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 커뮤니티에 던져본 프로젝트에 관한 세 가지 질문
프로젝트라는 건 대체 무엇이고, 그 특별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프로젝트 피플〉은 오늘부터 3회에 걸쳐 '프로젝트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생각과 지식을 공유하려 합니다.
1. 당신에게 프로젝트란
2. 프로젝트에 관한 아주 짧은 역사
3. 시작하는 프로젝트 피플을 위한 최소한의 안내서
텀블벅에서 일하면서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하루에 수백 번도 넘게 마주친다. 프로젝트 올리기, 프로젝트 둘러보기, 프로젝트 스토리, 프로젝트 밀어주기... 하지만 프로젝트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를 묻는다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말로 옮길 수는 있을까? 그러고 보니 프로젝트라는 말의 정의나 기본 요건 같은 것을 학교에서 배워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작업, 사이드잡, 창업, 취미... 텀블벅에 올라오는 많은 프로젝트들 중에 어떤 것은 누군가의 본업이고, 어떤 것은 누군가의 부업이고, 어떤 것은 누군가의 취미 활동이기도 하다. 사업자를 내고 영리 활동으로 새로운 기획을 연이어 선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대중은 잘 이해하기도 힘든 마이너한 취향을 아는 사람끼리 공유하기 위해 단발성으로 일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일들을 하나로 묶는 '프로젝트'라는 단어의 특별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그래서 프로젝트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프로젝트라는 형태는 어떤 과정과 역사를 통해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프로젝트를 잘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탐구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답을 찾아나서기에 앞서, 이미 프로젝트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텀블벅 커뮤니티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텀블벅 인스타그램과 SNS를 통해 프로젝트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변 일부를 공유한다.
윤종신이라는 인물보다도 그의 11년차 월간 음원 발매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매월 새로운 협업자와 함께 싱글을 발매할 뿐 아니라 웹진을 통해 콘텐츠를 발행하고, 소설집을 출간하기도 한다. '독자적인 매체이자 기획 집단'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월간 윤종신〉은 꾸준한 것으로는 비교할 데가 딱히 없을 정도다. 하나의 장기 프로젝트라고 볼 수도 있지만, 매번 협업자와 포맷, 주제, 양식을 바꾸어 완결성 있게 작업하는 단기 프로젝트의 반복이기도 하다. 이미 자신만의 스타일과 제작방식을 갖고 있는 제작자가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창작 세계를 확장하기에 더없이 좋은 포맷이다. 2021년 4월호 협업자는 선우정아.
가끔 좋은 프로젝트는 진지한 고민보다 가벼운 '막 던지기'에서 출발한다. 〈발명! 쓰레기걸〉은 쓸모없는 물건을 쓸모있게, 또는 쓸모있는 물건을 쓸모없게 만들며 개그와 발명, 디자인과 상황극을 하나의 쓰레기 더미처럼 뒤섞는 정체불명 유튜브 채널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발명! 쓰레기걸〉의 아이디어가 1인 게임 창작자 언더독게임즈를 만나 세상에 없던 프로포즈 게임을 만들었다. 사랑하는 상대에게 프로포즈할 때 쓰는 아름다운 단어들을 부적절한 단어로 바꿔치기한 〈방금 떠올린 프로포즈의 말을 너에게 바칠게〉는 2억 원 가까운 자금을 모집해 인기리에 출시됐다.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는 평소에 하던 역할을 벗어나 일인 다역을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시험의 장이기도 하다. 보이스 아이돌 프로젝트인 〈에버샤인〉은 여느 아이돌처럼 멤버마다 성격, 파트가 있고 함께 모여 음악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지만, 실제로 만나볼 수는 없다. 2D 캐릭터에 투니버스 출신 성우들이 목소리를 입혀 제작했기 때문이다. 약간은 생소할 수 있는 이러한 시도를 해내기 위해 이상호 성우는 혼자서 프로듀서, 캐릭터 디자인, 음원 발매, 펀딩 등 수많은 역할을 직접 수행하고 조율했다. 프로젝트의 목표가 뚜렷할 때, 역할과 역량에 관한 고정관념은 자연스럽게 힘을 잃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적극성이 발휘된다.
말이 필요 없는 2021년 상반기 최고 화제의 인물, 배우 윤여정. 그는 '생계형 배우'라는 말에서도 느껴지듯이 '예술가'나 '배우'라는 타이틀과 그것다운 것이 뭔지에 대한 고매한 고민에 몰두하기보다는 자신 앞에 놓인 일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대한 결과로 현재의 자리에 이르렀다. 우리는 그가 참여한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그를 알았지만, 결국에는 개별 작품을 넘어 윤여정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깊은 인상이 남았다. 프로젝트 선택 기준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것은 사치"라고 말하기도 한 그. 자신의 분야에서 어떤 경지에 오른 사람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란 조금 더 즐겁고 자신답게 일할 계기를 설계하는 도구로 쓰인다. 성취는 따라오는 것일 뿐.
니키리의 대표작은 제목부터가 〈프로젝트 시리즈〉다. 개인의 변화무쌍한 사회적, 심리적 정체성을 직접 다양한 세계 속으로 잠수하듯 들어가 표현한 그의 사진 작품은 한 사람 안에 몇 명의 자아가 있을 수 있는지 자문하게 만든다. 힙합, 펑크, 고등학생, 여피... 언어와 패션, 연기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표현해 낸 니키리의 여러 명의 자화상. 그에게 '프로젝트'란 태어날 때부터 하나의 정체성만을 갖고 살아야만 할 것 같은 제약을 끊어 내는 계기로 작용했다. 최근에 그가 대중에게 더욱 알려지는 계기가 된 배우자 유태오도 니키리를 가리켜 '나의 정체성'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재미있다. 표현하고 활동하는 사람에게 정체성은 과연 제약일까, 자유일까?
신생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고, 기업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위트있는 제품을 출시하며, 지난 5월 4일에는 〈프리워커스〉라는 책을 발간해 베스트셀러에 이른 모베러웍스. 재미와 자유가 전제되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 누구나 반길 만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성공으로 보여준 이들은 의식적으로 일의 주기를 길게 잡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서 멤버 소호는 "1년 뒤가 아니라 오늘 하루 어떻게 재밌게 보내지?가 질문이 된다"고 말했다. 창업 계기도 단편소설을 출간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였다고 하니, 프로젝트 단위로 시도와 실험을 이어가는 모베러웍스의 방식은 어쩌면 앞으로 모두에게 자연스러워질 것인지도 모른다.
기회가 된다면 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에 대한 텀블벅 커뮤니티의 답변 내용은 응답 수만큼이나 다양했다.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수공예적 열망부터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발굴하는 지적 호기심, 젠더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싶은 참여 의지, 기술을 통해 창작의 과정을 쉽게 하고 싶은 발명가 기질까지. 동기가 다양한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
'프로젝트 피플'들의 답변을 읽으며 나 역시 언젠가 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를 적어놓은 노트를 꺼내 목록을 훑어보았다. 허황된 것도 있고, 당장 내일이라도 해 볼만한 것도 있다. 나에게는 어떤 열망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시동을 거는 에너지원이 되어 줄까? 어떤 프로젝트를 실현해낼 수 있을 것이고, 그 프로젝트는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일단은 노트를 조금 더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가까이 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기로 한다.
다음 피처 〈프로젝트에 관한 아주 짧은 역사〉에서는 프로젝트의 정의와 역사적 형성 과정을 간략히 살펴볼 예정이다.
글 김괜저
일러스트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