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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굽쇠 May 12. 2023

건강 관리는 '귀찮음'과의 싸움

하루하루 정직하게 쌓아가야 이룰 수 있는 것

   나는 피부가 약하다. 기본적으로 아토피를 달고 살아서 피부가 약하고 예민하며 건조할 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 그리고 스트레스 등등 영향 받는 요인도 다양하다. 게다가 퇴사 후 너무 늘어나버린 체중을 줄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보니 더더욱 건강관리에 신경이 쓰인다. (다이어트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을 쓸 것이다)



   일하는 동안 너무나도 망가져버린 건강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나는 피부 관리와 다이어트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피부는 살면서 이렇게까지 안 좋아진 적이 없다 싶을 정도로 망가졌다. 아토피가 가장 심해지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20살 봄이었는데 그때 기록을 갱신하는 수준으로 망가졌다. 가만히 앉아 숨 쉬고 있는 것도 힘든데, 내가 돈 받고 일하는 입장이 아니었다면 과연 집 밖으로 나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을까 싶었다.


   다음으로 체중은 10kg 이상 늘었다. 입사 직전과 비교해서 그 정도고, 전부터 다이어트로 체중을 조절하던 때와 비교하면 더 많이 늘었다. 4년 전 다이어트를 막 시작했을 때도 초기 몸무게에 충격을 받아 정말 노력해서 살을 뺐는데, 퇴사 후에는 그때보다 더 높아져 최대 몸무게 기록을 갈아치워 버렸다. 그 숫자를 보며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안 그래도 일하는 동안 잘못된 생활습관을 가지면서 늘어나는 뱃살을 보고 불안해하긴 했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퇴사 후 피부를 회복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이것저것 챙기기 시작했다. 잠도 많이 자고, 피부과에 꾸준히 가서 진료 받고, 약도 잘 챙겨먹고, 연고도 잘 바르고, 로션도 잘 바르고, 가공식품도 확 줄이고, 몸에 좋다는 유산균·비타민·각종 보조제도 챙겨먹었다. 물론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래서 몇 달 동안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잘 쉬고 잘 자고 잘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니 피부가 많이 좋아졌다. 물론 그래도 계절이 바뀌거나 미세먼지가 심해지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기복이 생기기 때문에 방심할 수는 없다.


   다이어트도 마음 강하게 먹고 시작했다. 피부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가공식품을 극히 줄이고, 닭가슴살과 샐러드를 챙겨먹으며, 간식도 아예 안 먹거나 가끔씩 조금만 먹고,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도 기본은 아메리카노나 콜드브루로 고른다. 중간 중간 여러 계기와 유혹 때문에 많이 먹고 후회할 때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이어갔다. 거기에 약간의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기초대사량과 근육량도 늘렸다. 헬스처럼 집중적으로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근육이 붙어서 만족스럽다.






   그렇게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기 시작한 지 벌써 반년이 흘렀다. 어느새 반년이나 지났나 싶으면서도 이렇게나 했는데 아직 반년밖에 안 지났나 싶다. 피부는 많이 좋아졌지만 요즘 환절기에 미세먼지 때문인지 다시 요동을 치고 있고, 몸무게는 최근 –10kg을 달성했지만 방심하지 않고 계속 식단과 운동을 유지 중이다.


   건강관리를 하면서 느낀 점이 많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건강관리는 귀찮음과의 싸움’이라는 점이다. 지금이야 많은 것이 습관으로 붙어서 그나마 괜찮지만 처음에는 정말 모든 것이 귀찮았다. 피부를 잘 유지해주려면 일정 시간 이상 자야 하고, 그러려면 일정 시간대 안에 꼭 자리에 누워야 한다. 약 먹는 것도 잊어버리기 쉬우니 잘 먹어줘야 한다. 약 바르는 건 더더욱 귀찮지만 열심히 챙겨 발라야 한다. 영양제든 뭐든 하루 한 번씩 먹는 것도 까딱하면 넘기기 쉽기에 아예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식후’가 아닌 ‘식전’에 먹는 거라면 더더욱 그렇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보습이야말로 피부 관리에서 귀찮음의 끝판왕이다.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게 로션이든 크림이든 보습제를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 그날의 온도, 습도, 피부 컨디션 등에 따라 내가 보습제를 얼마나 자주 혹은 많이 발라야 하는지가 다르다. 너무 적게 바르면 건조해서 가렵거나 쉽게 트고, 너무 많이 발라도 피부가 답답해서 가려워진다. 그야말로 눈치 있게, ‘알잘딱깔쎈’과 ‘낄끼빠빠’의 정신으로 발라줘야 한다. 가끔은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싶지만, 이렇게라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삶이라는 결론을 반복한다.


