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다워

by 오이야

10대의 아들이 훌쩍 컸음을 느낄 때


온몸으로 포옥 안기던 아이가 엉덩이를 쭉 빼고

어깨와 가슴만 안기는 어정쩡한 자세가 되었다.

집에서 노브라로 지내던 나도 조심하게 되어

벗어던졌던 브래지어를 다시 챙겨 입는다.


유리병 소스를 샀는데 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어디 가서 팔씨름으론 지지 않는 나였는데.

예전 같았으면 뚜껑과 한참을 씨름했을 텐데

이제 얼른 아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오늘도 아이는 하루 열두 번 넘게 성을 낸다.

울고불고할 때면 목에서 갈라지는 쇳소리가 난다.

기가 쭉쭉 빨린 나는 소파에 널브러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는 동생과 낄낄대고 있다.


<노크 꼭! 입장료 천 원. 친구는 Free Pass!>

아이가 방문 앞에 종이 문구를 써서 붙여놓았다.

친구가 좋을 나이구나. 인정해야 한다.

조금씩 네게서 멀어져 줘야 하는 때가 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들이


안아보자 할 때 피하지 않아 주어서

소스 뚜껑을 열고는 어깨가 한껏 올라가서

쇳소리로라도 나를 좀 봐 달라고 외쳐대서

조금씩 조금씩 너의 세계를 넓혀가서

죽어라 싸우고도 뒤돌아 다가와 주어서




행복한, 나는

사춘기 아들의 엄마입니다.



상단 이미지출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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