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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Jun 14. 2021

시작하는 프로젝트 피플을 위한
최소한의 안내서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조언 5가지

프로젝트라는 건 대체 무엇이고, 그 특별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프로젝트 피플〉은 3회에 걸쳐 '프로젝트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생각과 지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① 당신에게 프로젝트란

② 프로젝트에 관한 아주 짧은 역사

③ 시작하는 프로젝트 피플을 위한 최소한의 안내서




지난 글 〈프로젝트에 관한 아주 짧은 역사〉를 통해 인류사의 변화를 만든 대형 프로젝트부터 최근 열풍인 개인 차원의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창조적인 시도의 프로젝트화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온 과정을 살펴보았다. 누구나 쉽게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현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지만, 정작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데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노하우는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한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프로젝트가 개인의 세계에서도 흔한 요소가 된 만큼, 어떻게 해야 프로젝트를 잘 진행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도 조금 더 쉽게, 널리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할 때에 나름의 준비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상의 변수나 시간 부족, 협업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기대보다 아쉬운 결과를 내곤 한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팀을 이뤄서 하는 프로젝트이거나 크라우드펀딩으로 다수의 후원자를 모집한 경우라면, 미숙한 프로젝트 관리로 인해 나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실망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프로젝트 관리라는 전문 분야를 깊게 파고들지 않더라도 모든 프로젝트에 일반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접근 방법과 주의사항을 미리 파악한다면 처음 시작하는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들이 공통되게 강조하는 포인트를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 목적과 방향성은 처음부터 뚜렷하게

프로젝트가 '하나의 유일무이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수행되는 일시적인 노력'임을 떠올릴 때,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지가 불분명한 프로젝트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가장 첫 단계가 목적과 방향성을 명확하게, 글로 정의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일례로 보드게임을 만드는 김 연 디자이너는 모든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문서화된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기획서 작성 과정은 나중에 있을 모든 과정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써서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결과물이 어떤 사양으로 나와 주어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과물에만 집중하다 보면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취지나 방향성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팀 차원에서, 개인 차원에서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 것인지 조금 더 추상적인 방향성을 미리 정해 놓으면 결과물이 조금 바뀌더라도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성취는 놓치지 않을 수 있다.


1편 〈당신에게 프로젝트란〉에서 언급된 〈월간 윤종신〉의 경우에도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방향성을 명확히 정한 것이 유효했다. "손해를 최소화하고 음원 발매를 계속하는" 기본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자신의 색깔이 뚜렷하고 재미있는 작업을 이어가는 창작자를 발굴해 콜라보레이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출처: 사이드 프로젝트의 정석)



2. 지금 아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미래를 향해 던지다'는 어원의 프로젝트는 본질적으로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를 기획함으로써 시작된다. 그렇기에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여러 사람의 기대치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리의 핵심이 된다. 아직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불확실한 것은 무엇이고, 이미 파악되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음원을 발매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한다고 할 때, 현 시점에서 작곡이나 작사가 되어 있는 상태인지, 가녹음까지 되어 있는 상태인지, 협업자들이 확정되었는지 등을 알 수 있어야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미 확실한 사항은 어디까지이고 아직 불확실해서 앞으로의 팀의 역량에 맡겨야 하는 것이 어디까지인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외부에서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는 투자자나 후원자가 있다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를 투명하게 공유할 책임은 더욱 커진다. 지난 2019년 펀딩 성사된 〈메릴 스트립 프로젝트〉 프로젝트의 경우 아직 성사되지 않은 메릴 스트립과의 인터뷰 과정을 영화로 담아낸다는 기획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메릴 스트립을 실제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효선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인터뷰는 불발될 가능성이 있지만 메릴 스트립을 찾아가는 모든 과정을 담아낸 결과물을 그에게 틀림없이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실제 성사 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디렉터스 노트로 진행 과정을 공유해 오며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면 불확실한 요소를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 아는 것'을 충실하게 공유하고 '아직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말한다면 지지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도 연결될 수 있다.


