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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Aug 20. 2021

[내러티지] 2화.
하토 작가의 잘 먹고 잘 살기

독립 활동과 삶이라는 저글링 속에서 균형과 속도를 유지하는 법

내러티지

만화 속 하얀 네모 칸을 보신 적 있나요? 말풍선과 달리, 캐릭터의 속마음이나 이야기 속 상황을 설명하는 이 칸은 '내러티지(narratage)'라고 부릅니다. 정작 만화 속 캐릭터는 그런 칸이 존재하는지 모르지만, 독자는 이를 통해 캐릭터의 이면은 물론 작가의 의도나 앞으로의 서사를 파악하고 예측하기도 합니다. 텀블벅은 이 내러티지의 영역을 작품 외부로 확장해 가져오고자 합니다. 인터뷰 시리즈 <내러티지>는 전통적인 지면이나 정식 연재 플랫폼은 물론, 다양한 공간을 종횡무진하며 독자적인 길을 걷는 그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봅니다.



하토 작가는 네이버 시리즈에서 〈안녕 나는 너를 좋아해〉〈썸인 썸머〉등의 작품을 다수 발표했다. 그 후 오픈 플랫폼인 딜리헙을 통해 채식을 주제로 한 만화 〈두연씨, 잘 먹고 잘 살아요.〉시즌 1을 독립연재 후 텀블벅에서 프로젝트를 열어 단행본을 제작했다.


언제부턴가 한쪽에서는 'N잡', '사이드 프로젝트'가, 반대편에서는 '워라밸' 등이 자주 언급되면서 일과 삶의 문장에 '병행'이라는 단어가 끼어들어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병행이 익숙한 환경 속에서도 대부분 마음 한 켠에서는 불안감이 싹튼다. 이를 타파하고, 여러 일을 저글링하면서도 무엇도 떨어뜨리지 않는 균형감에 대해 하토 작가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가 직접 느낀 일과 삶 속에서의 균형은 어떤 것인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채식과 인간관계 사이의 외줄타기, 만화 〈두연씨, 잘 먹고 잘 살아요.〉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비로맨스 여성 서사 엔솔로지 〈여명기〉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두연씨 잘 먹고 잘 살아요.〉  (이하 〈두잘잘〉) 를 그린 만화가 하토다. 이 외 대표작으로 〈안녕 나는 너를 좋아해〉가 있다. 지금은 독립연재 플랫폼 딜리헙에서 〈두잘잘〉 시즌2 연재 중이다.


작품 제목 〈두연씨, 잘 먹고 잘 살아요.〉는 어떻게 짓게 됐나? '잘 먹고 잘 살아라'는 반어법으로도 쓰이지 않나.

이중적인 부분도 염두하고 지었는데 독자 중에선 크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 (웃음) '잘 먹고 잘 살아라'라는 표현이 반어법으로 쓰이면 '이기적이다'라는 뜻이지 않나. 채식주의자에게 '왜 너는 너만 생각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러나 사실은 양쪽 모두 이기적인 게 아니고, '잘 먹고 잘 살라'는 말이 좋은 말인 것 같아 그 의미를 살리고 싶었다.


〈두잘잘〉은 '두연'이라는 비건 지향인을 중심으로 한 생활 만화다. 작품이 채식인으로서의 대표성을 지양했을 것 같다. 아니면 오히려 지향했을까?

