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입고, 읽고, 만난 인증샷과 후기들
2019년을 마무리하던 시기에, 텀블벅을 지켜봐주시는 분들께 '한 해 동안 후원한 것 중 가장 좋았던 프로젝트'를 여쭈었습니다. 연말결산 콘텐츠를 위해서였지만 실제로 펀딩에 참여한 후원자님들의 마음이 궁금해 설레는 마음으로 제보를 기다렸어요. 정성껏 사진까지 찍어가며, 꼭 창작자에게 전해달라며 건네주신 따뜻한 후기들에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저와 겹치는 리워드에는 폭풍 공감했고요.
그와 동시에, 텀블벅 팀원들이 평소 후원한 것 중 인생펀딩으로 손꼽는 것들도 모아서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사하게 선보여주시는 프로젝트들을 업무상(!) 보다 보면 도저히 후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텀벌텀쓴(텀블벅에서 벌고 텀블벅에 쓴다)'이라는 말을 쓰곤 하거든요. 최근 후원 프로젝트 수 200개를 돌파한 팀원도 있답니다. 리워드를 받아보곤 서로 과거의 나 잘했다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고 인스타그램에 '텀또후(텀블벅이 또 후원했다)' 콘텐츠를 연재하기도 했었지요. 오늘은 텀또후의 확장판으로 텀피플 삶에 스며든 인생펀딩 후기를 소개합니다.
❝텀블벅에서 후원한 펀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와즈나보이의 숙성스테이크와 소금집의 월동준비 패키지요! 맛있는 것 먹어보는 일 좋아합니다.(웃음)
❝특별히 좋았던 이유는요?❞
연말에 이사를 했는데요, 크리스마스와 집들이를 앞두고 고민하던 메뉴를 멋지게 해결해주었어요. 평소 좋아하는 소금집은 매장이 집에서 멀어서 자주 가기 힘들었는데 다양하고 알찬 구성 덕분에 연말을 따뜻하고 맛있게 보냈죠. 계절감을 더한 새로운 메뉴를 제일 먼저 맛볼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와즈나보이는 양질의 숙성스테이크를 간편하게 굽는 것만으로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추운 겨울 집순이 집돌이의 소중한 양식이 되었어요. 사실 텀블벅에서 푸드 분야 후원은 처음이었는데 몹시 흡족한 경험이었습니다.
❝텀블벅에서 후원한 펀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최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조금씩 실천하게 되면서 '친환경' 관련한 펀딩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보틀팩토리의 '유어보틀위크'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이유는요?❞
먼저 일회용품을 하나도 쓰지 않는 카페를 운영 중인 창작자 이야기에 깜짝 놀랐어요. 그런 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고요. 그리고 동네 다른 가게들과 연합해 일회용품 없는 주간 '유어 보틀 위크'를 여는 것이 너무 멋졌습니다. 비닐 없이 야채를 살 수 있는 망사에코백, 수저와 도시락을 싸서 다닐 수 있는 패브릭, 나무젓가락이나 영수증 안 주셔도 된다고 신용카드에 붙이는 스티커 등 굿즈를 받고 보니 아이디어도, 퀄리티도 좋더라고요. 받은 날부터 지금까지 잘 쓰고 있어요.
프로젝트 스토리에 소개된 유어보틀위크 분위기가 궁금해 연희동 보틀팩토리에도 찾아갔었답니다. 미리 도시락통을 챙겨가 지도에 안내된 분식집에 가서 김밥과 떡볶이를 포장해와 카페 뒷뜰에서 먹는 경험도 했어요. 통만 가져가고 수저를 안 가져가 에코라이프 초보 티를 좀 냈지만 포크를 빌려주셔서 그날은 일회용품을 정말 하나도 안 쓸 수 있었습니다.
❝텀블벅에서 후원한 펀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매거진 <필로>와 최근 후원한 <메릴 스트립 프로젝트>입니다. 영화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해요.
❝두 프로젝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텀블벅에서 나오는 매거진을 엄청 많이 후원하는 편인데요. 텀블벅을 통해 나왔었던 <세컨드>나 <보스토크>도 좋았지만, <필로>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저는 <키노>를 읽어본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전설처럼 이야기만 들었던 그 <키노>가 어떤 지면이었을지, <필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후원했었는데 벌써 3년째 구독을 신청하고 있어요. 이 매거진에 참여하는 비평가들은 사실 <필로>가 아닌 다른 활동도 가능했을 텐데, 담론을 더 크게 형성하기 위해 지면을 직접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평론을 시작한 젊은 평론가가 할 수 있는 일과, 경력이 있는 평론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필로>는 자리 잡은 비평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비평을 위한 지면을 열어주는 일은 물론, 유명한 해외 필자의 글을 받아오거나 주목받는 감독과의 인터뷰를 진행해서 독자의 관심을 계속 유도하는 일도 대단하고요.
<메릴 스트립 프로젝트>는 아직 영화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내가 어떤 감독의 활동을 응원하고 싶어도, 그 감독의 영화가 개봉했을 때 이를 보러 가주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텀블벅으로 내가 응원하는 감독의 활동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메릴 스트립 프로젝트>는 후원을 참여한 순간부터 펀딩이 끝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감동적이었어요. 만들어지지도 않은 영화의 제작 과정에서 여러 기적이 이미 발현되었던 걸 보면, 개봉 후에는 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이 다큐멘터리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으면 좋겠어요!
