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우리를 닮았다.
나무 그루터기와 돌덩이
두 나무 사이 돌덩이
문득 우리를 닮았다.
한 발짝 떨어져 마주 보던 두 나무가
돌덩이를 껴안으며 긁히고 찢겨 나갔다.
둘 사이 멀어지고 삶의 무게 더해진 것만 같았는데
부족한 너와 나를 채워주고
그 사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은
사실 돌덩이, 네가 아니었을까?
한 뼘 짜리 나무 그루터기
문득 나를 닮았다.
한 순간 통째로 잘려나간 몸통
한창 뻗어가던 가지와 이파리, 꽃잎까지
다 잃었구나 했는데
쉬 흔들렸던 키 큰 꽃나무는
돌덩이와 눈높이를 나란히 하며
어느새 굳건한 나무 그루터기가 되어 있었다.
나무 그루터기와 돌덩이가
나, 그리고 우리를 닮았다.
2012년 여름, 제주 에코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