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대표 감정평가사입니다
저는 저번주에 큰 아이와 대만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랑 단 둘이 가는 해외여행은 지난겨울 홍콩여행 이후 두 번째입니다. 두 번 다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을 통해 다녀왔는데요. 금번 대만 여행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넘치시는 중년 여성 일행 분들과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성가이드가 어떤 말을 해도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중년 여성분들의 호응도는 최고였습니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동행하는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기 바쁜 저는 그 광경이 이색적이기만 했는데요.
정말 남성 가이드가 하는 말이 재미있을까?
저분들은 여행 길이 하나도 고단하지 않은가 보다?
나보다 나이는 더 들어 보이는데 체력들이 대단하구낭!
라고 말이죠.
[남성 가이드]
여러분 알아두면 유익한 대만어 하나 알려드릴게요!
형님이란 말을 대만어로 ‘따 꺼’ 라고 합니다.
따라 해 보세요 따~꺼! 쉽죠?
이 씨 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따꺼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중년 여성분들]
까르르! 이따꺼!
[남성 가이드]
어머 발음이 거의 원어민 수준이얌~
안 씨 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안따꺼
이따꺼~! 안따꺼~!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중년 여성분들]
까르르! 까르르~까르르~
[남성 가이드]
근데 우리 버스 기사 아저씨는 조씨에요
나중에 버스에서 내릴 때 조따꺼 해보세요 조따꺼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중년 여성분들]
까르르~까르르~조따꺼래 조따꺼!
'조'따꺼의 조를 세게 발음하면 자칫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조~따꺼라는 대만어는 그 이후로도 환청처럼 주변을 계속 맴돕니다.
[남성 가이드]
자 이제 내리셔야 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중년 여성분들]
우리 버스 안 내리고 버스 안에서 '조따꺼' 아저씨랑 놀면 안돼요? 까르르~~
조따꺼 안따꺼? 이따꺼? 닦아줘 닦아~
일상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 대화는 이상하게도 자꾸 음담패설처럼 들리는 건 저의 착각이겠지요? 마침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중년 여성분들은 바로 제 뒷좌석에 앉아 계셨는데요. 환청일까요? 이후에도 자꾸 조따꺼~ 조따꺼~ 버스아저씨를 조용히 혼자 찾고 계십니다.
여자 중학생인 큰아이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이가 대만의 일상어로 이해하고 있을지 궁금하지만 차마 물어보지는 못합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대답한다면 뭐라고 이야기해 줘야 할지 엄마로서 혼란스럽습니다. 무수한 '조따꺼'의 현현하는 말들을 무시한 채 잠만 꾸벅꾸벅 졸기만 했습니다.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만 타이베이 공항 대합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 또다시 환청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조따꺼~! 까르르! 조따꺼~!까르르1'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중년 여성분들이 10미터 반경 내에 앉아 있습니다. 문제는 공항 대합실이 밀폐된 공간이라 발음 끝에 에코도 따라붙습니다.
'조 따꺼 워우 워우 조 따꺼 워우 워우'
드디어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아 좀 심하시다. 이건 아니지 않나.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같이 동행한 일행분이 자중하라는 한소리가 들립니다.
조따꺼라는 대만 일상어에 푹 빠져 있는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중년 여성분이 이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말이야. 이제 나이도 많고 재밌는 일이 없어서 이런 사소한 일로도 웃음을 만들어야 돼'~
아니 갑자기 분위기 싸하게 하는 갑분싸같은 말을 하시는지요.
인생살이가 대극의 연속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쁘고- 화나고(희-노), 슬프고-행복하고(애-락), 우울과 쾌락, 삶과 죽음..
죽도록 사랑해, 웃겨 죽겠다 같은 말들도 대극적인 삶을 표현한 게 아닐까.
엉뚱하게도 평온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조따꺼'를 통해 느껴봅니다.
어쨌튼 많이 웃읍시다. 깔깔깔!
그래서 많이 웃어야 겠습니다.
대만 타이베이 중심에는 용산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나무패 두 개를 던져 소원이 이루어 질지를 신에게 물어보아 점을 치는 특이한 풍습이 있는데요.
무심결에 던진 나무패에서 신은 이런 응답을 하네요. 너의 소원은 이루어질 거야 라는 긍정의 패 (불룩한 면인 양각과 평평한 면인 음각이 각각 나오는 경우)가 나왔습니다. 사진을 찍어두어 선물처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사진 한장과 여유있는 웃음과 함께
모든 소원이 이뤄지 길 기원드립니다.
아차! 브런치 스토리는 감정평가사로서의 성장일기지요?
시급하게 한 줄 적어봅니다.
대만과 한국의 감정평가제도는 무척 유사합니다. 실은 한국의 감정평가 제도는 거의 일본에서 가져왔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알고보니 대만 초대 총리인 장개석과 우리나라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에서 같이 공부한 육사 동기라고 하지요. 경제, 정치 등 한국과 대만이 유사한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혹시 그래서 감정평가제도도 유사한가 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이상 조따꺼로 시작해서 한국과 대만의 감정평가제도로 마무리가 되는 스토리였습니다.
정감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정평가사 입니다.
내친김에 다음에는 라스베거스를 다녀온 이야기를 소개해야겠네요. 음담패설은 없고 진짜 평가 이야기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