❝텀블벅에서 후원한 펀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참새잡화가 만든 '보통의 스즈끼'랑 오호스의 '왁스코팅 트렌치코드'입니다!
❝특별히 좋았던 이유는요?❞
일반적으로 구하기 힘든 재미있는 의류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텀블벅에 있는 패션 창작자들은 대부분 처음 브랜드를 준비하거나 판매하던 제품과 다른 결의 제품들을 선보이기에 새로운 브랜드를 찾는 재미도 있고, 기존 브랜드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펀딩이 끝난 이후에도 해당 브랜드에서 어떤 옷을 만드는지 지켜보게 됩니다. 언젠가는 오호스가 펀딩 이후 온라인 편집샵에 입점한 것을 우연히 보았는데 무척 반가웠어요.
오늘 입고 온 참새잡화의 스즈끼는 맨 처음 펀딩하실 때 샀는데 지금까지도 잘 입고 있어요. 곧 날이 따뜻해지면 더 자주 입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다른 소재로 또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교복처럼 돌려 입게!
❝텀블벅에서 후원한 펀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하나만 꼽기는 어려운데요, 에디시옹 장물랭의 특별한 색상으로 빚은 동화책 <잠의 땅, 꿈의 나라>, 작은 집에도 어울리는 고양이 가구 키키하우스, 오키로북스의 <세렝게티 주민들>과 <찌질한 인간 김경희>,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 창간호, '정세랑' 편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수많은 후원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요?❞
키키하우스는 서울의 작은 집에서 고양이 키우는 집사로서 고양이집을 만들게 된 계기에 크게 공감이 갔어요. 딱 저런 고양이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상상하던 아이템을 누군가 만든다니 신기하고 멋져 보였지요. 그렇게 저희 고양이는 그렇게 1가구 2주택묘가 되었고... 오늘도 키키하우스에서 노는 거 보고 나왔습니다. 되게 좋아해요. :)
정세랑 작가의 엄청난 팬이라서 <글리프 창간호, 정세랑 편>은 자연스레 후원했어요. 늘 주변에 정세랑 팬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프로젝트에 모여 정세랑 작가 덕질잡지를 만들고 계시더라고요. 심지어 창간호라 발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하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동네서점인 오키로북스에서 새로운 책을 내신다기에 응원차 후원하고, 출간파티에 다녀왔습니다. 평소 오키로북스의 팬분들이 출간파티에도 많이 와 주셔서 작가님들과 즐거운 시간 보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작업 후기라거나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이 들려주시고, 책방 소식, 요즘 재미있게 본 책 이야기 등등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에디시옹 장물랭은 책 만드시면서 정말 행복해 보이셔요. "책은 축제여욬ㅋㅋㅋㅋ"라는 인삿말이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죠. <잠의 땅, 꿈의 나라>는 태어나서 그런 색감의 책은 처음 봤습니다. 장물랭의 라인업을 사랑하기에 요만큼이라도 도움 될 수 있어 기쁘네요. 꾸준히 멋진 책 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1인자님께는 추가로 여쭐게요, 200번 넘는 후원 중 만족도 베스트10도 뽑아주세요!❞
방금 말씀드린 것 외에는 김서울의 <한국 문화유산 큐레이팅>, 일상 속 자급자족 매거진 <마더어스뉴스 한국판>, 림킴(김예림)의 EP 프로젝트, 단골공장의 온수매트, magnetic 5의 <할머니의 요리책>, 활자모의 세로쓰기서체 <나리운>, 뱃지콜렉터를 위한 뱃지 포스터, 단편영화 <언니가 죽었다>, 산호 작가의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등이 생각납니다.
❝모두에게 마지막 질문,
텀블벅펀딩을 놓쳐서 아쉽거나 새 창작물로 돌아왔으면 하는 창작자가 있나요?❞
"저는 컴발리알파카요! 아쉽게도 후원을 못했는데 다른 동료 책상에 있는 몽실몽실 귀여운 알파카를 보면서 너무 탐이 나네요... 일하다 지칠 때 한 번씩 쓰다듬으며 힘을 얻고 싶어요." _미식가 운영팀L
"판타지 맵 브러쉬요. 퀄리티가 좋아 보여서 궁금합니다." _비밀스런 취미의 소유자 개발자B
"김서울 님이요. 한국 문화유산 큐레이팅 재밌게 읽다가 연재가 끝나니 많이 아쉽더라고요." _텀벌텀쓴 1인자 운영팀W
"프로파간다의 <백과전서 도판집> 프로젝트가 떠올랐는데요. 이런 책이야말로 펀딩이 아니라면 출간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에...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백과전서의 원전이 완역되어 나온다면 좋겠습니다. 의복사 부분만 모은 도판이 나와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_지성미 뿜뿜 영업기획팀C
"참새잡화! 스즈끼, 한텐 등 늘 재미있는 의류를 만들기에 늘 기대가 커요. 올해 새로운 창작물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_패션피플 영업기획팀A
<텀블벅 팀원들의 인생펀딩>은 2편으로 이어집니다.
에디터_ 주소은 | 취재 협조_ 텀블벅 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