채식 만화니까 채식하는 분들이 본다는 생각은 했지만 작품이 대표성을 띤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 이미 확실하게 '비건' 정체성을 띄는 콘텐츠가 있어서 〈두잘잘〉은 후발주자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자신도 채식을 완벽한 선택이라기보다 차선책 혹은 대안으로 여기고 있어 아마 독자도 작품 속에서 이를 느낄 듯하다. 오히려 채식에 대한 오정보를 주거나, '완벽하지 않은 채식인이 채식 만화를 그리는 것'에 대해 더 많이 고민했다. 같은 채식인이어도 채식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양하므로 앞으로의 〈두잘잘〉에서는 채식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는 내용이나 완벽한 채식의 어려움에 대해 그릴 예정이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어쩔 수 없다.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걸 그리는 거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같은 채식인의 피드백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초기 기획부터 채식에 도움이 되기 위해 만든 콘텐츠니까 채식 생활에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는 모두 마음에 남는다. '채식을 하면서 외로웠는데 보면서 위로가 됐다' 아니면 '자기를 이해해줬으면 해서 책을 선물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두연씨가 혼자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고민하는 상황이나 사람들에게 듣는 말에 혼자서 신경 쓰는 장면에 공감했다는 말을 들을 때 독자들 역시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비단 채식뿐만 아니라 어떤 운동을 할 때는 실천 그 자체보다도 지속할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한 것 같다. 그렇기에 '역시 인간 관계가 제일 중요하구나'라는 걸 느낀다. 그래서 작품을 만들 때도 '채식'이라는 주제와 '캐릭터의 인간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신경 쓴다. 각 회차마다 레시피나 채식에 관한 설명과 캐릭터의 이야기가 함께 들어가야 하는데 어찌 조율하니 또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인간 얘긴데, 채식 만화니까 레시피도 들어가야 돼!' 이런 식으로 뒤섞어서. (웃음) 결국 하고 싶은 건 사람 얘기다. 만화는 사람 얘기 없이 진행될 수 없으니까. 〈두잘잘〉 안에도 채식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가야 되고, 두연씨도 그 속에 속한 데다가 정말로 본인이 맞는지도 알 수도 없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 큰 세상이 있지만, 자신이 맞다고 여기는 걸 계속 이어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그리려고 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두잘잘〉 시즌 3까지 고려했지만 축소를 결심했다고.

처음엔 시즌 3까지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까지 길게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고, 독립 연재의 불안정성도 있어서 재정적으로 다음 시즌까지 끌고 가기 어려울 것 같더라. 그래서 20화로 마무리짓게 되었다.


최근 SNS를 통해 〈두잘잘〉 캐릭터 투표를 했다. 작가는 누구를 뽑을 것인가?

사실 이 질문을 보기 전까지 전혀 고민해 본 적 없다. 나는 셋 중에서 가벼운 느낌이 있어 편하다는 이유로 유서라를 뽑을 듯하다.   

참고로 1위는 힘찬씨였다.




'독립연재'라는 토양 다지기



대형 플랫폼에서 작품활동을 하다 독립 플랫폼으로의 연재를 결정하면서 큰 결심이 필요했을 듯한데. 어떻게 독립연재를 결심한 건지.

지금은 연재 주기가 다양화된 플랫폼이 있지만 그 당시엔 주간 마감이 전부였는데 너무 힘들었다. 앞으로 이런 식의 주간 마감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MG 제도(미니멈 개런티의 약자. 원고에 대한 고료 지불이 가불 형태로 지급되는 방식을 뜻한다. 가불로 책정된 금액의 n배 수익을 플랫폼이 취한 이후부터 작가는 작품에 대한 수익을 계약 조건에 따라 플랫폼과 나눠 받을 수 있다.)에 대해서 문제를 많이 느꼈다. 내 작품이 수익을 잘 못 내는 문제도 있지만, 단순하게 이 제도가 작가를 너무 착취하고 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다른 대안이 있다면 시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독립연재를 선택했다. 독립 연재 플랫폼이 막 등장해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인 데다가 당시엔 주기적으로 연재하는 작품도 그리 많진 않았다. 그래서 독립연재 혹은 만화 시장의 토양을 다지는 데 이바지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곳에 작품을 하나라도 더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반골 기질로 시작한 것도 있다. 물론 불안정한 수입을 대비해 다양성 만화 제작 지원 사업*으로 보완했지만, 일시적인 사항이니 완전한 대안이 아니긴 했다.

