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 영화『남극의 셰프』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요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날의 재료나 날씨 상태에 따라서 소금을 얼마나 쳐야 하는지, 설탕을 얼마나 쳐야 하는지, 다른 양념은 뭘 얼마를 더해야 하는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여름에 무생채를 만들 때는 무 특유의 쓴 맛과 씨름해야 한다. 설탕을 더 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금을 더 쳐서 더 잘 절인 다음, 무에서 나오는 물도 거의 다 버려야 한다. 겨울에는 도리어 그 물을 살려야 한다. 아리고 달큼한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 소금도 설탕도 적게 넣는다.
감자 샐러드를 만들 때 쓰는 감자는 맛있는 것보다는 되려 살짝 맛없는 걸 쓰는 게 좋다. 정말 좋은 감자로 만든 찐 감자는 마요네즈 없이도 잘 먹을 수 있다. 식어도 잘 먹을 수 있다. 오로지 소금에만 찍어 먹어도 맛있다.
약간 맛없는 찐 감자는 도와줄 재료가 많다. 마요네즈가 고소한 맛과 간을 양파가 부드러운 단맛을, 햄이 든든함을, 오이나 당근이 색깔을 보탠다.
감자 샐러드는 갓 만든 것보다 완전히 식힌 다음에 먹는 게 도리어 낫기 때문에 이 또한 맛없는 감자의 약점을 충분히 보완한다.
아침에 일어나 미역국을 끓일 일이 있었다. 평소대로 간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짰다. 물을 붓고 점심에 다시 먹었다. 분명 간에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맹맹한 맛이 났다.
나는 먹다 남기고 내버려 둔 콜라 한 캔을 마셨다. 여름이라 미지근해진 콜라는 너무 달았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단맛이 함께 강조된 것이다. 나는 그제야 군대에서 급양관에게 배운 대목이 생각났다. 아침까지 굶은 사람은 혀가 예민하기 때문에 약간의 간도 짜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미역국에 넣은 국간장을 평소부터 넣는 것보다는 적게 넣었어야 했는데....
영화『남극의 셰프[원제 : 南極料理人]』의 주인공인 니시무라 쥰[西村 淳]이 남극 기지에 조리 담당으로 파견 나갔을 때, 그는 자신이 만든 요리에 한 번도 “맛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 도쿄로 돌아온 그는 가족들과 놀이동산에 간다. 가족들과 같이 매점 테이블에 앉아, 소스에 번이 푹 절여진 버거를 한 입 먹고 나서야, 그는 “맛있네!”라고 외친다.
내가 하는 음식이 아니라 남의 음식을 먹을 때, 니시무라는 특히 감정적이 된다. 아내의 눅눅한 가라아게를 연상케 하는 남극 대원들의 가라아게를 먹을 때, 비로소 그는 울음을 터트린다. 군대에서 조리를 했던 나는 그 두 장면을 매우 공감한다.
처음엔 할머니들이 계량을 대충 하면서 빨리 음식을 하는 이유를 짐작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고서야 그분들이 재료와 날씨에 따라서 능동적으로 조미료를 가감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요리에 자신들의 얼마 안 되는 체력을 다 쏟아부으셔서 그러신다는 점을 깨달았다.
인스턴트를 매일 먹으면 질린다는 사실도 잘 알고, 집밥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 집밥을 만드는 일은 말 그대로 곤욕 그 차제다. 맛있는 반찬가게 주소나 간편한 레시피가 인터넷에 떠도는 것도 그 피곤을 덜기 위한 구조 신호의 응답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하니 못내 서글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