 보던 것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니 점점 가슴이 벅차올랐다.
중간에 잠깐 들른 커피집에서 맛본 정통 에스프레소는 맛도 맛이지만 현지인들의 커피 문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정말로 전부 서서 마신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5000원씩 하는 에스프레소가 단돈 90센트라니! (물론 앉아서 마시면 비싸진다)
카타콤베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죽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고, 대전차 경기장은 어릴 적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벤허'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역시 로마의 대미는 콜로세움이 아니던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입구 쪽은 복원공사도 한창이었고 대부분은 겉모습만 찍고 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2층인가 3층으로 올라가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와! 장난 아니다"
밖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르게 엄청난 크기에 놀라고 그곳에서 펼쳐졌을 검투사들의 혈전이 떠올라 기분이 굉장히 오묘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역사적 사실은 둘째치고 정말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넋을 잃고 한참을 구경했다.
숙소로 돌아와서도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 기분을 더 만끽하기 위해 음주모드로 전환했다.
오늘은 이탈리아 맥주인 페로니와 비라 모레티로 기분을 내보기로 한다.
안주로는 어제 먹다 남긴 치즈와 또 다른 소시지 그리고 약간의 과일을 곁들였다.
냉장고도 없이 창문틀에 올려놓았지만 우리에겐 더없이 좋은 냉장고 역할을 해주었다.
둘째 날은 남부 투어다. 폼페이와 아말피, 포지타노, 소렌토를 다녀오는 코스라 버스로도 꽤 가야 한다.
폼페이에 도착하니 아쉽게도 비가 마구 쏟아진다. 약 2천 년 전 엄청나게 번성하였을 이 도시는 이제는 조그마한 시골 마을처럼 보인다.
가이드님의 노래를 한번 들어보시라~
https://youtu.be/tTEnfrnmAXU?list=PLNp48vdGYpZmsJ9OVbCiSiTY0bjc75N2E
근처 식당에서 스파게티로 적당히 점심을 때우고 버스는 소렌토로 향한다. 몸이 점점 나른해지고 있을 때쯤 창문 너머로 드디어 해변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순간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다 소리쳤다.
"우와아~~" "꺄악~~"
너무 이쁘고 아름답고 시원하고 깨끗하며 환상적이다. 내 눈에 보이는 이것이 현실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다.
그렇게 해변가를 따라 한참을 가더니 중간 갓길에서 포토타임을 갖는다. 다들 셀카에 동영상까지 찍느라 정신없다.
비가 내려서 살레르노에서 배가 뜨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 동네 구경을 다니기로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도 열심히 찍고 또 찍었던 해변이 소렌토인지, 아말피인지, 포지타노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아마도 소렌토와 포지타노만 들른 것 같다.
아무렴 어떠랴!
돌아오는 길에도 버스 안에서도 열심히 찍어대면서 올라오니 로마는 어느새 저녁 8시가 다되어간다. 저녁을 먹고 맥주 한잔 한 뒤 일찌감치 자리에 눕는다.
눈을 감았다 뜬것 같은데 아침이다. 그래도 몸은 개운하다. 오늘은 로마에서의 마지막 투어인 바티칸 투어를 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오타비아노역으로 간다.
3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