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출혈

두려움 극복하기

by 튜머

치워지지 않은 검은 액체의 나이테,

젖었다 마른 상태로 누렇게 붙어버린 휴지들,

매주 가치가 소멸하는 숫자가 적힌 종이들과

의미를 남기지 못한 자기 위로 서적들.

꽁초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것만 무시한다면,

이곳은 가공된 숲이라고 볼 수 있다.


유일하게 빈 공간은 숲지기의 자리이다.

그는 각혈을 하며 외로움을 느껴 태아 자세를 취하고 있다.

빈 페트물병들 역시 널브러져 있다.

낮은 천장의 이곳은 비가 내리지 않으니 꼭 필요한 조치이다.

가을은 아니지만 , 그 덕분에 온 방은 검붉어질 것이다.

끈적하고 매캐한 냄새가 이미 뒤덮였지만,

골이 울리는 서늘한 비릿함마저 더해질 것이다.

다행인 건, 그 숲은 꽁꽁 숨겨져 있어서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아마 눈이 소복이 쌓인 뒤에 발견될 것이다.

그곳의 사람들은 냄새에 둔감하기 때문이다.

저가 커피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그 이유이다.

사실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든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효율을 중시한다면 결국 그것이 옳은 선택이다.


그는 곧 죽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럴수록 외로워져 발견되기 위해 발악을 한다.

낮은 천장을 향해 뱉는 핏소리는,

애석하게도 반사되어 본인 귀에만 들어온다.

긍정적인 점은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몸은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으니 피를 굴려야 한다.

그가 토해낸 것이, 굳게 닫힌 현관문 아래 틈을 지나 복도로까지 새어 그 붉은 자태를 드러낸다면.

다시 말해 코가 아닌 눈을 거슬리게 할 수 있다면.

그 누추한 공간에 사람을 초대하기 위해선 레드카펫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눈치 빠른 작은 불청객들이 호시탐탐 그의 눈알을 파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가장 영양가 있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조문객을 보지 못하는 건 참 슬픈 일이다.

그러니 그는 더더욱 힘을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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