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창작자가 소개하는 자신만의 창작 루틴
필요에 따라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늘 겪어왔듯 시간은 우리에게 관대하지 않습니다. 2022년이 시작된 지도 눈 깜짝할 사이에 2주나 지났는걸요. 스스로 매일 반복할 일을 정하는 ‘루틴’을 만드는 건 한정된 시간 안에 작업물을 만들어야 하는 창작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루틴은 이리저리 다른 길로 새거나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온전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지요. 지금 5명의 창작자가 들려주는 자신만의 창작 루틴을 듣고,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송아론
초창기에 프리랜서로 작가로 일할 때 나는 프리랜서의 특권을 마음껏 누렸다. 자는 것도 마음대로, 일어나는 것도 마음대로, 글 쓰는 것도 마음대로였다. 그래서 인생도 제멋대로 가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하루 출근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글 분량이 너무 차이가 났다. 집에서 쓰는 것과 무려 4~5배 차이였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프리랜서 작가라고 핑계 대면서 놀고 먹고 있었다는 것을. 그 후로 글 쓰는 시간을 정하기로 했다. 오전 9~12시 사이로 탄력적으로 시작하되 무조건 하루에 8시간 이상 작업을 하기로 했다. 회사원처럼 주 5일제로 정하고, 주말에는 놀거나 개인 작품을 썼다. 그렇게 몇 년간 이 루틴을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8시간 이상 쓰지 않으면 불안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분량이 채워지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고, 놀고 싶은 생각도 싹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길을 걸으려고 하는 분들에게는 나처럼 '불안한 인간'이 되기를 추천한다. 심리적으로는 불안할지라도 인생이 불안해지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작가로 400~1000만 원 버는 법> 진행중
10여 년 동안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쌓은 노하우를 전수합니다. 업체를 상대하는 12년간의 실전 노하우와 팁, 프리랜서 작가로서 갖춰야 할 준비물, 돈이 되는 13가지 글쓰기 작법, 정확한 페이와 작업 기간 등 프리랜서 작가를 꿈꾸는 모든 이에게 아낌없이 정보를 드립니다. 송아론 창작자는 말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영업기밀’이라고. <PDF파일>과 <오디오북> 2종류로 구성됩니다.
아트에이블
회사 다닐 때는 최대한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해 출근 전, 점심시간에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어요. 팟캐스트를 즐겨 들으며 그림을 그렸고, 한정된 시간 안에 그렸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시간이 많은 지금보다 엄청난 강도로 집중할 수 있었어요. 당시엔 도구가 너무 무거우니 연필, 색연필 위주로 썼습니다. 이때도 직접 바인더를 만들어서 펜과 잘 맞는 종이, 연필과 잘 맞는 종이를 찾아 속지를 다양하게 제작해서 사용했었어요.
지금 수채화 다이어리의 아이디어는 이렇게 틈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던 경험에서 발전하게 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도 그림에 얼마나 진심이었냐면, 퇴근길에 웹서핑하며 온라인에서 멋진 그림을 찾고 다음 날 점심시간에 그리는 루틴을 만들 정도였어요. 모작을 많이 그리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표현력과 관찰력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수채화 다이어리> 진행중
물감 꺼내서 짜랴, 물통에 물 담으랴, 수채화를 그리기 위해선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 참 많고 귀찮죠. 여기 팔레트, 물감, 브러쉬를 품은 수채화 다이어리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다이어리를 펼치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수채화를 그릴 수 있습니다.
