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으면 오래 갈 수 있으니까, CLAP 3기 텀블벅 담당자 인터뷰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라는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표지에는 '걱정만으론 소용없어서, 오늘부터 조금씩 실천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억났거든요. 당시 우리는 매주 5g의 플라스틱을, 따지면 신용카드 한 장씩을 먹고 있다는 내용을 읽고 곧장 일주일 중 하루는 비건으로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지키지 못하면서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지요. 그러던 찰나 CLAP 3기 '플라스틱'을 보게 되었습니다.
CLAP 3기 운영을 맡은 영업기획팀 베지는 페스코테리언이라,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많을 듯해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되려 제 마음이 변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제 환경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세상에서 '나 하나쯤은'이라는 마음을 버리고 '나도 함께'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거든요. 이번에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느슨하지만 오래 이어가 보려고 해요.
지구를 지키는 일이 막연하게만 느껴졌다면, 나와는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다면 2월 시작할 CLAP 3기를 둘러보길 바랍니다. 어쩌면 어렵다고 생각했던 지구를 지키고, 비건으로 살아가는 일이 조금 더 쉽게 와닿을지 몰라요. 실제로 텀블벅은 "창작자들이 지구를 위한 더 많은 선택지를 알게 되고, 또 문을 두드리며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는 계기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길" 바라고 있거든요.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그리고 닉네임이 베지인데, 기원(?)도 살짝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CLAP 3기 운영을 맡은 영업기획팀 안서영입니다.닉네임은 베지인데, 기원은 서브웨이 메뉴 ‘베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베지테리언은 아니고, 페스코테리언입니다. 완전하긴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채식을 지향하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답니다.
왠지 이번 CLAP 3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데요! 그럼 CLAP 3기에 대한 소개도 간략하게 부탁드려요.
CLAP에서는 매 시즌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는 주제를 소개하고 있어요. 이번 주제는 플라스틱입니다. 모두가 공감하듯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환경 문제에 대해 텀블벅만의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미 많은 창작자들이 텀블벅 프로젝트로 지구에 덜 해로울 수 있는 창작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펀딩을 진행했어요. 비건 레더를 활용한 패션 프로젝트나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유리나 실리콘 빨대 프로젝트, 버려진 소재를 업사이클한 주얼리 제품 등등 상당히 많거든요. 그중에서도 최근엔 쓰레기 문제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창작자 입장에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많은 쓰레기들을 외면할 수 없기에 더 일찍이 고민을 하고 나름의 방법을 찾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플라스틱’을 지금 시점에 적합한 주제라고 생각해 선정했고 역시나 많은 참여와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생활 습관이 이번 CLAP 3기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사실 큰 도움이 되었다기보단, 기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한,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문제를 업무 안에서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한 단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질문이긴 하지만, 생활하면서 채식을 한다는 게 힘들진 않나요?
완전한 비건이 아니어도, 의식하지 못한 순간순간 덜컥 실패할 때가 더러 있어요. 당연히 고기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베이컨 가루가 샐러드에 들어가 있다거나, 여러 명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저에게 맞추기 위해 식당을 여기저기 옮겨갈 땐 괜히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가끔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요. 그래도 쉽게 좌절하지 않으려고 해요. 무엇보다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CLAP 3기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코로나19가 제일 큰 장벽인 것 같아요. 실은 저보다 CLAP 3기 참여하는 창작자들이 더 힘들어하더라고요. 실제로 준비 과정 중 예상치 못한 문제로 애초 기획한 방향에서 변경하는 일도 있었어요. 친환경 재료를 수급하고 조건에 적합한 공정 업체를 찾는 것이 힘들 텐데 그럼에도 많이 애써 주는 것이 느껴집니다.
뿐만 아니라 직전 1, 2기에서는 대면 미팅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 자리에서 창작자 그룹별로 서로 교류하고 네트워킹을 하면서 다른 창작자에게 배우고 영감을 받았다면 이번엔 온라인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이런 부분이 부재하지요. 물론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최대한 보완해보려고 했지만, 쉽지는 않네요. 창작자들도 다른 창작자와의 네트워킹을 기대하고 참여했을 텐데, 3기는 창작자 교류를 비대면으로만 한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렇다면 CLAP 3기에서 중점적으로 보면 좋을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카테고리가 업사이클, 제로웨이스트, NO 플라스틱 등 3가지로 나뉩니다. 업사이클 그룹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새활용하는 프로젝트들이, 제로웨이스트 그룹은 제로웨이스트를 잘 실천하기 위한 도구, 혹은 정보들이 콘텐츠/제품 프로젝트로 선보일 예정이고, NO 플라스틱 그룹은 제품 재료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는 제품들이 선보일 예정이에요.
그래서 업사이클 그룹은 특히 버려진 재료들이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근사하게 재탄생되는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제로웨이스트 그룹은 각자의 관점에서 풀어낸 이야기를 유심히 살펴보면 좋겠고, 마지막 NO 플라스틱 그룹은 기존에 없던 신선한 자연을 소재로 한 제품을 기대하길 바랍니다.
참가자가 상당히 많았잖아요. 그러다 보니 CLAP 3기 참가자를 선정하는 데 꽤 고심했던 것 같아요. 심사 당시 주의 깊게 봤던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선정하기 정말 힘들었습니다(웃음). CLAP의 취지가 텀블벅의 창작 실험실로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것이다 보니 기존 친환경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있는지, 어떤 고민이 담겨 있는지를 중점으로 보았습니다. 그것과 함께 실제 실현이 가능한지, 이를 완수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도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새해 목표로 비건 혹은 채식주의자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생활 속 작은 꿀팁이 있을까요?
채식한끼 어플을 추천합니다. 채식 관련 스토어와 식당 정보가 모두 제공돼, 식재료 구입은 물론 주변 채식 식당들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매우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너무 채찍질하지 말고, 가능한 선까지 타협하며 오래오래 실천하기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이전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마지막 장에 제가 붙여놓았던 말이 있었어요. 최근 읽은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타일러 에세이집인데요. 좋았던 글귀여서 소개하며 마치고 싶습니다.
환경 문제는 너무 크고, 너무 절박하고, 너무 막막하니까
조금이라도 앞으로 갈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다.
소비의 측면도 그렇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친환경 제작을 개인 창작자가 진행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이번 기획전으로 창작자들이 지구를 위한 더 많은 선택지를 알게 되고, 또 문을 두드리며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는 계기에 조금이나마 일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 시작할 CLAP 3기도 많관부입니다!
에디터_ 권수현 ㅣ 이미지_ 텀블벅, 채식한끼, CLAP 3기 창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