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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굽쇠 Feb 05. 2023

우리 동네 오락 게임기 (下)

고전 게임 리뷰로 추억 담기

(上편에 이어)



5. 철권 (난이도: 2 / 컨트롤: 3 / 재미: 2 / 야매: 1)


철권 플레이 이미지. 수많은 버전이 있지만 위 사진이 내게 가장 익숙한 버전이다.


   이 게임도 너무나 유명하기에 게임 자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내가 이 게임으로 동네에서 상위권에 오르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인지도는 낮았다. 그 이유는 내가 ‘야매 플레이’를 주로 익혔기 때문이다. 철권에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우리 동네에 있던 철권은 두 명의 캐릭터를 골라 상대 팀과 태그매치로 붙는 버전이었다. 우리 동네에서 내가 배운 것은 사람 대 사람으로 붙는 것이 아닌, 오토 프로그램과 싸우며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는 경우 진과 헤이어치의 조합이 매우 편리하다는 것이었다. 진으로 적당히 휘둘러주고 몇 대 맞아준 다음 헤이어치로 바꿔서 타이밍 맞춰 회전 주먹 몇 번만 날려주면 일반 적들은 물론 체력이 차오르는 최종 보스라 하더라도 금방 클리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원 코인 클리어를 하기는 했지만 이것이 진정한 실력으로 인정받기에는 어려웠기에, 원 코인 클리어 반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플레이 실력은 저조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과 1대 1로 붙으면 이기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철권에서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 중에 동물이 등장한다는 점인데, 대표적으로 캥거루와 팬더가 있다. 캥거루는 날쌘 몸놀림과 빠른 공격속도를 가지고 있어 치고 빠지는 전법에 능숙하다는 장점이 있고 팬더는 속도는 느리지만 일반 데미지가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도 플레이어가 컨트롤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잘 하는 사람이 플레이하면 어떤 캐릭터든 간에 강해진다. 성인이 된 지금 철권 대회나 프로 선수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 이게 정말 내가 초등학생 시절 하던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복잡한 게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무릎' 선수의 전문성과 실력은 정말 경이롭다.




6. EZ2DJ (난이도곡마다 다르므로 일괄 평가 불가)


EZ2DJ의 다양한 버전 중 하나의 타이틀 화면. 나는 최초의 버전부터 가장 최신 버전까지 다 해본 것 같다.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눈치가 빠르다면 이름에서부터 어떤 게임인지 대략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Easy to DJ’, 즉 디제잉을 컨셉으로 만들어진 리듬게임이다. 그래서 그 컨셉에 충실하게 버튼과 페달 그리고 레코드판처럼 생긴 스핀보드를 이용하여 플레이한다. 요즘 오락실에 들어간 게임기는 실제로 페달과 꽤나 큰 스핀 보드가 모두 갖춰져 있는 큰 게임기지만, 당시 문구점 앞에 놓였던 게임기는 다른 고전게임기들과의 배치를 생각해서였는지 다른 게임기들과 비슷한 사이즈로 축소된 모습이었다. 그래서 작아진 게임기 크기를 감안했는지 페달 대신 페달 칸에 대응하는 버튼 하나가 추가되었고 스핀 보드도 CD 사이즈 정도로 작아졌다.


   이 게임은 한국의 어뮤즈월드 사(社)에서 만들어졌는데, 버전이 1에서 7까지 계속 출시되다가 일본에서 비슷한 컨셉의 게임을 만들던 회사로부터 소송이 걸려 패소한 후 한동안 신 버전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후부터 숫자 대신 이름을 바꿔 계속 새롭게 출시되고 있다. 출시 초반에는 문방구 앞에 들어서는 게임기 중 리듬게임의 종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기 때문에 과거 리듬게임을 즐기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게임이 두루 유명했다. 그러나 요즘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리듬게임들이(DJMax, 태고의 달인, Sound Voltex, Jubeat, Gitadora - DrumMania/GuitarFreaks, 노스탤지어, 팝픈뮤직 등)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선택권이 다양해졌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은 분산되었고, 더군다나 일본의 서브컬처 요소들을 주로 포함하고 있는 일본산 리듬게임들이 때마침 등장한 한국의 ‘덕후’들을 신규 플레이어로 흡수하면서 EZ2DJ로의 신규 플레이어 유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외부적으로도 곤란한 상황에 더해 국산 리듬게임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는지 저작권 문제인지 몰라도 - 주로 후자인 듯하다 - 일본산 리듬게임에 수록된 많은 곡들과는 다른, EZ2DJ만의 곡을 수록하려 하다 보니 내부적인 문제도 발생한 것 같다. 일본산 리듬게임은 게임에 수록할 곡을 드라마 OST, 애니메이션 OST, J-pop 등 넓은 범위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곡을 게임을 위해 편집만 하면 되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인 제작과 신속한 업데이트가 가능할 것이다. 이와 달리 EZ2DJ는 회사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곡들밖에 수록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 개발팀이 반복적으로 곡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적은 신곡 추가와 자기복제성 강한 곡 위주의 구성으로 이어져 플레이어들의 싫증을 유발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기존 유저의 이탈과 신규 유저의 희박한 유입을 겪으며 인기와 영향력이 점점 줄어든 EZ2DJ는 요즘은 소수의 마니아들만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만약 오류가 있다면 지적 부탁합니다.)


