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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굽쇠 May 04. 2023

어느 날 나에게 쿠폰이 도착했다

다양한 할인 마케팅에 내 지갑을 지키는 법

   지인에게 카카오톡으로 받은 선물을 확인하려 선물함에 들어갔다. 평소에는 항상 ‘0’이던 쿠폰 항목에 웬일로 ‘1’이 떠 있었다. 궁금해서 눌러보니 굵은 글씨로 ‘15,000원 할인’이 적혀 있었다. 심지어 한우를. 얼마 전 뉴스에서 한우 가격을 낮춰서 소비를 늘리려 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 일환일까? 소고기 먹은 지 꽤 됐는데 이참에 고기를 사볼까? 다양한 상상을 하던 도중 큰 글씨 아래 다른 조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10만 원 이상 구매 시 최대 1만 5천 원 할인’


   그럼 그렇지. 한우는 비싸니까. 결국 내 돈을 10만 원 이상 써야 ‘최대’ 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에이, 좋다 말았네. 나는 입맛을 짧게 다시며 화면을 돌렸다.






   시장 중심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마케팅을 접한다. 어떤 그게 마케팅이었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훅 들어오기도 한다. 그리고 웬만하면 거기에 혹해 예정에 없던 소비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휩쓸리듯 소비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굳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든지, 필요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썼다든지.


   그러다보니 나는 쇼핑을 할 때 충동구매나 과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나만의 원칙이 하나 두고 있다.



“할인은 소비 계획이 있을 때만 활용한다.”



   말 그대로 할인 행사는 소비 계획이 원래 있었을 때만 유의미하다. 계획에 없던 소비라면 할인된 만큼의 낭비를 했을 뿐이다. 1+1, 2+1 행사 등도 마찬가지다. 원래 그것을 사려 했던 게 아니라면 한 개든 두 개든 사는 시점에서 낭비일 뿐이다. 마케팅의 전략은 얼마를 깎아준다든지 몇 개를 더 준다든지 등에 시선을 쏠리게 해 마치 플러스라고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애초에 그것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손익 상 마이너스의 폭이 조금 줄어든 것이지 플러스는 아니다.


   그런 마케팅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마케팅 하는 쪽에서는 자신들의 기대 이익 일부를 투자해서 벌이는 행사이니 나쁠 이유도 없다. 사는 입장에서도 원래 사려던 것이라면 평소보가 싸게 더 많이 사서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다. 다만 소비하는 쪽에서도 갈대처럼 흔들리며 아무 때나 지갑을 열지 말고 계획적인 소비 통제가 필요하다. 나의 소비계획을 중심으로 할인을 이용해야지, 할인에 혹해 자신의 소비계획을 갑자기 늘리고 합리화하면 그거야말로 주객전도니까.






   그렇다고 내가 그런 행사에 아예 신경을 안 쓰냐면, 그렇지도 않다. 활용할 만한 게 없을까 하고 유심히 살펴본다. 그리고 나름의 기준을 세워서 검증을 한 다음 추가 소비에 할인을 활용한다.



1) 해당 가게를 가거나 물건을 살 예정이 행사 기간 내에 있는가?

2) 그게 아니라면, 그것을 샀을 때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이전부터 명확하게 필요했는가?

3) 그게 아니라면, 그것을 사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심각한 불편이 있는가?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모두 ‘NO’가 나온다면 나는 소비하지 않는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세 가지 질문 중 한두 가지에 ‘YES’가 나온다면 소비한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의 고민을 거치고 소비한 것이라면 거의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더라도 예상한 범위 이내라서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다.


   한편 너무 배가 고프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쇼핑하러 가지 않는다. 평소보다 자제력이 줄어들어 계획에 없던 소비를 충동적으로 하게 되거나, 보상 심리에 사로잡혀 나만의 원칙을 은근슬쩍 외면하기 쉽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푸는 사람들의 심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받아 평소 이상의 소비를 해놓고 뒤늦게 아차 싶었을 때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살긴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나처럼 산다면 아마 시장경제 자본주의는 금방 망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아껴 쓰는 만큼 누군가는 과소비도 하고 충동구매도 하고 많이 벌어서 많이 쓰고 있으니까 내가 적게 소비하더라도 경제가 유지되는 거겠지. 그렇기에 씀씀이가 큰 사람을 그리 나쁘게 보지 않는다. 자신의 경제 규모에 맞지 않는 소비로 자신과 주변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아니라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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