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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파미 Jun 01. 2016

나는 이탈리아로 간다 with (feat.엄마) 3부

3부. 바티칸, 특별미사 그리고...


오타비아노역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가이드님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이후로 몇 분이 더 온뒤에야 바티칸으로 향했다.

바티칸 박물관 근처에 다다르니 이미 엄청난 줄과 인파가 우리를 기다렸다. 그 사이를 오가며 여러 가지 기념품을 팔았는데 왠지 사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20장짜리 엽서를 하나 샀다. 약 1시간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입장이 시작되었다.







미술에는 거의 문외한이지만 많은 조각상과 미술 작품들, 성당 내부의 그림들을 보면서 이거 하나는 알겠더라.


'정말 예술이다'


특히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은 인간이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의 것이다. 

천지창조를 보러 들어갈 때에는 삼엄한 경비에 약간의 긴장감도 느껴졌다. 들어서는 순간 넓은 공간에 모든 사람들은 천장을 바라다보고 있었고 엄마와 나는 목이 아프도록 천장을 바라봤다.

이게 정말 인간이 그린 그림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물론 사진 촬영은 절대 금지다. 시끄럽게 해서도 안된다.

누워서 보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자리를 옮겨가며 감상을 했다.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눈에라도 열심히 담아가리라.





















박물관 내 식당에서 식사를 대충 때우고 오후에 조금 더 둘러본 후 일정이 마무리될 때쯤 정보를 습득한다. 마침 바로 오늘 교황님의 특별미사가 있다는 것!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천주교 신자였던 우리는 일단 바티칸 광장으로 나갔다. 햇빛이 조금 따갑긴 했지만 그늘 밑에 자리 잡고 앉아있으니 봄바람이 살살 불어왔다. 









길에 늘어선 여러 갈래 줄. 도대체 어느 줄에 서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대충 쑤시고 들어간다. 

2시간 정도를 기다렸을까? 서서히 입장하기 시작한다.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가니 그 규모와 성스러움에 경외감 마저 느껴진다.

책자를 받고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니 3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교황님의 입장이 시작됐다.

여기저기 핸드폰과 사진기 플래시 터지는 소리로 요란하다. 성가대의 노랫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이 순간만큼은 종교를 떠나서 엄숙해지고 마음이 경건해졌다.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미사가 끝나고 곳곳에서 고해성사가 진행된다. 한번 나의 죄를 고백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이탈리아어를 못하는 관계로 그냥 마음속으로 접어둔다.












바티칸 베드로성당 특별미사 동영상을 감상해보자.


https://youtu.be/du16RlkyWTw?list=PLNp48vdGYpZmsJ9OVbCiSiTY0bjc75N2E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젤라또를 사 먹는다. 이건 아이스크림이 아니다. 맛과 촉감 자체가 이전에 내가 먹어본 것들과는 너무 다르다. 열심히 사 먹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내일은 투어 일정이 없는 날이므로 오늘 신나게 마셔주기 위해 이곳저곳 정보를 캐내 본다. 마침 바티칸 투어를 같이 진행했던 한 여자분의 얘기를 들어본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에서 오른쪽 윗길...네...그러니까 테르미니역 반대방향... 아시죠? 네네 거기! 그쪽으로 들어가면 기네스 생맥주 집이 있어요."


고급 정보다. 

숙소에 도착한 후 시원하게 씻고 나서 오늘 밤을 즐기기 위해 거리고 나선다. 게다가 구글 지도도 있겠다 뭐가 걱정인가? 

여자분이 알려준 위치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성당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섰다. 

생맥주집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골목인가?' 옆골목으로 가본다. 또 없다. 아니 못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근방을 30분 넘게 헤맸다. 이제는 맥주집은커녕 여기가 어디 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멀리 왔나 보다. 가로등도 거의 없고 골목은 어두컴컴한데 가끔씩 흑형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깜짝깜짝 놀란다. 엄마가 무섭다고 내 옷을 꼭 잡는다. 

"아유~ 뭐가 무서워요? 도시 한복판에서~" 라고 했지만 솔직히 나도 무섭다. 