* 다양성 만화 제작 지원 사업: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작품 제작 지원 사업. 주요 시장에서 보기 드문 주제나 연출시도 등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두잘잘〉은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자각이 있었다. 채식을 주제로 한데다 독립연재로 하면 이걸 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고민도 많았고, 독립 플랫폼에서 연재하기엔 내용이 '슴슴'했다. 보통 일종의 로맨스 라인을 작품에 넣어 시장성을 끌어올린다. 상업 플랫폼에 투고했다면 분명 '남자 캐릭터를 조금 더 넣으면 좋겠다' 같은 의견도 들어왔을 거다. 그리고 독립 플랫폼 내 독자들도 비교적 자극적인 작품을 원할 거라 예상했다.


사실 다양성 만화 지원 사업이 없었다면 〈안녕 나는 너를 좋아해〉 다음 〈두잘잘〉을 해야겠다는 용기 내지 못했을 것 같다. '일단 한 번 신청해보고, 안 되더라도 구상한 게 아까우니 딜러헙에 연재하자'고 마음먹었다. 만약 지원 사업이 없었다면 연재 자체는 물론이고, 연재를 했어도 중간에 그만뒀을 수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지원금 덕에 끝까지 갔다.


대형 플랫폼과 독립연재의 차이점을 꼽는다면.

상업 플랫폼은 아무래도 금전적인 면에서 안정적이지만, MG 제도는 추가 수익을 바라기 어렵고 제도를 계속 신경을 써야 하는 단점이 있다. 내 작품은 플랫폼과 직계약을 한 게 아니라 중간에 에이전시를 경유한 케이스다. 따라서, 작품을 게시하는 플랫폼, 에이전시 순서로 수익을 나누고, 작가는 플랫폼과 에이전시와 수익을 모두 쉐어한 이후에야 추가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에이전시와 함께하면 플랫폼 직연재보다는 추가 수익을 바라기 더욱 어려운 구조다. 대부분의 작가가 추가 수익보다는 월급처럼 생각하고 첫 미니멈 개런티에 만족하면서 계약하는 경향이 있다. 계약 이후에는 담당 PD가 작업 스케줄을 조정하거나, 기타 작업을 맡아주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장점이 있다. 식자*나 2차 가공은 에이전시와 함께하면 담당 PD가 조금 더 편집을 해주기도 하는데, 직계약은 그런 도움이 적다고 한다.

독립연재의 문제는 앞서 말한 도움들이 전혀 없는 거다. 반대로 수익은 불안정하지만, 수수료 없이 본인이 온전히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식자: 만화 안에 글자를 얹는 일


조심스럽지만 수익면에서의 차이는 어떤가?

꽤 크다. 나는 상업 플랫폼에서 연재할 때도 인기가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계약된 만큼은 돈이 들어왔다. 독립 연재를 시작하면서 작년에는 다양성 만화 제작 지원 사업 덕에 경제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지만 플랫폼 통한 수익이 그리 크진 않았다. 되레 독립연재 토양을 다진다는 마음이 더 컸다. 사실 나 역시 잘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프리랜서란 마치 파이어족



'지속가능한, 독립적인 창작 활동'을 위해서 가장 균형을 맞춰야 했던 부분은.

'안정적인 금전'이 중요하다. 상업 플랫폼이라 해도 작품 구상 단계에서는 돈이 들어오지 않고, 막상 일을 시작해도 돈이 들쭉날쭉하게 입금되니까 재정 관리 능력이 꼭 필요한데, 독립 연재를 해보니 이 부분이 더 크게 다가오더라. 독립연재로 살아남으려면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인 FIRE로, 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를 뜻하는 신조어)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파이어족을 지향하는 분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수입으로 나중에 미래에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책을 쓰는 등의 부수입을 위한 활동을 한다. 작가로 치면 작품을 많이 만들어 두면 그게 점점 연금처럼 쌓이는 구조처럼 말이다. 물론 '작업'으로서 얼마나 만족할 수 있는지 어렵다는 게 문제다. 파이어족은 안정을 위해서 매달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연 단위로 사용할 예산을 정해두고, 해당 해에 사용하고, 투자로 다시 자금을 채우는 방식이더라. 사실 만화 그리는 사람이 1년 치 생활비를 확보하는 게 쉽진 않지만, 작품 기획 단계에서 자금 분배를 좀 더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철저히 자금 분배하는 타입인가?

