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기준
사람들이 식당이나 카페를 가면 보통 매장 내 공간 구성, 디자인 등을 많이 본다. 그리고 매장 내부의 모습이 그 가게의 인상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유독 한 가지를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바로 화장실의 위치와 관리 상태이다. 어떤 가게에서는 아예 화장실을 갈 일이 없어서 어떤지 모를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손을 씻든 일을 보든 한 번쯤은 들어가보게 된다.
어떤 가게는 매장 내에 화장실이 있어서 매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깨끗하게 꾸미고 관리한다. 어떤 가게는 매장 내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관리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다. 어떤 가게는 매장 밖에 화장실이 있는데 이 경우 매장이 들어간 건물의 상태에 따라 화장실의 상태가 결정된다. 건물이 신축이면 나름 깨끗하지만 오래된 건물인 경우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매장 밖 공용 화장실이라면 개별 매장이 손쓰기 어려울 테니 나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매장에서 직접 관리하는 내부 화장실의 구성과 관리 상태를 보면 이 가게의 기본기가 어떤지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들의 발길이 제일 덜 닿는 곳이지만 경우에 따라 깊은 인상을 주는 곳인 만큼, 나는 화장실의 상태를 보며 이 가게가 고객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섬세하게 신경 쓰고 있는지를 느낀다. 그리고 이는 그 매장에 대한 재방문 의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화장실이야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지만, 화장실이 너무 지저분하고 불편한 곳은 마치 손님의 소비에는 관심이 많지만 손님에게 제공하는 경험에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실제로 가게에 갈 때마다 일일이 화장실을 들여다보며 매장을 평가하고 리뷰를 남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냥 이런 거다. 어느 날 찾아간 매장에서 어쩌다 화장실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의 상태가 눈에 띄게 불결하고 불쾌하다면, 다음번에는 굳이 그곳을 찾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