큰 개를 데리고 나온 아저씨들도 종종 지나친다. 2시간쯤 헤매다 보니 다리도 아프다. 

정말 가까스로 테르미니역 쪽으로 빠져나온 순간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엄마, 그 집 못 찾겠다. 그냥 숙소 바로 앞에 게스트하우스 겸 술집 비슷한 것 있던데 거기 갑시다"


솔직히 그냥 바로 숙소 앞인데다 음식점 겸 술집 같기도 하고 애매한 그 느낌에 가기 싫었지만 이제 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안으로 들어섰는데 어라? 제법 술집 같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뒤적여본다. 10분이 넘도록 종업원은 오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주문을 해야 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 순간 내가 답답해 보였는지 왠 젊은 청년이 다가오더니 방법을 알려준다.

드디어 난 맥주와 안주를 주문했다.


근데 맥주도 안주도 아무것도 안 준다. 초초해진다.

너무 한국문화에 젖어있는 나를 발견한다. 맥주는 직접 받아와야 한다. 한모금 들이킨다. 페로니 생맥주다. 

배고픈 위장에 알코홀이 쫘악 들어간다. 이렇게 맛있을수가 있나? 

모든 효모가 나의 위장을 타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단 한잔임에도 불구하고 약간 취한다.

문제는 안주가 나오지 않는다. 


이 청년은 안주가 나오는 주방에서 안주를 갖다 준다. 이런 친절할 데가.

알고 보니 안주시키고 받은 번호표를 가지고 가서 받아와야 되는 거다. 약간 창피하다.

베네치아에 살고 있는 23살 이 청년은 이름이 아마 어거스트인 걸로 기억한다. 

(V를 하고 사진찍은 녀석은 아이슬란드 친구다)

내가 엄마랑 여행을 왔다고 하니 멋지다며 엄지를 척 들어준다. 

밀맥주와 라거를 번갈아가면서 취기가 오르도록 마시다가 호텔방에 쟁여둔 캔맥주 4개가 생각났다. 우리는 들어가서 마저 클리어 해준 뒤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와. 아침인데. 머리가 깨지는 것 같다.

오늘은 투어도 없는 날이라 여유 있게 일어나 검색해놓은 한국식당을 찾아 나섰다. 겨우 찾아갔더니 아직 오픈 20분 전이다. 한참을 기다려서 첫 손님으로 들어갔다. 근데 음식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엄마는 볶음밥을 먹고 난 육개장을 먹은 거 같다. 아마 각각 20유로쯤 했던 것 같다. 맛이 문제인데, 그것도 뭐 평범하다.

다시는 한국식당은 가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거리를 나섰다.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 남들이 거의 추천하지 않고 한적도 없는 산타마리아 델 포폴라 성당을 가보기로 한다.

바로 앞 포폴로 광장과 성당으로 오르는 길에 사람이 무척 많다. 구경하면서 길을 따라 가보니 자연스럽게 보르게세 미술관이 있는 공원으로 연결된다. 지도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난 크기의 공원이고 관리가 정말 잘되어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나와 일광욕도 즐기고 편안한 휴일을 보내고 있다. 나도 자리를 잡고 한참을 누워 한낮의 여유를 즐겼다. 

밖으로 빠져나와 다리를 건너 리엔조 거리로 들어서니 마치 명동거리 느낌이다. 수많은 매장과 사람들, 그리고 거리 공연을 하는 무명 아티스트들이 즐비하다. 실력 좋은 사람들이 많아 넋을 잃고 바라보다 동전도 모자 속에 넣어본다.


한참을 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계단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때와 달리 사람이 장난 아니게 많다.

남들처럼 계단에 앉아 한참을 사람구경을 한다. 

길거리나 계단, 공원이나 벤치에 그냥 앉거나 누워서 아무 생각없이 사람들 구경하고 쉬는 것. 난 이런 것들이 참 재미있고 즐겁다.





















저녁은 뭘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게다가 유일하게 술을 안 마신 날이라 더더욱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슈퍼에서 사다 먹었거나 피자로 때웠을 것 같다. 

내일은 피렌체로 간다. 처음으로 예약해놓은 기차를 타고 간다.






4부 피렌체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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