3. 완성도, 예산, 소요시간의 삼각관계

결과물의 완성도와 예산, 그리고 소요시간은 프로젝트의 주된 제약 요소들로서 서로 모순된 관계에 있다. 좀 더 멋지고 탁월한 결과를 내려면 예산이나 시간이 더 필요하고, 예산과 시간 중 하나를 줄이려면 다른 하나는 늘려야 하기 마련이다. 완성도에 대한 기준상의 작은 차이로도 예산과 소요시간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책을 만든다' 처럼 간명한 한 마디가 정확히 어떤 책을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2주 동안 100만 원이 들 수도 있고, 6개월 간 1,000만 원이 들 수도 있는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젝트라면 완성도를 우선시하느라 예산과 소요시간이 예측을 초과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기획 초기에 어떤 것들이 '필수'이고 어떤 것들이 '있으면 좋을 것'인지를 명확히 분리해 두는 것이 좋다. 이러한 분별이 없으면 해야 할 일의 범주가 어느새 계획과 상당히 바뀌어 버리는 '스코프 크리프(scope creep, 범위 변동)'가 발생하기 쉽다.


크라우드펀딩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추가 목표'('스트레치 골'이라고도 한다)를 통해 기본적인 완성의 기준과 추가적인 목표를 분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책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기본 예산으로 100만원이 책정되었다면, 만약 200만원 이상이 확보될 시 책의 사양을 하드커버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이는 후원자 참여를 촉진할 뿐 아니라 핵심적인 일과 부수적인 일을 명확히 구분해 '배보다 배꼽이 커지지' 않게 돕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프로젝트를 제 시간, 제 값에 끝내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완성도를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프로젝트를 맡은 책임자로서 예산과 일정에 맞추는 것이 워낙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상의를 통해 제작비를 늘리거나 일정을 늦출 수 있을지 논의해 보고 나서 결정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4. 프로젝트도 사람이 하는 일

프로젝트 관리에 필요한 역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조직 관리 역량이나 기술적인 역량보다도 인간관계를 다루는 역량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러 명이 한 팀을 이루어 공동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라면 팀워크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전적으로 좌우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동기도 모두 다르고, 어떤 부분에서 성취감을 느끼는지도 모두 다르다. 바람직한 과정과 좋은 결과물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것은 물론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팀원들이 각자 프로젝트에서 기대하는 점, 자신의 역량과 장단점, 우려되는 점 등을 적은 일종의 '자기 사용법'을 공유하면 좋다. 프로젝트에 관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리더가 할지, 다수결로 할지, 어떤 토의의 과정을 거칠지 등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나마 원칙을 정해 놓으면 과정이 수월하다.


설경 혼자 하는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완전히 모든 과정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이뤄지는 프로젝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제작을 위해 공장 등의 인프라를 활용할 때에도,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거나 장비를 대여할 때에도, 심지어 완성된 제품을 배송할 때에도 타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따라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어떤 사람들과 어떤 접접이 생기는지를 목록화하고, 관계된 사람들의 일정 등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좋다.



5. 변화에 열려 있기

프로젝트 관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다. 꼭 천재지변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마감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정이 변동되는 일은 아주 흔하다. 필요한 줄 몰랐던 부수적인 작업이 추가되는 것도 일반적인 일이다. 프로젝트가 기본적으로 불확실한 일인 만큼 이러한 변화가 분명히 있을 것임을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 팀의 예비 시간을 확보해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고, 실제로 변화가 발생했을 때에는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최선의 결과를 찾아야 한다.


만약 개인적으로 불확실성과 변화로 오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이라면 본인의 여유를 그만큼 더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해 본 사람이나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적극적으로 고민을 공유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예기치 못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 프로젝트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이 부담스럽고 실패에 대한 겁이 나서 팀원이나 관계자들에게 선뜻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드러나지 않게 직접 해결하겠다는 책임감도 좋지만, 애초에 계획한 것과 다르게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시간을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변화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과정을 함께 따라오며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언들을 정리해 보았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기본 특성이 '고유성'인 만큼, 프로젝트 관리자 한 명 한 명도 고유한 사람이고 고유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그래서 프로젝트 관리 노하우도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자신이 총대를 매고 빈 구멍을 채워 가는 방식으로, 누군가는 여러 사람을 적절히 조율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에 이르게 할 것이다.


결국 프로젝트 관리에 가장 필요한 자질은 나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 미래를 기획하는 신나는 일을 끝까지 잘 해내고자 한다면 나 자신을 알고, 내 팀을 알고, 내 프로젝트를 알기 위한 파악의 단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면 좋겠다. 전문적인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을 담은 수많은 책이나 자료들은 자신을 잘 아는 기획자를 보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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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괜저

일러스트 최재훈, 김괜저 


참고자료   
Project Management Basics, Wrike
10 Mistakes Every Project Manager Makes
The curious case of human psychology in project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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