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Vol.4』

PART 1. 96-0-0

by GIMIN

이 앨범은 (6집 이후의 앨범을 제외하고) 김현식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 가장 적게 들어간 앨범이었다. 앞선 3장의 앨범에서 자신의 자작곡을 늘 절반 이상 집어넣었던 그는 이 앨범에서 꽤 많은 사람들의 곡을 받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자작곡을 많이 넣을 수 없었기에 그는 결과적으로 이 앨범에서 자신의 보컬에만 더욱 집중했다.


이종용이 짓고 (70년대 포크를 연상케 하는 창법으로) 직접 부른 「기다리겠오」를 김현식은 (곡의 절규를 섬세한 표현으로 치환한 편곡자 송홍섭의 편곡을 바탕삼아 개작한) 「기다리겠소」로 바꾸면서, 한결 편안하게 노래 불렀다. (박청귀의 블루스 기타 연주가 김현식의 버전에 원곡의 음악적인 정서를 충분히 보충했다.) 「한밤중에」는 리듬 기타 파트를 보강하거나, 원곡의 피아노 연주를 오르간 연주로 대체하는 식으로 변주하며. 보다 풍부한 톤을 살렸다. 김현식은 또한 유재하의 작품이자 추모곡인 「그대 내 품에」의 세심한 현악 연주에 걸맞게, 힘을 거의 빼고 노래하며 곡의 순정을 보다 격조 높게 강조했다. (편곡을 록 밴드 편성으로 한 것 또한 이런 목소리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으리라.)


이 세 곡에서 드러난 김현식의 보컬 표현은, 이 앨범의 전체에서도 고르게 드러났다.「언제나 그대 내 곁에」에서 반가성과 진성을 자유로이 사용하는 그는 절정부에 이르러 훨씬 더 자유로운 발성으로 곡의 핵심을 꿰뚫었다. 천진난만한 멜로디와 다소 복잡다단한 구성을 지닌 「여름밤의 꿈」은 김현식의 보컬 덕분에 썩 어울리는 그늘을 획득했다. 김현식의 산뜻한 절창은 「사랑할 수 없어」의 달콤한 멜로디에 어울리는 씁쓸한 뉘앙스를 얹었다. (물론 앨범의 부드러운 성격을 착실히 이어받은「우리 처음 만난 날」과 같은 숨은 명곡도 있다.)


이 앨범에서 가장 예외적인 성격을 지닌 록 트랙 「우리네 인생」은 되려 김현식의 보컬에서 리버브나 에코를 거의 제거한 결과물이었다. ('해학'으로 말할 수 있을 법한) 쾌활함이 넘치는 이 트랙은 되려 김현식이 지닌 달관을 강조하며 (앨범에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했다.


사실 처음에 「여름밤의 꿈」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안 그래도 그늘이 있는 김현식의 목소리가 내 귀에는 더욱 늘어지게 들렸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CD로 이 곡을 다시 들었고, 나는 그가 이 곡을 더할 나위 없는 독특한 여운과 깊이를 부여했음을 겨우 깨달았다. 여러 작곡가의 곡을 받은 이 앨범에서 언제나 음악적인 마침표를 찍는 이는 늘 김현식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대 내 품에」가 유재하의 곡이라고 생각하지만, 김현식이 부른 버전의 향취가 만만치 않게 내 귀를 흔든다는 사실을 부정할 자신이 없다.


귀기(鬼氣)라고 표현할 수도. 아우라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차분함이 이 앨범에 감싸고 있어서 들을 때마다 흠칫 놀란다. 어깨에 있는 힘을 다 뺀 사람의 산뜻함이 되려 강력하게 사람 마음을 뒤흔드는 가요 앨범은, 내가 아는 범주에선 이 앨범밖에 없다. 우리의 대중음악은 이 느낌을 오래전에 이미 잃었다. 그 점이 못내 아쉬워서 연거푸 더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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