   이 게임은 ‘게임은 한 판에 100원’이라는 당시의 암묵적인 통념과 다르게 200원의 요금이 필요했던 게임이었다. 물론 이는 동네마다 달라서 100원만 필요한 경우도 있었지만, 한 번의 플레이에 3곡만 플레이할 수 있으며 첫 번째 판이나 두 번째 판에서 클리어를 실패할 경우 그대로 플레이가 끝난다는 규칙은 동일했다. 우리 동네에서는 200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나름 큰 진입 장벽이었는지 200원의 본전을 뽑을 정도로 자신 있는 사람들이 주로 이 게임을 플레이했고, 그 외의 사람들은 주로 관중이 되었다. 물론 비용 측면 외에도 리듬게임의 특성상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보다는 관심을 가진 소수의 고정 지지층을 주로 확보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게임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으며 플레이 해본 사람은 더욱 적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찍이 이 게임에 관심을 가졌고, 플레이 당 200원이라는 높은(?)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이 게임을 플레이했다. 당시에 피아노 학원을 다녔기 때문인지 어느 정도 갖춰진 박자감각 위에 연습을 통해 다져진 반응 속도를 더하자 초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한 곡은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아직도 무료할 때면 종종 오락실을 찾아가 이 게임을 즐기는 소수의 마니아가 되었다.




7. 손펌프 (난이도곡마다 다르므로 일괄 평가 불가)


정식 명칭은 '펌프 익씨드'. 요즘 나온 최신 버전도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때 했던 버전의 사진을 찾기 위해 구글숲을 헤맸다.


   펌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춤추는 것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발로 하는’ 리듬게임이다. 더 예전에는 주로 'DDR'이라고 불렸던 게임이다. 그런데 손펌프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편이다. 원하는 게임이라면 다른 동네까지라도 원정을 가서 플레이했던 나조차 별로 보지 못했을 정도로 게임기 수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게임은 말 그대로 펌프를 손으로 하는 것이다. 다섯 개의 발판이 버튼으로 대체되어 손으로 누르는 것이다. 몸 전체를 움직여야 하는 펌프를 잘할 자신이 없었던 나는 마침 등장한 손펌프를 매우 반겼고 펌프 대신 손펌프를 주로 했었다. 특히 이 게임을 접하기 전부터 EZ2DJ를 하고 있었던 터라 상대적으로 버튼 수도 적고 노트 패턴도 보다 단순한 손펌프에 익숙해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 기준 최상위 플레이어가 되어 모든 곡을 입맛대로 골라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손펌프는 수록곡이나 게임 화면 그리고 옵션 커맨드 등 거의 대부분이 펌프와 동일하다. 소프트웨어는 그대로이고 두드리는 하드웨어만 바뀐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적인 인상으로는 역시 발이 아닌 손으로 하는 게임이라 그런지 펌프와 비교했을 때 체감 난이도가 감소했던 것 같다. 그래도 손으로 하는 게임이라 그런지 어려운 곡들은 눌러야 할 노트들이 상당히 많고 복잡했는데, 알고 보니 그렇게 어려운 곡이 발펌프에도 똑같이 있었고 손으로 따라잡기도 힘든 노트를 일일이 발로 밟고 있는 고수들의 모습은 정말…….




8. 쓰리 원더스 (난이도: 3 컨트롤: 3 재미: 3 속터짐(난이도에 가산): 3)


'쓰리 원더스(three wonders)'의 게임 선택 화면. 어차피 한 번에 한 게임만 할 수 있지만 선택지가 주어지니 어쩐지 가성비가 좋은 느낌이다.