아니다. 〈두잘잘〉을 하고서야 얻은 결론이다. 작년은 지원 사업을 받았으니까 걱정은 하긴 했지만 굳이 관리 필요성까지 느끼진 않았다. 정기적인 제작 지원금이 있으니 최대한 소비를 줄이는 데 적응하자 정도로 큰 틀에서의 재정 관리 인식 정도만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 일정 수준의 준비 혹은 예비 비용을 염두하고 있다. 자금 부족으로 연재를 관둬야 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나니 아예 작품 기획 단계부터 돈을 계획적으로 준비해놓으면 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독립 연재에서 발생하는 최소 수익과 생활비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하면 좋지만 분명 계획한 대로 되진 않을 테니 처음에는 녹록지 않을 거다. 한 달 치 최소 비용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6개월 분을 미리 확보하는 게 안전한 것 같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건 차라리 적응하자는 마음을 먹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어떤 작가가 아무런 기반 없이 첫 연재를 준비하는 데 필요 자금을 넉넉하게 만들고 시작할 수 있겠나. 당연히 큰 모험이다.




언제나 완벽한 대안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 작업 외에도 챙겨야 할 여러 업무가 있을 듯한데, 업무 균형을 맞추기 위한 루틴이 있다면.

작화에 필요한 시간 외에 말풍선, 식자, 효과음, 원고 리사이징이나 썸네일, 작품 업로드 등에 걸리는 시간까지 전부 고려한다. 작업 중간쯤 대충 넘어가는 습관이 있어 시간 분배를 적절히 하지 않더라. 그래서 자잘한 일을 단계별로 나눠 저장하고, 하나씩 체크하는 게 나만의 작은 팁이다. 과정을 최대한 세분화하고 일을 얕보지 않아야 한다. 콘티도 특별하지 않다. 전체 내용을 간략하게 글로 정리하고, 다음 화로 넘어갈 때마다 세분화해서 살을 붙인다.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저 열심히 그릴 뿐이다.


지원 사업에 대한 팁이나 에피소드가 있을까?

초기 사업 계획서 작성 외에도 중간, 마지막 평가가 있고, 회계 관련 서류도 만들어야 한다. 정부 사이트에서 회계 작업하기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더라. 사실 받은 지원에 비해 큰일은 아니지만, 만화 작업과 병행한다는 게 번거롭고 힘들었다. 만화를 그리고, 책을 만드는 중간 평가와 회계 처리를 해야했다. 결국 이거저거 계속 돌려가면서 균형을 맞출 뿐이다. (웃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했다는 것 정도? 지원 사업 담당자와 직접 만난 적 없이 메일과 전화로만 소통하다 사업이 끝났다. 근데 만화는 대부분 비대면이 기본이라 크게 다른 것도 없었다.


텀블벅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어땠는지.

'연재 플랫폼'과 '크라우드펀딩'은 상호보완적이다.  웹에서 독립연재로 발행하고, 텀블벅으로 책을 엮으면 한 작품으로 수익을 두 번 얻을 수 있고, 더 많은 독자도 만날 수 있다. 독립연재 플랫폼에서는 만날 수 있는 독자가 한정적이다. 아무래도 웹툰 독자가 많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독립연재 플랫폼을 사용하는 분들은 더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만들면 앞서 말한 독자 외에 더 많은 분에게 작품이 갈 수 있다. 기존 독자 외에도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방법을 적극 활용해야겠다고 마음 먹어 텀블벅을 찾게 됐다. 텀블벅 유저 중에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일반적인 작품보다 특이한 작품을 원해 후원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독립 출판을 진행해도 개인으로는 한계가 있어 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텀블벅 프로젝트를 열게 됐다. 그래서 사실 연재 플랫폼과 텀블벅의 비교는 애매하다.


