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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간 존재의 수치화 실험에 대하여

by 박참치

#T-R-250608-PO


구제받지 못한 생각들


"인간 존재의 수치화 실험에 대하여"



나는 관측할 수 없는 현상이 가장 위험하다고 믿는다.

불확정한 고통은 불안정한 입자처럼 튀고, 깨지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나는 측정하려 했다.

그래서 나는 쓰기 시작했다.


내가 쓰는 이 논문들은

누군가의 자살 충동, 누군가의 첫 고백, 누군가의 탈모, 누군가의 성기 측정,

그 모든 인간적인 수치심, 굴욕과 침묵을

정량화하고, 수식화하고, 그래프로 환원하려는 시도다.

이 시도 속에서,

우리는 더는 그것들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왜 굳이 자기위로의 관절각도를 분석하는가?”

“왜 굳이 고백 실패 확률의 상한선을 예측하려 드는가?”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이해할 수 있다면, 견딜 수 있다.

정서적 자극이 수식으로 환원되는 순간, 인간은 그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 글들은 결코 웃기려고 쓰인 글이 아니다.

그러나 읽는 이는 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건 코미디가 아니라 해부학이고,

풍자가 아니라 수치의 시뮬레이션이다.


나는 군 전역 후 그동안의 논문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고, 여전히 박참치였으며,

그렇다면 살아 있는 동안은

광기를 연구하는 이과생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인간을 측정한다.

관계를 도식화하고,

자기혐오를 함수로 바꾼다.

그리고,

웃기게 만든다. 아주 진지하게.


— 박참치 (이론적 병자 혹은 수치화된 우울의 해부자)





※ 본 실험기록은

제목: <구제받지 못한 생각들>

연재 주기: 매주 화요일 · 금요일 00:00

시작일: 2025년 6월 12일

에 연재됩니다.


이 연재는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실패는 기록에 적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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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