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채팅 서비스가 게임 커뮤니티로 발돋움한 배경은?
최근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속속 디스코드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텀블벅에서 2021년 2월 19일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언소울드> 팀 역시 디스코드 서버를 만들어 인디게임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미 다수의 이용자가 모여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사실 개발자들은 게임 개발에 매진하느라 실시간 답변이 어려운데, 이용자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더 재미있게 게임 즐기는 법을 공유할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언소울드 채널에서 활동하는 이용자들이 직접 마케터가 되어 다른 채널에 게임 홍보를 하기도 하니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 언소울드 팀의 말이다.
디스코드에 왜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속속 모여드는 걸까. 문자, 음성 채팅은 물론 화상 통화 등을 지원하는 인스턴트 메신저다. 웹, 모바일 앱, PC 등 디바이스 제한 없이 다양한 형태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화상 통화와 화면 공유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무료다. 가입만 하면 쉽게 서버를 개설할 수 있고, 사용자를 초대해 서버 내에서 함께 활동도 할 수 있다. 서버 사용자는 글을 게시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음악이나 사진, 영상도 손쉽게 서버에 올려 함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디스코드의 폭발적인 게임 이용자 증가는 몇몇 세계적인 인기 게임들이 전용 커뮤니티로 사용하면서다. 전 세계를 강타한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를 비롯해 ‘월드 오브 탱크’ 등이 디스코드를 공식 커뮤니티로 지정한 것. 이후 디스코드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에는 론칭 3년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확보했고, 2021년 현재는 3억 명의 사용자가 북적이는 대형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디스코드 성장 요인은 서버 기능을 앞세운 커뮤니티다. 다만, 디스코드 이용자들은 대부분 게임을 같이 즐기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만큼 언제든지 더 좋은 서비스나 프로그램이 생기면 밀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디스코드는 서버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서버 부스트’로 이용자들의 발을 묶어두고자 했다. 일반인도 매달 9.99달러를 지불하면 파트너 서버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모티콘이 추가되거나 오디오, 스트리밍 방송 품질이 올라가는 등 가격 대비 장점이 더 많다.
이용자들은 서버 내 채널을 개설할 수 있다. 음성 전용, 게임 전용, 문자 채팅 전용 등 세부적으로 채널을 나눌 수 있고, 서버 운영자는 일부 이용자들에게 ‘채널 관리자’ 역할을 부여한다. 관리자는 채널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수시로 들여다보면서 관리에 힘쓴다. 개설된 채널은 성격에 따라 게임 공지사항을 올리기도 하고, 이용자들끼리 게임 꿀팁을 공유하거나 그냥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 음성, 이미지, 영상, 문자가 채널 속에서 마구 날아다닌다. 공감대를 나누는 데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디스코드 채널을 운영 중인 조충현 레이블랙 기획자는 편의성을 하나의 장점으로 손꼽았다.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 단어도 고르고, 문맥도 맞춰야 하다 보니 고려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아무래도 머리에서 나오는 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빠르게 피드백을 들어야 하는데, 글로 쓰는 과정에서 자기 검열도 하게 되고, 핵심이 날아가는 경우도 다반사였어요." 이어서 그는 “늘 디스코드를 켜두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말을 하면 챗봇이 자동으로 내용을 남겨 두고, 또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나 팀원을 빨리 소환하기도 편해서 계속 쓸 생각입니다."
텀블벅 역시 인디게임 창작자들과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디스코드 서버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라 텀블벅 게임 담당자는 "개발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은 물론이고, 크라우드펀딩 노하우와 경험, 각종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장(場)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 에스텔 / 일러스트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