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이야 Jan 24. 2022

나, 그리고 우리를 닮았다.

나무 그루터기와 돌덩이


두 나무 사이 돌덩이

문득 우리를 닮았다.


한 발짝 떨어져 마주 보던 두 나무가

돌덩이를 껴안으며 긁히고 찢겨 나갔다.

 사이 멀어지고 삶의 무게 더해진 것만 같았는데


부족한 너와 나를 채워주고

그 사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은

사실 돌덩이, 네가 아니었을까?



한 뼘 짜리 나무 루터기

문득 나를 닮았다.


 순간 통째로 잘려나간 몸통

한창 뻗어가던 가지와 이파리, 꽃잎까지

 잃었구나 했는데


쉬 흔들렸던 키 큰 꽃나무는

돌덩이와 눈높이를 나란히 하며

어느새 굳건 나무 그루터기가 되어 있었다.



나무 그루터기와 돌덩이가

나, 그리고 우리를 닮았다.



2012년 여름, 제주 에코랜드


매거진의 이전글 목청 터지게 말고, 두 뺨 터지게 살고픈 마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