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십을 준비하는 기관, 기업 담당자를 위한 노하우를 체크했습니다
지난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텀블벅. 이와 비슷한 시기 크라우드펀딩 업계에 뛰어든 사람이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외길 10년을 걸어온 신장훈(khan) 아웃리치 셀 매니저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소셜 펀딩라는 이름으로 크라우드펀딩이 국내에 막 태동하던 시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인사이트로 무장한 khan은 이제 기관과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창작자 지원을 희망하는 기관이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나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크라우드펀딩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 성공하는 프로젝트에는 어떤 비법이 있는지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파트너십을 준비하는 기관, 기업 담당자를 위한 노하우까지 같이 체크해봤습니다.
먼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텀블벅 아웃리치 셀에서 근무 중인 신장훈(khan)입니다. 현재 셀 내에서 파트너십을 담당, 창작자를 지원하고자 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텀블벅과 협업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텀블벅 아웃리치 셀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밖으로는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창작자를 발굴해 이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제가 담당하는 파트너십처럼 기업, 기관의 협업을 통해서 창작자를 직접 지원하는 업무도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 텀블벅의 사업 계획상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 혹은 새롭게 진입해야 하는 분야에 먼저 도달해 필요한 것은 채우고, 막힌 곳은 뚫어주는 드릴 같은 역할도 하고 있어요.
여전히 크라우드펀딩 업계에는 미개척지가 많아요. 이중 텀블벅 내부 사업 전략상 개발해야 하는 혹은 가고 싶은 방향이 있는데, 이런 미개척지에 먼저 도달해 창작자를 발굴하고, 파트너십을 체결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을 발굴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가전, 테크 분야를 개척지로 생각해 다채로운 업무를 진행 중입니다.
다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도 근무하셨고, 10년 동안 해당 업계에서 근무했는데 처음 시작이 궁금합니다. 왜 크라우드펀딩이었나요.
대학 전공은 마케팅이었어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브랜드 마케팅으로는 전국 공모전에 참여해서 상도 타고 그랬는데, 저는 그보다 소셜 마케팅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그때 ‘소셜 벤처' 붐도 일어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 부분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어서 관련 분야에 취업해야 실제로 체득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크라우드펀딩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첫 회사는 ‘문화 예술 체육인'을 도울 수 있다는 문구에 마음이 동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격투기를 오랜 취미로 즐기고 있었는데, 반지하에서 같이 운동하던 지인들을 내 힘으로 성공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나의 전공인 마케팅을 활용해서 먹여 살리고 싶다는 막연함을 갖고 있던 차에 좋은 기회가 닿은 거죠.
10년이나 한 업계에 있기란 쉽지 않잖아요.
처음 봤을 때 ‘이게 될까?’ 싶은 프로젝트에도 사람들이 후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처음 크라우드펀딩 업계에 뛰어들었을 때는 개인의 공익 프로젝트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상품도 아닌 프로젝트에 후원하는 모습을 눈여겨봤는데, 점점 그 수가 늘어나더고요. 그래서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이 크진 않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산업군이 없어진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한두 회사가 독점하거나 다른 사업 모델이 추가되지 않으면 파이가 더 커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있습니다.
그럼 그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켜봤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2011년 프로젝트인 OSSI 열진공 챔버입니다. 크라우드펀딩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생각은 지금도 못 하잖아요. 그런데 크라우드펀딩이 아니었다면 개인이 시도조차 못 할 프로젝트를 가지고 왔고, 또 이에 공감하는 후원자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지요. 물론 목표 금액의 100%를 갓 넘은 수준이었지만 실제 발사도 하고 뉴스에도 소개되었을 정도였습니다.
만약 제가 컨설팅을 했다면 해당 분야에 권위 있는 학자 혹은 인플루언서의 참여를 당부했을 거예요. 해당 분야에서 목소리가 큰 사람의 서포트 여부가 성패를 가르기 쉽거든요. 사실 비슷한 프로젝트가 미국의 킥스타터에도 있었는데, 거기선 대박이 났었어요. 그때 업계에서 유명한 학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지해줄 것을 먼저 당부했고 실제 유명 만화가가 관심을 갖고 만화로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홍보하면서 크게 성공할 수 있었어요. 신뢰도를 높여줄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말이 안 되는 프로젝트가 곧 말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과거 제가 컨설팅했던 이동균 명인의 60년 전통 빗자루공예 역시 비슷한 사례입니다. 사전 마케팅 없이 2주 만에 준비부터 론칭까지 진행해서 굉장히 촉박한 기간이었음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신뢰를 높여줄 수 있는 마이크가 한 분 있었다는 겁니다. 관광 분야에서 이름있는 교수님이 광덕 빗자루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면서 기대 이상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어요. 엄청나게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붙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화자와 듣는 사람 간의 싱크가 맞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해당 분야에 진심이면서 목소리가 큰 사람 한 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khan이 생각했을 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고려할 점이 무엇일까요.
예산과 마케팅입니다. 컨설팅을 하면서 느낀 건 창작자님들이 대부분 예산을 꼼꼼하게 설계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제작비 외에도 배송비, 인건비, 예비비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배송비에도 단순 택배 발송 외에도 포장, 부자재 가격 등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이를 놓치는 것이지요. 그래서 손실을 경험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그 외에도 플랫폼 수수료 역시 추가해두어야 합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단순 마케팅 창구로 생각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자신의 콘텐츠를 지지해줄 팔로워를 모아두고 시작하라는 조언을 드립니다. 막연하게 텀블벅에 프로젝트 개설만 하면 당연히 홍보가 되고, 사람들의 후원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는데, 오히려 구멍이 생기기 쉬워요. 오히려 크라우드펀딩은 초반 부스팅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팔로워를 확보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처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창작자에게 해주는 조언이 있다면요.
