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참가상

8월 2일

by GIMIN

어쭙잖은 실력으로 청소년문학상 예선을 통과한 나는 산 좋고 물 좋은 기업 연수원에서 2박 3일 동안 열리는 문학캠프에 참가했다. 그마저도 예선을 통과한 사람 중 하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사라졌고, 그 빈자리를 내가 대신 들어간 것이었다.


글을 막연하게나마 좋아했지만, 나는 참가에만 의의를 둘 수밖에 없었다. 국어 선생님이 ‘단어 몇 개를 바꾼’ 작품을 내 작품이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자존심이라기보다는 결벽증에 가까운 태도였다. 내 작품을 본 시인이 내게 ‘이 작품을 왜 썼냐’고 물었을 때, 나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단순히 시인을 처음 봐서 겁먹었던 게 아니었다.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어차피 치를 본선에서 내 실력이 들통 날 테니, 나는 그저 즐기기로 했다.


실내 체육관에서 벌어진 레크리에이션과 매 끼니마다 양식과 조식을 골라야 하는 나의 행복한 고민은 되려 본선에 대한 두려움만 키웠다.『김수영 전집』1권을 호텔방의 성경책처럼 머리맡에 두고 자도 시는 내게 오지 않았다. 어차피 결과는 다른 사람들의 몫이라 여기며 푹 쉬고 푹 잤다.


결과 발표 전날, 그러니까 캠프 마지막 날 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예선 참가한 사람들 복도를 우르르 내달렸다. 내 룸메이트 또한 그들을 따라 어느 방에 모여들었다. 나는 머뭇대면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트윈 룸에 거의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나이트 스탠드만 조명으로 켜져 있을 따름이었다.


더위도 잊고, 숨도 잊은 채 나는 그들과 더불어 이야기를 하고, 나 또한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지껄였다. 학교나 학벌과 부모님과 시험에 대한 이야기, 괴담과 문학과 캠프와 꿈에 대한 이야기가 밤맞이꽃처럼 피었다. 백일장의 결과는 추방된 지 오래였다.


동이 틀 때까지도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다. 이미 돌아간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창밖에 있는 풍경을 보면서 한동안 계속 서있었다. 어둑어둑한 소나무 숲의 실루엣 저편으로 훌치기 염색을 한 듯한 푸른빛이 남색 밤하늘을 점점 물들였다.


지금에야 말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고, 지금은 말할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반드시 가슴께에만 있어야 하는 기억이 있다. 그날 우리가 나눈 대화의 면면처럼. 그건 상식이다.


하지만 그날 본 새벽하늘은 영영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날 나는 참가상으로 조그마한 풍경 하나를 선물 받은 셈이었으니까. 허접한 글 실력으로 받은 최고의 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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