다만 제일 크게 느낀 것이 있다면 에이전시와 함께할 때는 PD가 작화 바깥에 있는 일을 많이 맡았다. 내레이션이나 말풍선 안에 식자를 얹는 등 쌓이면 귀찮아지는 작업 말이다. 하지만, 텀블벅 프로젝트를 하면서 직접 해야 했다. 또, 출판사를 시작했으니 입고 관련해 서점과 계속 연락을 하는 등 관리나 유통 문제가 어려웠다.


작가의 독립적인 작품 활동은 대형 자본을 가진 사업체와 협업을 위한 테스트일까?

독립 플랫폼 연재를 다짐했던 큰 이유는 불합리한 MG 제도 때문이었다. 현재 웹툰 작가에겐 웹툰 연재 혹은 대형 플랫폼 계약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제는 그마저도 에이전시와 중간 계약을 맺지 않으면 연재가 더 어렵다. 이처럼 적절한 대안이 없다 보니 MG 제도가 더 공고해지고 있다. 작가들이 독립연재 시장에 많이 진출할수록 이런 문제가 개선될 거라고 봤다. 그래서 시장이 커지길 바라며 뛰어들었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만큼 원활하진 않았다.


플랫폼은 자극적이고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작품에 투자하다 보니 그에 준하지 않는 작품은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작가 역시 작품을 기획할 때 그리고 싶은 내용이 '슴슴'하면 자꾸만 자극적인 방향으로 고민하게 된다. 그러니 '다양성'은 한 켠으로 빗겨 난다. 그런데 독립연재 플랫폼이 있고, 크지도 않고, 비고정적이더라도 수익이 보장된다면 그 '슴슴'한 작품을 보는 독자가 있을 거라고 봤다. 앞서 말한 것처럼 토양을 다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버텨야 하는데, 버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더 많다. 그러나 아직도 독립연재 시장이 커져야 한다는 필요성은 확고하기에 다양한 창작자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현재로선 독립연재로 살아남으려는 작가들이 난항을 많이 겪는다. 대형 플랫폼에서 독립연재로 넘어오는 것도 대안이지만, 그 대안으로 생존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상업 연재처가 아닌 대안 플랫폼이 커지기 위해서는 비창작자 유저들의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존재해야 한다. 즉, 작가가 플랫폼에서 살아남는 것만큼 유저에게 신뢰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독립연재 활동을 그저 지나가는 플랫폼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한다. 그러나 더 책임감을 가지면 좋겠다. 물론 창작자가 플랫폼에 뼈를 묻으라는 건 절대 아니지만,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거다. 일반 유저들이 '독립연재 플랫폼은 작가들이 신작 테스트하는 용도인가'라고 여기기 시작하면 작품에 값을 지불하는 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두잘잘〉도 비독점 연재 제의가 들어왔지만, 이미 딜리헙에서의 독자들이 있고, 독립연재 시장이나 플랫폼과의 신뢰를 위해서 거절했다. 〈여명기〉도 텀블벅에서 펀딩을 했고, 이후 기성 출판사에서 재출간을 했다. 하지만 텀블벅 리워드에 문제가 전혀 없고, 후원자만을 위한 선물이 있었기에 플랫폼과의 의리가 있다고 본다. (웃음)


유저들의 자각도 더 필요하다. 독자층이 얕다 보니 논의의 기회 자체가 적고, 또 창작자가 대부분 가난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을 꺼내기 더 어렵다. 나도 잘하는 게 아니니 강하게 주장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현 상황이 최선은 아니니 주인 의식이나 책임감, 문제 의식을 가져야 한다.