   이름만 들으면 대부분 모르지만 설명을 듣다 보면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싶은 게임이다. 코인을 넣고 시작하면 세 가지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나오고, 비슷해 보이는 두 가지 게임과 귀여운 그림체의 게임 하나가 있다. 그리고 그 중 첫 번째 게임을 많이 선택한다. 첫 번째 게임은 일반적인 런앤건 게임이고, 두 번째 게임은 첫 번째 게임과 같은 세계관과 캐릭터를 갖고 스토리 상 첫 번째 게임의 후속작인 슈팅게임이며, 세 번째 게임은 앞의 두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는 퍼즐 게임이다.


   첫 번째 게임은 악당에게 잡혀간 여자를 구하고 마을의 평화를 되찾는 줄거리의 게임이다. 고전게임다운 평범한 컨셉과 그래픽 및 난이도를 갖는데, 그래도 후반부로 갈수록 난이도가 상승하기 때문에 원 코인 클리어를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때문에 이 게임도 우리 동네에서는 원 코인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가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이었으며, 나는 여러 공략들을 열심히 익혀둔 덕에 상위권에 머무를 수 있었다. 참고로 우리 동네 기준 상위권 원 코인 플레이어가 평균적으로 마지막까지 도달하는 곳이 태양 보스가 등장하는 곳이다. 지금 보면 이 보스의 공격이 그렇게 복잡하거나 피하기 어려운 것은 아닌데, 그 당시 아이들의 컨트롤이 부족한 것도 있었고 플레이어 캐릭터의 이동 속도가 상당히 느리게 설정되어 있어서 다 보면서도 피하지 못하고 맞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코인러쉬로 기어코 태양 보스를 쓰러뜨렸는데, 태양 보스가 마지막일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마지막 스테이지가 하나 더 남아있었으며 그 스테이지의 보스이자 이 게임의 최종 보스가 지구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많은 아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지구가 태양보다 더 세다니…… 초등학생의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두 번째 게임은 첫 번째 게임과 세계관을 공유하며, 주인공인 플레이어 캐릭터도 동일하다. 다만 장르가 슈팅게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첫 번째 게임의 스토리를 몰라도 두 번째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뿐더러 게임 장르도 아예 다르기 때문에, 두 번째 게임을 독립적인 하나의 게임으로 취급하여 첫 번째 게임과 마찬가지로 초기 화면에서 바로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보인다. 난이도는 슈팅 게임의 특성 때문인지 체감 상으로는 첫 번째 게임보다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후에 검색해본 결과, 나만 어렵게 느낀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유저가 미친 듯한 난이도라고 평했다고…….


   세 번째 게임은 앞의 두 게임과는 스토리도 그림체도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게임이다. 토끼나 다람쥐를 주인공으로 플레이하여 슬라임과 공룡 모습의 적들을 벽돌을 밀어 압사시키는(!)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적에게 닿으면 쓰러지기 때문에 열심히 도망을 다니면서 벽돌을 밀어야 한다. 이 게임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달리 의외로 상당한 순발력과 컨트롤 그리고 공간 지각 능력이 필요한 게임이며 난이도의 상승 폭이 작지 않은 편이다. 또한 단계가 거듭될수록 달라지는 점이라고는 적의 숫자와 벽돌 색깔 정도뿐인 단조로운 구성 때문에 지루한 점도 없잖아 있었다. 때문에 돈을 넣고 게임을 플레이하던 당시에는 가성비와 오락성이 좋지 않은 게임으로 인식되었고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게임이 되었다. 그러다 몇 년 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 게임을 플레이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가 기회다 싶어 코인러쉬로 엔딩을 보려 시도했다. 하지만 50스테이지 가까이 클리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스테이지 앞에서 결국 인내심이 바닥나 엔딩 보기를 포기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는 이미 엔딩을 봤었고 보너스 스테이지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 보너스 스테이지는 대체 얼마나 있는 걸까…….




