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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Jun 17. 2019

요즘 출판계의 가장 흥미로운 키워드, 북펀딩

"북펀딩 진행 시 염두에 두면 좋은 점들이 있다."


출판 크라우드펀딩(이하 북펀딩) 시장은 글쓰기 열풍과 독립출판의 성장세를 타고 순식간에 몸집이 커졌다. 이때 크라우드펀딩이란 대중(crowd)으로부터 자금 조달(funding)을 받는다는 뜻으로, 펀딩을 개설한 창작자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진행 동기와 과정, 예상되는 결과물을 먼저 선보이고 후원자로부터 금전적인 후원을 받아 창작물을 제작・생산한다. 북펀딩에 한정해 이야기하자면 예비 독자들은 사전에 상세한 책 소개글을 보고 결제 예약을 걸어두었다가 책이 완성되면 누구보다 먼저 받아보고 신간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대형 저자가 아닌 신인의 책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화제였던 <언어의 온도>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북펀딩을 통해 세상에 태어났으며, <검은 사전>, <흑요석이 그리는 한복 이야기> 등은 각각 1억 원 이상 모금에 성공해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2018년 화제의 베스트셀러였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텀블벅에서는 그 이전 독립출판 버전부터 만날 수 있었다.


저자와 소규모 출판사들이 콘텐츠를 소개하여 이를 상품화할 초기 자금을 마련하고, 독자들은 세상에 없던 책을 나의 후원으로 만들어내는 기쁨을 얻는 북펀딩 시장에서 유명 출판 브랜드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은 2018년 하반기부터였다. 그 이전에 돌베개의 <신해철 회고록>, 남해의봄날의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날들>과 같은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들이 신호탄을 던졌다면, 창비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첫 퀴어소설을, 문학동네는 실용서 브랜드 ‘테이스트북스'의 첫 레시피북을, 시공사는 DC코믹스의 명작 <왓치맨 디럭스에디션>을 선보여 성과를 거두면서 풍부한 콘텐츠가 새로운 플랫폼에 쏟아졌다.  

베스트셀러 탄생, 1억 모금 외에도 출판사들이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시스템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많다. 온라인서점 대비 수수료가 저렴해 독자적인 판매 루트로 활용할 수 있고, 목표금액 달성을 염원하는 팬덤 확보와 바이럴이 일어나기에 용이하다. 플랫폼 유저에 셀링 포인트를 미리 어필해 보고 반응을 살피거나 수요를 예측하는 수단이며, 무엇보다 큰 과제로 여겨지는 출간 전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다. 

또한 서점들에 비해 젊은 유저층을 확보하고 있어 ‘새로운 독자층과의 스킨십은 어디서 만들 수 있나?’ 하는 고민에 대한 해답이 되어주기도 한다. 한 예로 디즈니 애니메이터의 그림이 담긴 <어떤 마음은 혼자 있을 때 더 잘 느껴져>는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일러스트레이션, 최초로 엮인 기획물 등에 반응하는 텀블벅 유저와의 시너지로 예상보다 많은 모금액을 달성했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를 후원한 1155명 중 95%가 텀블벅 내 둘러보기를 통해 페이지에 접속했고, 후원자의 55%가 18~24세로 일반적인 에세이 독자와는 조금 다른 연령대에 포진해 있었다. 북펀딩을 진행하고 이 책을 펴낸 문학테라피는 출판사 서평에서 이렇게 말한다. “텀블벅에서 예상치 못한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한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텀블벅은 어떻게 북펀딩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을까?

위에서 언급한 북펀딩 대표 사례들은 모두 텀블벅에서 일어난 일이다. 매년 두 배 이상 성장을 기록한 텀블벅 내에서도 출판 분야의 상승세는 유독 가팔랐다. 2018년에만 텀블벅을 통해 약 700권의 신간이 탄생했고, 2019년 5월까지 출판 분야 성공 프로젝트는 누적 1900건을 돌파했다. 20만 명가량이 110억 원을 텀블벅 출판 프로젝트에 후원했으며, 전체 프로젝트들의 평균 성사율은 63%이지만 출판 프로젝트의 평균 성사율은 70%로 좀 더 높은 편이다. 

텀블벅에서 일어나는 일과 좋은 성과를 거둔 프로젝트들을 들여다보면 북펀딩이 성공하는 이유를 알아챌 수 있다. 환경과 상생에 가치를 두는 '마더그라운드 스니커즈’와 낙태죄 폐지를 이야기한 ‘세탁소의 여자들’ 웹시리즈는 콘텐츠・제품 생산을 위한 실질적인 자금을 확보했고, 인문학 책방 ‘풀무질' 살리기에 나선 두루미 출판사의 진솔한 이야기와 위안부 피해자를 돕고자 하는 선한 메시지가 확산되었다. 세월과 문화를 담아낸 ‘바람.체’ 제작 프로젝트와 같은 오래 걸어온 길의 지속가능성이 힘을 얻었고, 생리컵 초심자를 위한 ‘이브컵' 등 세상에 꼭 필요할 것이라 여긴 아이디어는 현실이 되었다. 이처럼 단순히 가성비를 따지거나 소유를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시도를 귀하게 여기고 가치 소비와 취향 투자에 공감하는 100만 명이 모여 들었기에 문화・예술・콘텐츠 크라우드펀딩은 자연스럽게 높은 달성율을 보였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1인출판과 독립출판에도 열려 있는 공평한 기회의 땅이라는 점이다. 이곳에서 브랜드 이름을 보고 밀어주는 사람은 없으며, 자본이 부족해서 노출 기회를 잃거나 규모가 큰 회사가 무조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다른 요소들에 비해 가장 중요하고 부각되는 것은 콘텐츠가 가진 힘이다. 유료 광고로 운영되는 구좌 없이 후원자들에게 주목받았거나 내부 큐레이션에 선정된 프로젝트들이 우선 노출되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기획 의도와 스토리에 공감하면 응집력이 강해지는 경향 덕분이다.

