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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파미 May 10. 2016

나는 이탈리아로 간다 with (feat.엄마) 1부

1부. 어쩌다 보니 로마.

벌써 2년이 지난 얘기를 쓰려니 기억도 가물가물한데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딱 2년 전에 회사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관두게 되면서 나는 곧바로 여행을 계획했다. 그것도 이왕이면 유럽여행을 가보리라 굳게 다짐을 했고,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에서 태원준 씨가 추천하던 터키를 가리라 마음먹었다. 

일단 정보를 얻어야 하니 터키 관련 여행책을 구입하여 열심히 읽으면서 여행루트를 짜고, 비행기 편과 호텔도 알아보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물론, 혼자 가야 한다는 어떤 압박감과 두려움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음은 당연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엄마와 형과 나누다 형이 넌지시 다른 나라 얘기를 꺼낸다. 

"프랑스나 독일은 어때?" 

"스페인 끝내준다는데.."

"터키는 넓어서 이동하는 게 힘들다던데 괜찮겠어?" 

"이탈리아는 도심이 작아서 다 걸어 다닐 수 있다던데 좋지 않아?" 


그냥 던져본 얘기에 심하게 흔들린다. '흠, 그렇단 말이지? 근데 갑자기 다른 나라라? 돈도 부족한데?'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가고 있을 때 한마디를 더 꺼낸다.


"그래 이탈리아! 이탈리아가 괜찮겠다. 대신 엄마랑 같이 가면 내가 비행기 끊어주고 호텔 비용은 내줄게~ 어때?"


응?? 이게 뭔 소린가?


엄마가 거든다.

"너 혼자 가면 힘들고 심심하다. 내가 어쩔 수 없이 가줘야겠네"


머릿속에서 빠르게 회전한 나의 두뇌는 나의 입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좋아! 이탈리아로 가겠어~핫핫" 


'좋았어. 돈 굳었어! 아싸뵹! 흠...........근데 엄마랑 가면 재미가 있으려나?'

걱정이 생길 틈도 없이 여행노선은 갑자기 이탈리아로 바뀌었고, 로마 인아웃으로 14박 16일의 일정이 정해졌다.

책을 샀고, 하루 종일 유랑 카페를 들락거렸다. 대강의 일정을 짜고, 호텔을 잡았으며, 기차를 힘들게 예약했다.

물론 환전도 했다. 무려 1200유로를. (이때는 환율이 약 1,450원 정도)







드디어 2014년 3월 24일 에티하드 비행기에 몸을 싣고 출발했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장거리 비행에 나는 무릎과 엉덩이의 고통과 이코노미석의 답답함을 함께 느껴야 했다. 

10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곳은 로마가 아닌 아부다비다. 2시간의 경유 대기시간이 있었기에 대기 로비로 나갔는데 엄청난 인파에 놀랐다. 거의 시장바닥 수준이다. 

다시 알이탈리아로 갈아타고 무려 6시간을 날아 드디어! 로마에 도착하였다. 엄마는 거의 실신 수준이다.








공항철도인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타고 테르미니역에 도착하고 나니 드디어 실감이 나기 시작하였고 여러 가지 걱정이 다가왔다.

심카드를 사야 되는데 도대체 어디인가? 이곳은 소매치기들이 그렇게 많다는데 나는 안 당할 수 있는가? 큰소리는 뻥뻥 쳤지만 헤매지 않고 호텔을 찾을 수 있나?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인가? 


미리 카페에서 보아두었기에 테르미니역을 한참 돌아 심카드 사는 곳을 발견하였고 약간의 시간을 거쳐 가볍게 개통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구글 지도만 되면 최소한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야'라고 마음을 다잡은 뒤 계단을 내려오는데 동유럽계로 보이는 소녀 2명이 나에게 빠른 속도로 접근하며 나의 팔을 붙들었다. 긴장감이 나를 감쌌지만 이 정도 미인계에 흔들릴 내가 아니다. "노~노"를 연발하며 빠르게 직진했고 나의 단호함에 그녀들은 어쩔 수 없이 나의 팔을 놓아주었다


한숨 돌린 나는 구글 지도를 켜고 호텔을 찾기 시작했다. 방향은 맞는 것 같았지만 큰 호텔이 아니기도 했고 그곳임을 알리는 싸인 자체가 크지 않았기에 조금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예약했던 호텔을 찾았고, 초미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방이 작은 건 둘째치고 트윈베드도 아니고 냉장고도 없다. 아니 아무리 2성급이라도 너무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은 들기도 전에 엄마는 나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가서 얘기하고 와"


큰일이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냉장고는 영어로 뭐지? 내 말을 알아들을까? 

프런트의 그 여자 이쁘던데...왠지 여자 앞이라 말이 더 안 나올 것 같은데...

하지만 난 자신 있게 트윈베드와 냉장고를 연발했고 들려오는 대답은 트윈베드는 바로 만들어주겠다와 전 객실 모두 냉장고는 없으며 여름이 되어야 놔준다라는 것. 

아주머니 한분이 오셔서 침대를 반으로 가르는 마법을 시전 하시더니 순식간에 트윈베드로 변경되었다. 

우리는 뭔가 아쉬웠지만 하는 수 없이 짐을 이곳에 풀고 내일부터 있을 투어를 위해 동네 탐색에 나서기로 했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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