9.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 (난이도: 3 / 컨트롤: 4 / 재미: 4 / 손맛: 4)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의 타이틀 및 캐릭터 선택 화면. 입문 초기에는 초록을 자주 골랐는데 어느 순간부터 빨강으로 넘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어쩐지 이름은 계속 헷갈리는 게임이다. 도둑맞은 야구선수 동상을 되찾는 이야기인데, 스테이지 별 보스들을 물리치고 잃어버린 동상의 파트들을 모두 찾고 나면 스토리 초반에 주인공들에게 동상 회수 의뢰를 했던 의뢰주가 가발을 벗고 최종 보스로 등장하는 반전을 볼 수 있다. 오락실 용 고전게임 치고 스토리에 반전이 들어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기에 이 점은 나름 참신하다고 볼 수 있지만, 나 당시에는 원 코인으로 최종 스테이지까지 플레이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을 뿐더러 그 정도 실력을 가진 사람들도 스토리를 생략하고 플레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 게다가 스토리 화면의 영어를 해석할 줄 몰랐기 때문에 - 이를 알아차리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때문에 최종 보스가 야심차게 등장해도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보스가 누구든 그저 때려잡으면 될 뿐’ 하며 두들겨 패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심지어 이 보스는 다른 보스와 달리 컨트롤만 잘 하면 한 대도 안 맞고 쉽고 안전하게 때려잡을 수 있는 공략법이 존재하는 보스이니, 최종 보스 치고는 체면이 말이 아니다.


   평범하지만 밸런스가 갖춰진 빨강, 작지만 이동속도 및 공격속도가 빠른 초록, 덩치가 크고 느리지만 파워는 강한 노랑, 키 크고 말라서 힘없게 생겼지만 사정거리가 긴 파랑의 네 캐릭터 중에서 하나를 골라 플레이하게 되는데, 주로 빨강과 초록을 많이 선택했다. 노랑과 파랑은 장점을 살리면 매우 쓸만하나 컨트롤을 못하면 여기저기 얻어맞다가 금방 죽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루기가 쉽지 않은 편이라 이들 캐릭터를 따로 익힌 사람을 제외하고는 선택하는 사람이 적었고, 초록은 플레이하기에는 쉬우나 야매 스킬 논란이 있는 캐릭터라서 초심자들이 주로 선택했다. 결국 우리 동네에서 상위권에 들었던 아이들은 플레이의 용이함과 명예를 위해 빨강을 주로 선택했다. 다만 캐릭터마다 전체적인 능력치 분포 및 스킬 종류와 커맨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스타일에 따른 주 캐릭터가 있는 편이었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야구방망이가 이렇게나 쓸모 있는 무기였는지를 깨닫게 된다(<하프라이프>를 아는 사람이 빠루를 예찬하듯이). 처음에 얼핏 보면 정신없고 지저분해 보이는 그림체가 집중을 방해하는 듯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플레이하면서 적들을 야구방망이로 두들기는 맛에 게임을 즐기게 된다. 또한 내가 주로 플레이했던 캐릭터는 빨강인데, 이 캐릭터의 궁극기는 운석을 소환해서 지상의 적들에게 내리치는 기술이다. 적들이 정말로 ‘악당’같은 생김새를 가져서 그런지 몰라도 이들을 필살기로 처리할 때의 쾌감은 이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었다. 물론 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일 뿐, 일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 외에도 자신의 집이 폭파되어 분노에 가득 찬 오리가 아방가르드한 형광색으로 가득한 맵 속에서 수많은 적들을 모조리 때려 부수고 최종 보스를 참교육 시키는 정의구현 복수극 <J.J.Squawkers>, 흔히 '동물철권'으로 알려진 <블러디 로어>, 고전 게임치고는 드물게 3D 그림체를 사용했던 로봇 격투 게임 <테크 로맨서>, 1-5 스테이지를 넘어간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는 <스트라이커즈 1945>, 일반적인 조이스틱과 작은 버튼이 아닌 호빵 모양의 둥근 버튼으로 플레이하던 <컴온 베이비>, 스토리모드와 대전모드가 있고 캐릭터별 특수 능력이 있어 더욱 재밌었던 <네오 봄버맨등등 많은 게임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좌) '블러디 로어'의 캐릭터 선택화면 / (우) '네오 봄버맨'의 스토리모드 최종 클리어 화면. 오른쪽 사진은 내가 직접 원코인 클리어에 성공하고 감격에 젖은 채 찍었다.




   어렸을 적 문방구 앞에 쪼그려 앉아 불량식품을 입에 물고 열심히 플레이하던 고전게임들은 요즘 나오는 온라인 게임들과 비교하면 스케일도 작고 시나리오도 짧아 여러모로 소박하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그 이상 재미있는 것이 없었던 ‘천원의 행복’이었다. 또한 아직도 플레이 해보라면 하고 싶을 정도로 추억이 많이 담겨 있고 정이 가는 게임들이다. 말이 나온 김에 조만간 시간을 내서 근처 오락실에 찾아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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