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 안에서 델리 만쥬 냄새를 무작정 따라간 적이 있었다. 붕어빵 굽는 냄새보다 훨씬 달큼한 냄새에 잠시 망설였던 나는 시험 삼아 맛보겠다는 결론을 내리며 한 봉지를 샀다. 물론 집에 가는 길에 다 식어서 맛없게 되었지만, 그 점이 델리 만쥬 냄새를 덜 유혹적이게 만들지는 못했다. ‘델리 만쥬는 냄새로 먹는 음식’이라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에 얼마나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던가.
동네에 있던 치킨 집이 없어졌다. 그 자리를 대신해서 정육점이 들어왔다. 치킨 냄새를 맡으면서 그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없어진 기름 냄새를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가게 앞에 횡단보도가 있었는데 횡단보도 저쪽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치킨 냄새를 맡으면, 영락없이 거기에 들러 치킨을 샀더랬다. 근데 이제는 치킨을 살 수 없다니.
정육점 사장이 일찍 문을 잠그는 모습을 나는 몇 차례나 지켜보곤 했다. 담배 연기를 피우는 모습이나, 담배 연기 냄새를 맡지는 못했지만, 그가 손님을 불러 모으기 위해 외치는 목소리는 약간 쉬어있었다.
언젠가 그 길을 지나쳤을 때, 나는 주위에 피어오르는 간장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주인은 가마솥을 걸어놓고 족발을 만들고 있었다. 오전에 만들어서 신선하다는 문구도 가게 창문에 크게 써붙였다.
사람들이 하나 둘 정육점에 발길을 멈추고 냄새를 맡았다. 횡단보도를 건너가기 전에 그들은 빨간 불에 앞서, 간장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족발 냄새를 맡아야 했다. 정육점은 이제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바뀌었다.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긴 하지만, 마스크를 뚫고 오는 냄새가 있다. 버터가 프라이팬에 녹으며 내뿜는 냄새, 라면 수프의 매운맛이 내뿜는 냄새, 만두를 찌고 있던 찜기에서 느닷없이 내 얼굴로 쏟아지는 김과 흐뭇한 냄새. 역에서 집까지 가는 길은 냄새가 간판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걸을 때마다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어딘가에 들러서 음식 하나를 사 오는 결말에 어김없이 걸려드는 호구 같은 나는 결국 냄새가 풍기는 골목을 피해 걷곤 한다. 다행스럽게도 여름인지라, 유혹적인 냄새를 풍기는 데도 입맛이 없어서 음식에 손을 못 대지만,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얼마나 냄새가 내 발목을 잡을까. 물러나는 더위와 올 냄새 사이에서 꼼짝도 못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