   다이어트는 더더욱 어렵다.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하고,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해 단백질도 일정량 챙겨먹어야 한다. 피부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영양을 위해서도 야채 또한 잘 챙겨먹어야 한다. 카페에 가면 맛있는 디저트가 즐비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참아야 한다. 안 먹는 건 그나마 나은데 단백질 챙겨먹는 건 패턴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참 어렵다. 한때 귀찮음을 해소하기 위해 단백질 드링크를 즐겨 마셨다가 피부가 안 좋아지는 것을 경험한 뒤에는 아예 끊었다. 자연적인 방식으로 다양하게 단백질을 채워야 하니 귀찮음은 더 늘었다. 게다가 집밖에서 밥을 먹게 되면 단백질은 적고 탄수화물이 많은 메뉴가 워낙 많기 때문에 미리미리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운동이 제일 귀찮다. 운동을 하면서 이걸 정말 하고 싶고 재밌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뿐만 아니라 전에도 다이어트를 2번 더 했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는 운동이 재밌어서 하기도 한다는데 난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아토피 때문에 몸에 열이 너무 많이 오르거나 땀이 많이 나면 피부에 악영향이 간다. 당연히 유산소 운동을 오래 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짧은 시간만 참고 해도 되고 근육량도 늘릴 수 있는 무산소 운동을 선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아주 조금의 운동이나마 꾸준히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쌓아온 근육량이 아까워서기도 하고 이제는 안 하면 불안해질 정도로 몸에 배인 습관이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개인적인 방식과 경험이지만 피부를 회복하고 살을 빼려면 곳곳에 포진해있는 귀찮음을 계속 이겨내야 했다. 지금도 여전히 귀찮음을 느낄 때가 많다. 귀찮음이란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몸이 나에게 보내는 일종의 마찰력 같은 거라 생각한다. 안 하던 걸 하려니, 중간에 그만뒀던 걸 다시 하려니 몸이 자꾸 징징대는 거다. 뭔가를 더 제대로 하려 할수록 귀찮음이 더 강해지는 것까지 똑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귀찮음과 싸워 이겨내야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아무리 몸이 귀찮다며 앙탈을 부려도 ‘안 돼, 안 들어줘, 누울 생각 없어, 빨리 일어나’ 하며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결과적으로 더 건강해질 수 있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귀찮음에 굴복하여 ‘하지 않아서 후회한 적’은 많아도 ‘해놓고 후회한 적’은 거의 없음을.


   생각해보니 학생 때 공부할 때도, 전 직장에서 일할 때도 비슷했다. 공부할 때 귀찮지 않은 것이 단 하나라도 있던가. 노트 필기, 복습하기, 각종 암기, 문제 풀기, 채점하기, 오답 정리하기, 모르는 것 질문하기 등등 안 하려면 얼마든지 안 할 수 있고 하려면 얼마든지 많이 할 수 있는 것이 학교 공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는 귀찮음이 따른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이겨냈다. 백전백승은 결코 아니었지만 적어도 높은 승률을 기록했기에 결과도 잘 나온 것이리라.


   직장에서도 그랬다. 일을 하다보면 ‘지금 눈에 보이는 저것을 수정·보완하지 않으면 그 뒤에 뭔가 문제가 생길 것 같다. 하지만 지금 해야 할 다른 일도 많은데 저것까지 손대기에는 너무 귀찮다’ 싶은 일들이 정말 많았다. 물론 인간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손댈 수는 없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그것들을 해내려 했다. 다만 그때는 욕심이 너무 컸던 탓에 건강을 망쳐서 이제는 절제의 필요성도 배웠다. 그래도 그 당시 귀찮음을 이겨내고 움직이려던 모습이 아마 선임들이 ‘역량이 크게 늘어날 것 같다’고 칭찬했던 이유였나 보다.






   그러다보니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귀찮음을 이겨내는 팁이다. 바로 ‘무시’다. 귀찮음이 내 머릿속을 잠식하기 전에 그냥 생각을 끊고 바로 움직이는 것이다. 귀찮음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은 이유,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등등 내 나름대로의 합리화 논리가 늘어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귀찮음에 더 젖어들게 되고 할 일은 더 하기 싫어진다. 그러니까 귀찮아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 그냥 털어버리고 몸을 움직여버리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핑계만 늘리고 내게 게으름을 허락할 뿐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전까지 앉아있는 시간만 낭비될 뿐이다. 그러니 귀찮음이 나에게 세 치 혀를 놀릴 때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이다.


   요 근래 내가 들어간 던전은 ‘피부관리’와 ‘다이어트’의 던전이었다. 매일매일 나를 방해하는 귀차니즘 몬스터들이 찾아오지만 열심히 베어 넘겼다. 그 결과 많은 몬스터들을 쓰러뜨리고 경험치를 쌓아 레벨 업을 이루어냈다. 그렇게 얻어낸 전리품인 ‘건강’이 나는 마음에 든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성취를 해낸 내가 좋다. 남에게도 당당해지지만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질 수 있어서 좋다. 이 건강을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해내고 싶다. 그러려면 앞으로도 또 많은 몬스터들을 베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할 것이다. 승률 100%는 못하겠지만 7~8할만 되어도 프로리그에서는 상위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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