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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파미 Jun 20. 2016

나는 이탈리아로 간다 with (feat.엄마) 4부

4부. 피렌체 입성 그리고 내가 만난 피사.

아침 9시 50분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향한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피렌체 중앙역에 도착했다. 

숙소도 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쉽게 발견하고 바로 체크인을 했다. 

길도 익힐 겸 관광도 할 겸 바로 길을 나선다. 지도를 보며 걷다 보니 어렵지 않게 두오모 성당이 우리를 반긴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조토의 종탑 에 오르기 위해 표를 끊고 줄을 섰다.


드디어 입장!


하지만 계단은 좁은데다 나선형으로 뱅글뱅글 올라가야 하다 보니 꽤나 힘들고 어지럽다. 하지만 뒤에서 계속 올라오기에 멈추기도 쉽지 않다. 저질체력은 마음 단단히 먹고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힘들게 올라오고 나면 피렌체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지고 가슴이 확 트임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옆 두오모 성당이 보이고 사방이 벽돌색 지붕이다. 

힘들지만 내친김에 바로 옆 두오모 성당도 올라가 본다. 역시 힘들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겉만 보고 간다는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닌가? 



























아, 근데 덥고 힘들고 지치고 배고프다. 


벌써 3시가 다가온다. 엄마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제발 아무 데나 들어가서 밥 먹자며 재촉한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늘 배가 고팠다고 한다. 내가 너무 아끼고 아꼈나 보다. 죄송한 마음이 크다.

어쨌든 근처 식당에 가서 가볍게 스파게티에 콜라 한잔씩 마셨는데 좀 비싸다. 

적당히 허기를 때우고 베키오 다리 (폰테 베키오)를 건넌다. 여기에 있는 10개의 다리 중 유일하게 2차  세계대전 때 부서지지 않고 원형 그대로 남은 다리라고 한다. 원래 베키오 궁전으로 이어지는 다리인데, 그래서일까? 다리 양 옆에는 화려한 보석상들이 즐비하다. 

보볼리 정원을 들어가 볼까 했으나 입장료가 꽤 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피티 궁전 앞 광장에 남들처럼 철퍼덕 주저앉는다. 아니 가방을 베개 삼아 누웠다. 나른한 게 잠이 솔솔 온다. 

정말 잘 자고 일어났다. 한 시간은 잤나 보다. 겨우 5일 만에 이탈리아 생활에 완벽 적응한 것인가?


















슈퍼에서 먹을 것을 사들고 들어가니 과일바구니와 와인이 하나 놓여있다. 

아니 이런 세심한 배려쟁이들 같으니라구. 

와인을 들고 바로 내려가 코르크 마개를 따온다. 역시 맛은 예술적이다. 

순식간에 와인한병과 과일을 비워냈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피사로 향한다. 따로 예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레지오날레로 표를 끊고 어느 기차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으니 어떤 청년이 다가오더니 표를 들고 따라오란다. 

기차 레일 앞쪽에 있는 곳에서 먼저 펀칭을 해야 한다. 가방까지 들어주며 먼저 가는데 벌써 기분이 찜찜하다. 

아니나 다를까, 자리를 찾아주고 나서는 표를 주지 않고 손을 내민다. 돈을 달라는 거다. 

'결국 한번 걸리는구나, 얼마를 줘야 가려나?'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동전이 잡히는데 너무 많다. 적당히 잡아 올리니 2유로쯤 올라온다. 그런데 이걸로 안 간다. 5유로를 달라는 거다. 죽어도 갈 기세가 아니다. 결국은 눈물을 머금고 4유로를 뜯기고 나서야 티켓을 받았다. 








기분은 잡쳤지만 이것도 경험이려니 생각하면서 우리나라 무궁화호 같은 기차를 타고 1시간여를 달리고 나니 피사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걸어서 20분 정도라니 구경도 할 겸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양 옆에 가게들과 기념품들 그리고 점심을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걷다가 앞쪽 길이 좀 트이는 것 같아 고개를 드니 갑자기 피사의 사탑이 바로 눈앞으로 확 달려들었다.

누가 피사의 사탑은 볼 것이 없다고 했는가? 사진이랑 별 다를게 없으니 꼭 가볼 필요는 없다고 누가 말한 것인가?

물론 사진으로 찍어놓으면 컴퓨터 앞에서 보는 그 사진이랑 비슷하다. 하지만 실물로 보는 것은 이상하게도 전혀 다른 느낌이다. 생각보다 크기도 굉장히 크며, 기울기도 훨씬 더 기울어진 느낌이다. 

안전을 위해 올라가는 인원이 제한되어있어 직접 올라가 보진 못했지만 주변도 둘러보고 남들 다하는 사진 찍기 기술도 선보이며 한참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피렌체는 가죽공예가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특히 여성분들은 피렌체에 오면 명품 사냥에 나선다. 하지만 명품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근처 시장을 돌아본다. 

마음에 드는 지갑들이 간혹 나타났지만 가격이 조금쎄다. 전혀 가격 흥정의 기술이 없는 나는 불러준 가격 그대로 지불하려고 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답답했던지 그냥 가잔다. 얼떨결에 끌려가다 보니 뒤통수로 불리는 가격이 점점 내려간다. 결국 원래 사려고 했던 가격에서 30유로나 깎았지만 생각해보니 이 정도는 다 감안하고 부른 가격일 테다.

아무튼 내가 쓸 지갑까지 총 5개의 지갑을 사고나니 마음만은 뿌듯해졌다. 





5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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