매년 텀블벅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최대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의 온라인 기획전을 살펴보면 많은 콘텐츠들이 자력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3년째 각각 2억 원 이상의 성과를 올린 이 기획전은 언리미티드 에디션 참가 셀러 중 희망하는 팀이 사전에 북펀딩을 열고 페어에서 선보일 창작물을 소개하는 자리다. 독립출판・그래픽디자인・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활약해온 작가들뿐 아니라 새롭게 커리어를 시작하는 창작팀들의 작업이 응원과 지지를 얻어 나가는 과정을 보면 “진정한 팬, 그리고 그들과 우리를 직접 이어줄 새로운 테크놀로지만 있다면 우리는 좋아하는 것으로 먹고살 수 있다”는 케빈 켈리의 말이 실감나곤 한다. 텀블벅이 가진 미션은 바로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에 효과적인 도구와 커뮤니티로 쓰이는 일이다. 



기회의 땅에서 후원하는 마음을 생각한다

북펀딩에 참여하는 후원자들은 곧 독자이겠지만 서점에서 책 한 권을 데려오는 것과 책이 태어나기 한두 달 전에 밀어주는 마음은 분명 다른 면이 있다. 그것이 어떻게 다른지, 기회는 어디에서 오는지 감지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내 트렌드를 예민한 눈으로 따라잡아야 한다. 텀블벅 사용자들은 사회 이슈나 변화에 관심이 많은 만큼 그때그때 페미니즘, 친환경, 로컬문화, 혼코노미 등 소비하는 분야에서도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예를 들어 생리컵 초심자들이 쓰기 좋게 만든 이브컵을 3200명 이상이 후원하는 일은 낯선 광경이 아니었다. SNS 팔로워로 인한 빠른 초반 상승세, 페미니즘과 여성건강 관심층인 유저들, 트위터 등 소셜 채널에서 입소문이 퍼지는 현상까지 성공하는 크라우드펀딩의 전형을 갖추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두 달 뒤 스투키스튜디오의 <월경컵 사용 안내서>가 펀딩을 시작했다. 소규모 창작팀이고 첫 프로젝트였지만 세련된 디자인 사양과 귀여운 일러스트, 꼼꼼한 본문이 돋보였고 500명 이상 후원하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무엇보다 이제 막 생리컵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타이밍 맞춰 긁어주는 전략이 유효했을 것이다. 




이밖에도 북펀딩 진행 시 염두에 두면 좋은 점들이 있다. 첫 번째는 여러 굿즈를 준비하는 일에 너무 힘을 쏟지 말고, 텀블벅 유저와 시너지 날 만한 타이틀을 선정하고 전달력 높게 펀딩 페이지 세팅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펀딩 준비 중인 관계자 분들을 만나면 늘 굿즈 종류에 대한 고민을 듣곤 한다. 최근에는 굿즈로 시선을 끄는 것보다 오로지 책의 힘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프로젝트가 많기에 타이틀과 잘 맞아떨어지고 콘텐츠를 제외하고라도 상품 가치가 있는 한두 종 정도 준비를 권한다. 초반 상승세를 위해 선착순으로 모집하는 북토크나 클래스 등도 효과가 좋은 서브 리워드다. 

두 번째는 독자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트렌드 코리아>에서도 메가 트렌드로 짚어낸 ‘액티브 컨슈머(능동적으로 변하는 소비자들)’가 이곳에 상주한다. 최근에는 출판사도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다양한 채널에서 독자를 만나는 일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에서 소비자를 응대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경우 겪을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이지만 한꺼번에 수천 명의 독자가 발생하고 이들이 자유롭게 DM과 커뮤니티 글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담백하되 친절하게 안내할 방안을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두는 바람직하다. 

세 번째는 북펀딩의 여러 가능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상품이 나오기 전에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때 목적은 단순히 모금액에만 있지 않다. 예비 독자들의 마음을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므로 펀딩을 홍보하며 후원 전환이 높은 타깃, 반응이 좋은 카피 등을 캐치해 추후 활용할 만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누구보다 빨리 책을 받아보는 사람들이 출간 전에 생긴다는 점을 이용해 리뷰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마지막은 ‘출판 크라우드펀딩' 본연의 쓰임을 잊지 않는 일이다. 출판업에 종사하다 보면 단순히 또 하나의 판매처, 혹은 사전 마케팅의 수단으로만 생각될 수 있으나 수많은 창작자들의 창조적인 시도와 후원자가 연결되는 지점에 책을 먼저 소개해보는 것이며, 이에 공감하고 응원하려는 사람들이 후원하여 독자로 거듭나는 곳이라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그리하여 북펀딩이 새로운 출판 문화로 안정감 있게 정착한다면 분명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는 기회를 제공하고 신규 독자층 유입, 출간 전 데이터 확보와 같은 업계의 갈증을 해소하는 장이 되어줄 것이다. 창작하는 마음과 후원하는 마음이 만나는 곳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끝)



(*텀블벅 프로젝트 에디터 주소은 님이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획회의 488호 - 북펀딩 특집>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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