곰곰출판사
저는 매일 오전에 일어나서 그날의 온라인 서점 주문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합니다. 주문이 온 날은 즐겁게 책상으로 가게 됩니다. 누군가가 내가 만든 책을 주문했다는 것은 작업의 큰 동력이 됩니다. 그다음부터는 책상에서 지루한 싸움입니다. 작업이 안 풀릴 때는 잠시 멈추고 생각을 정리합니다. 아이디어는 주로 산책, 샤워를 하다가 떠오르는 편입니다. 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휘발되기 때문에 반드시 메모해둡니다. 판단이 어려울 경우는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충분히 고민한 뒤 결정합니다. 작업하다가 중간에 누워서 쉬는 것은 작업을 이어나가는 중요한 동력 중 하나입니다. 멍 때리거나 스트레칭도 하고 트위터나 만화책을 봅니다. 의욕이 저하되었을 때는 만든 책을 꺼내서 봅니다. 고치다 보면 책이라는 결과물에 도달합니다. 길고 지난한 과정이지만, 그런 매일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 루틴입니다.
북디자이너와 함께하는 <내책 만들기 나의 워크북> 진행중
자신의 책을 스스로 만들고 싶다면? 10년차 북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까지 노하우를 가득 담았습니다. 특별한 부록으로 ‘독립출판 단톡방에서 자주 묻는 질문 모음집’도 준비했어요.
shoot
제가 '기록'을 하게 된 이유는 단단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야근하다보니, 오롯이 나를 살피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기록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때 그렇게 하면 좋았을 텐데’. '이걸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까?' 후회로 가득 차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더 생산적인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요. 스스로 선택한 일인데, 괴로운 감정들로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머릿속을 괴롭히는 생각들을 기록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 번 자유로운 형태로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일기 처럼 때로는 계획서처럼 어떤 일로 어떤 감정을 느꼈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감정을 적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좋았을까?’ 하는 물음이 머릿속을 빙빙 도는 의미 없는 메아리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인정하게 되고 다음을 생각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특히 회사에서 일어난 업무 실수들을 기록하고 복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업무 학습량이 늘고 그 학습의 기억이 오래남게 되더라고요. 또한 타인의 비난에 설득당해 자신을 깎아내리기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게 됐어요. 한 번도 2년 넘게 근속하지 못했던 제가 처음으로 회사생활을 2년 남짓하고 있는 비결은 바로 '기록'입니다.
사수 없이 나 홀로 일하는 디자이너의 100주 기록 <오늘도 무사히 퇴근> 진행중
전공과는 다른 길을 선택해 디자이너로 우여곡절 끝에 취업했지만, 사수 없이 홀로 일하게 된 저자의 100주간의 기록을 엮은 에세이. 1부는 직장인의 이야기, 2부는 디자이너의 이야기로 구성.
안더우드
안더우드 안더우드는 'Between Needs and Design'을 모토로 두고 작업을 합니다. 실제 나무를 사용해 두 손으로 하나하나 공들여 만들다보니 사용자가 오래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단지 눈에 보기에 좋은 제품이 아니라, 오래 사용할수록 사용자와 함께 익어가는 맛이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완전히 처음부터 새로운 창작이라기보다 실생활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약간의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만드는 편에 가까운 거 같아요.
처음에는 그동안 틈틈이 모아둔 참고 사진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이미지와 어울리는 사진을 매칭해봐요. 그리고 꿈에 안나오면 이상할 정도로 끊임없이 디자인을 구상해요. 생각했던 구성들을 조합해 하나의 제품에 꽉 채워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러다보면 새로운 착장물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이번 '메모더월'도 첫 구상때는 금방 선보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코르크보드 한 가지로만 메모하기엔 부족한거 같고 더 많은 메모를 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하다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네요. 구상 끝에 코르크보드, 자석, 칠판까지 3가지 타입의 메모가 가능하고 수납 기능을 갖춘 메모오거나이저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기록은 눈에 보이는 곳에. ‘메모 더 월’은 수납이 가능한 메모오거나이저입니다. 전면은 자석, 칠판 기능, 내부에는 코르크보드가 있어 다양하고 많은 메모를 할 수 있어요. 나만 보고 싶은 메모는 내부에 메모하고, 손님이 방문하면 살짝 도어를 닫아주세요.
편집 홍비
디자인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