본인만의 아이디어 혹은 콘텐츠, 서비스를 세상에 자주 선보이라고 합니다. 책이라면 1장까지만 써보고 다양한 채널에 소개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출시해서 피드백을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팬이 생길 수 있고, 내가 몰랐던 부분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을 때 프로젝트를 개설하시길 바랍니다.
텀블벅에서 성공한 창작자는 대부분 이 과정을 선행했습니다. 창작물을 자신의 SNS에 업로드하고, 계속 피드백하면서 팬을 모았지요. 그리고 그 팬들이 나서서 펀딩을 개설해달라고 하니 잘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잊지 못할 한마디를 남긴 창작자가 있을 것 같은데.
한 작곡가분이 떠올라요. 그분은 본인 노래를 작곡하기보단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판매하는 분이셨는데, 저에게 오셨을 때 이젠 본인 이름의 앨범을 갖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고, 100% 달성하긴 했지만 후원액 자체는 크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저한테 ‘본인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손편지와 앨범을 보내주셨어요. 아직도 집에 보관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참 뿌듯합니다.
후원액이 커진다고 좋아하는 창작자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물론 매출만을 목표로 하는 분들은 좋아하겠지만,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본인의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고, 그게 실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행복감이 전해지고, 후원액이 적더라도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잘 되는 프로젝트, 성과가 조금 부족한 프로젝트 각각 특징이 있나요?
단순하게 본인의 커뮤니티가 있냐, 없냐 여부가 첫 번째인 것 같아요. 텀블벅에서 창작자를 섭외할 때 팔로워가 많은, 혹은 화제를 일으킬만한 분들에게 먼저 연락하게 됩니다. 평소 본인의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상태여야 성공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리워드도 물성의 가치보다 감정의 교류가 담긴 것들이 중요해요. 물건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후원자보다 그 이상의 감정적인 교류를 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를 구성할 때 ‘나를 좋아하는 후원자들은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이를 리워드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대신 만나러 갑니다’ 라는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세계 여행을 하는 창작자가 후원자들의 여행지에서 생겼던 사연을 받아 그분과 대신 만나 사진과 편지를 전달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다만, 리워드로 제공할 것이 없어서 닥종이와 대신 만난 사람과의 사진을 전달했는데, 단순 물성으로만 보면 큰 가치가 없지만 후원자 입장에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가치입니다. 이처럼 단순히 리워드를 구매했다는 것이 아닌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프로젝트가 성과가 높은 편입니다.
점점 개인에서 기업이나 기관에서도 눈여겨보는 듯해요. 크라우드펀딩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우선 스테이지의 변화를 실감합니다. 첫 번째는 공익이었다면 이후 판매, 지금은 시장 검증으로 변화했다는 걸 느낍니다. 텀블벅 역시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창작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아웃리치 셀에서 파트너십 설명회를 준비 중이시죠? 이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텀블벅에서는 처음으로 2월 10일 비대면으로 파트너십 설명회를 개최하게 되었어요. 최근 기관과 기업에서 텀블벅과 협업을 원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또 어디까지 협업이 가능한지 전혀 몰라서 헤매는 담당자분들이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이번 설명회를 통해 양사 시행착오를 줄이고, 파트너들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고, 창작자도 원하는 만큼 지원을 받아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자주 일어나는 시행착오는 일정이 촉박하거나 텀블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발생해요. 예를 들어 다음 달에 바로 지원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컨설팅 제작까지 전체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하신다거나 어떤 프로젝트를 론칭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예산과 일정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파트너십에 대한 보편적인 유형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기업과 기관의 차이가 굉장히 명확합니다. 우선 기업은 테스트 베드 역할로 바라보고 있어요. 잘 된 프로젝트가 있다면 본인들의 사업에 입점하고자 하거든요. 그러니까 종료된 프로젝트에 대한 입점 연결 문의가 많은 편이고, 마케팅 의도로 연락하시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반대로 기관은 창작자의 제작에만 관심이 있어서 시제품 개발비를 직접 주고, 후속으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즉, 지원으로 끝나는 셈이죠. 창업할 때도 크라우드펀딩이 도움이 된다는 것 자체는 인지하고 있어 텀블벅과 제휴를 맺지만, 지원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론칭 전 지원금만 받고 프로젝트 개설 없이 이탈하는 창작자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로 인해 기관에서도 지원금 대비 성과가 낮아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고요.
또한, 기관은 창작자 모집과 홍보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지원사업 홍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힘들어하는데, 일정 부분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텀블벅에서 모집부터 기획전 페이지 개설, 홍보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완성해두었고, 많은 기관에서 문의를 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지금 관심 있게 보는 프로젝트와 이유를 알려주세요.
음악을 가지다, <NFT>가 적용 된 음악을 소유할 기회입니다. NFT가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로 진행될 만큼 대중화되었구나, 가장 최신의 기술이 선택한 플랫폼이 텀블벅이구나, 그리고 후원자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뜨겁다 등 세 가지 이유로 눈여겨보고 있어요.
인터뷰 신장훈(khan)
편집 estelle
디자인 pran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