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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실패의 양자역학적 분석

측정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날 사랑했을 수도 있었다

by 박참치

#T-R-Λ00917-G


연애 실패의 양자역학적 분석

—고백 이전의 중첩 상태와 감정 파동함수의 붕괴에 관하여


“측정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날 사랑했을 수도 있었다: 양자실연 이론 초입문서”


작성일: 20XX-09-17

저자: 박참치 (양자실연역학 초대 비공식 창시자)

적용 학제: 연애실패양자론 × 슈뢰딩거적관계이론 × 실연재현공학



초록(Abstract)


“연애는 측정되기 전까지는 실패하지 않는다.” - 본 논문은 그 원리를 탐구한다. 본 연구의 관측은 20XX년 9월 17일 ‘정서 측정 개시’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날 저녁 물리망나니(물리천문학부 XX학번)는 수영 선배(물리학전공 졸업반)에게 고백을 시도한 바, 본 논문은 해당 사례를 바탕으로 ‘연애 실패’라는 인간 정서의 비가역적 현상을 고전역학이 아닌 양자역학의 프레임에서 재정식화하고자 한다. 고백 이전의 인간 감정 상태를 양자 중첩 상태(superposition)로 모델링하고, 고백 또는 실연을 관측 행위(measurement)로 간주하며, 그 결과로 파동함수가 붕괴하는 과정을 개념화한다. 본 연구는 연애 감정의 불확정성과 연애 실패의 비결정성,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랑은 측정되는 순간 망가진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1. 서론: 고백하기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이 있었다


연애는 근본적으로 관측 불가능한 계(系)다. 상대방의 감정은 관측되지 않은 채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중첩 상태로 존재한다.


물리망나니: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그 순간, 나는 파동함수 위에 떠 있었다.”


하지만 고백은 감정계에 강제적 관측을 가하는 행위이며, 그 순간 파동함수는 붕괴하고, 확률이 실체로 전이된다.



2. 본문


2.1. 사랑은 중첩되고, 고백은 붕괴시킨다 – 감정 파동함수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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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은 측정 연산자 M에 해당하며, |ψ⟩ → |측정값⟩으로 변환된다. (여기서 측정 연산자 M은 감정 상태를 측정하는 이상화된 관측 연산을 의미한다.)

측정 전까지는 a, b 모두 확률 진폭(probability amplitude)으로 존재하며, 감정은 존재하지만 특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측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사랑한다’ 상태가 실현될 확률이 |a|², ‘사랑하지 않는다’ 상태가 실현될 확률이 |b|²이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실현 가능성일 뿐이다.

실제로 고백이라는 측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두 상태 모두 물리적으로 실현되지 않으며, 단지 감정의 가능성 공간 속에서 진폭으로만 존재한다.

그러나 측정(M) 후, 시스템은 더 이상 |ψ⟩가 아니라 한쪽 결과만 남은 고정된 상태가 된다.


물리망나니:

“그 순간, 수영 선배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 고백 전 상태도 이미 |a|², |b|² 의 확률로 존재하고 있었으므로, 고백은 실패의 원인이 아니라 단순한 ‘결과 조회’였음을 알려주면, 친구는 상처 대신 함수 값을 얻을 수 있다. 어차피 사랑도 측정값이니까.)



2.2. 슈뢰딩거의 고백 – 실연의 양자적 패러독스


고백하기 전, 그녀는 “사랑하는 상태”와 “사랑하지 않는 상태”의 중첩된 입자이다. 고백하는 순간, 우리는 상자를 연다. 그런데 상자를 연 그 순간 – 결과는 바뀔 수 없다. 그녀는 이미 한쪽 상태로 붕괴되었고, 우리는 관측자로서 감정의 가능성 전체를 소멸시킨다.


물리망나니:

“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게 슬픈 게 아니라,
사랑할 수 있었던 가능성마저 내가 측정으로 파괴했다는 사실이 슬펐다.”



2.3. 사랑은 본질적으로 불확정적이다 – 감정의 하이젠베르크 원리


• 감정의 깊이(ΔEmotion)와 관계의 안정성(ΔStability)은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 사랑이 깊어질수록 불안정해지고, 안정감이 커질수록 감정의 진폭은 작아진다.


물리망나니:

“나는 그녀를 알아가려 애쓸수록, 그녀와 멀어졌다.
마치 속도와 위치를 동시에 측정하려는 어리석은 입자처럼.”

(※ 이는 Δx·Δp ≥ ħ/2의 형태를 빌려, 감정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알 수 없다는 점에 비유된다.)



3. 결론: 사랑은 측정되는 순간 무너진다


고백은 관측이다. 관측은 중첩을 깨뜨린다. 그리고 깨진 감정은 원래 상태로 복원되지 않는다. 사랑은 원래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것’이었다. 그러니 망가진 게 아니라, 그냥 확정됐을 뿐이다. 다만, 그것을 확정 지으려는 시도는 언제나 파괴를 동반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랑을 확정하려 들지 않고, 그 가능성 안에 머무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리망나니는 오늘도 말한다:

“나는 사랑에 실패한 게 아니다.
나는 다만, 관측을 시도했다.”



참고문헌


Feynman, R. P. (1985). Surely You’re Joking, Mr. Feynman!. Norton.

Heisenberg, W. (1927). Über den anschaulichen Inhalt der quantentheoretischen Kinematik und Mechanik. Zeitschrift für Physik.

Schrödinger, E. (1935). Die gegenwärtige Situation in der Quantenmechanik. Naturwissenschaften.

김상욱. (2018). 양자 공부. 사이언스북스.

물리망나니. (20XX). 그녀는 나를 사랑했을 수도 있었다: 고백의 역학. 감정과학연구소.

박참치. (20XX). 사랑과 파동함수 – 연애 중첩 상태 실험기. 자의식과잉출판사.





이후 물리망나니는 복잡한 다변량 회귀모형 대신, ‘단일 연애대상 맞춤형 고백 알고리즘’ 개발에 착수했다.


물리망나니:

“야, 선배가 인스타에 ‘비 오는 날은 카레가 땡긴다’고 쓴 적 있거든?

그거 맥락 분석하면 2차 고백 타이밍이 딱 나오잖아!”


박참치:

“그전에, 수영 선배 카톡 차단 해제 알고리즘부터 짜야 되는 거 아냐?”


물리망나니는 아무 말 없이 화면을 껐다. 파동함수가 또 한 번 붕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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