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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 엄마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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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야
Aug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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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아들이 훌쩍 컸음을 느낄 때
온몸으로
포옥 안기던 아이가 엉덩이를 쭉 빼고
어깨와 가슴만 안기는 어정쩡한 자세가 되었다.
집에서 노브라로 지내던 나도 조심하게 되어
벗어던졌던 브래지어를 다시 챙겨 입는다.
유리병 소스를 샀는데 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어디 가
서 팔씨름으론 지지 않는 나였는데.
예전 같았으면 뚜껑과 한참을 씨름했을 텐데
이제 얼른 아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오늘도 아이는 하루 열두 번 넘게 성을 낸다.
울고불고할 때면 목에서 갈라지는 쇳소리가 난다.
기가 쭉쭉 빨린 나는 소파에 널브러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는 동생과
낄낄대고 있다.
<노크 꼭! 입장료 천 원. 친구는 Free Pass!>
아이가 방문 앞에 종이 문구를 써서 붙여놓았다.
친구가 좋을 나이구나. 인정해야 한다.
조금씩 네게서 멀어져 줘야 하는 때가 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들이
안아보자
할 때 피하지 않아 주어서
소스 뚜껑
을 열고는 어깨가 한껏 올라가서
쇳소리로라도 나를 좀 봐 달라고
외쳐대서
조금씩 조금씩 너의 세계를 넓혀가서
죽어라 싸우고도 뒤돌아
다가와 주어서
행복한, 나는
사춘기 아들의
엄마입니다.
상단 이미지출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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