작가가 독립 활동을 하기 위해 제일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만화가는 다 비슷할 텐데 프리랜서는 휴식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과로하게 된다. 실제로 주간 마감을 하는 동안 휴재 기간임에도 세이브*를 만들어야 해서 쉬지 못했다. 그래서 주간 마감이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연재가 끝나고 영문을 알 수 없이 아팠다. 크게 아팠다기 보다 몸에 오한이 들고 독감 걸린 것 같았다. 작업을 오래 하려면 휴식 시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세이브: 바로 게시하지 않지만 미리 제작하여 비축하는 분량


재밌는 게 〈두잘잘〉은 격주 연재 중인데 작업량으로 따지면 주간 마감과 비슷하다. 한 회에 20페이지 조금 넘는다. 주간 마감할 때도 60컷가량, 페이지로 따지면 10페이지를 그린다. 분량으로만 보면 딱 두 배지만 일을 두 배로 하진 않는다. 만화라는 게 콘티 짜는 시간은 사실상 비슷해서 주간 마감 중에도 최소한 이틀에서 많게 4일까지 사용했다. 그러니 남은 시간 동안 몰아치듯 작업을 했는데, 격주 연재도 콘티 작업에 사용하는 시간은 비슷하지만 주간 마감보다 작화에만 약 1.5배에서 두 배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니 작화에 한 열흘을 쏟으면 한 달 중 3~4일은 쉴 수 있다.




만화가 하토의 잘 먹고, 잘 살아남기



두연 씨는 요리를 하면서 주로 고찰한다. 본인에게 '요리'란 어떤 행위인지.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집에서 작업한다. 그래서 날을 잡고 '오늘은 해야겠다.'라고 결심한 후 요리한다. 과정이 귀찮아서 휴식이라 할 순 없지만 일상과 작업에서 가장 동떨어진 행위가 요리인 것 같다. 요리할 때는 그 과정에만 집중한다. 먹을 때도 일 생각 없이 '먹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일 생각에 잠겨버린다. 작업을 위해 균형을 맞추기 위한 행위로 볼 수도 있겠다. '요리를 좋아하냐?'는 질문도 종종 듣는데 엄청 좋아한다거나 취미라고 할 만큼은 아니다. 물론 다른 사람보다는 많이 하고 있으니 어쩌면 좋아하는 게 맞을지도. (웃음)


그럼 '진짜 휴식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

작품이 올라간 다음 날은 아무것도 못하고 휴식을 취하고, 나머지는 외출을 하거나 가족들과 시간 보내는 게 전부다. 근데 한 번 외출하면 체력이 방전돼 다음 날 생활을 제대로 못하더라. 3~4일간 쉬어야 하니 결국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마저도 쪼개서 그리고 싶었던 그림이나 간단한 만화를 그리며 체력 깎아 먹는다. 일하면서 휴식하는 편이긴 한데 몸 상하는 지름길이니 이러면 안 된다.


지금의 하토작가는 잘 먹고 잘살고 있는가?

더 늦기 전에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고 한다. 또, 생활의 변화를 꾀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계속 만화를 그리려면 안정성이 필요한데 대안을 찾기에 지금이 적기인 듯하다. '독립연재로 시즌 두 개쯤 연재했으면 충분히 시도했다.' 이런 마음도 든다. 그리고 싶은 게 아직 많아서 만화를 관두진 않을 거니까 작가로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활동 변경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회사에 다니면 물리적 시간의 한계로 작업량이 적어지는 게 걱정이지만, 회사를 관둘 수도 있는 거니까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한다. 그런 경험도 언젠가 만화 소재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냥 일하면서 사는 거고. (웃음)


다른 인터뷰에서는 〈두잘잘〉이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 것인가?'에 대한 얘기라고도 했지만, 결국 〈두잘잘〉은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얘기다. 후반으로 갈수록 두연씨는 이전 관계와 점점 멀어지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않나. 앞으로의 내용은 아마 '멀어졌던 예전 사람들과 어떻게 지낼 것인가?'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는가?'에 대해 다룰 거다.


내가 생각하는 '잘 먹고 잘사는 것'이란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솔직하려고 노력하고 결국 균형을 찾는 거다. 무엇이 옳은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는 것. 또, 균형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본인만 고려하기보다 이타심을 발휘할 줄 아는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섰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지지 않나. 사실 내가 안 하면 그만큼 상황은 더 나빠질 뿐이다. 그만둔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더 나빠진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체 구간이 필요한 것 같다. 정체 구간은 잠시 멈추는 곳일 뿐 그대로 끝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잘' 사는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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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june

편집 lotso, estelle

일러스트 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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