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O』(1991)

PART 1. 90-0-0

by GIMIN

인트로를 장악하는 세련된 터치의 드럼 연주와 두툼하고 능글맞은 베이스 연주가 블루스 하모니카 사운드를 듬직하게 받친다. 곧바로 쟁글 팝의 리듬 기타 연주와 소울풀한 김준원의 보컬이 등장한다. 「걱정하지마」는 스타일이 최소 반은 먹고 들어간다. (필링을 강조한) 김원준의 보컬은 한결 관조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청자에게 안부와 격려를 건넨다.


강기영이 만든 「너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은 강기영의 능글맞은 베이스 연주 덕분에 김준원의 보컬이 더욱 이채롭게 들렸다. 묘한 뉘앙스로 곡을 장악하는 그의 보컬은, 그가 이런 종류의 곡을 부를 때도 훌륭한 실력을 드러낸다는 걸 청자에게 입증했다. (또한 이 곡에서 김민기의 드럼 터치는 깔끔하다는 말로는 그 명확함을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우린 무엇이기에」부터 앨범의 사운드는 한결 달라졌다. 이 곡은 분명 이들의 데뷔 앨범 사운드와 비슷한 맥락을 띠고 있었지만, (믿음직한 강기영의 베이스 연주를 바탕삼아) 거의 훵크 기타의 톤으로 스트로크를 치는 박현준의 기타 연주가 김원준의 섣부른 격정을 자제한 보컬이 느릿느릿하게 곡의 ‘중저음부’를 확실히 장악했다. (당시 한국 대중음악에선 정말 생소한 장르였던) 덥(Dub)으로 시작하여, 점점 블루스 록의 기타 솔로가 승하는 「변함없는 하늘가」는 해당 곡이 지닌 텐션 높은 그루브와 를 제법 이채롭고 선명하게 조망했다.


(소프트 록인) 「그대에게 가기까지」에서 김민기는 베이스 드럼 위주의 드럼 연주를 청자에게 들려줬다. 김준원의 보컬은 바로 그 사운드를 바탕삼아 곡의 감정을 더욱 두텁게 그렸다. 「시간이 멈춘다면」에 등장하는 김준원의 샤우팅은 바로 이러한 어프로치 덕분에 (이 곡의 키보드 사운드에 힘입어) 더욱 멋지게 들렸다.


앨범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더욱 짙어가는) 탕진과 황폐와 탈락의 기운을 키보드 및 프로그래밍 사운드로 구현한 (힘을 뺀 김준원의 보컬이 인상적인) 「잃어버린 우리」로 깔끔히 끝난다.


「Hey, Remember Me?」는 앨범 LP버전의 A면 맨 뒤를 장식했지만, CD 버전에선 이 곡 끝에 자리했다. 김원준이 가사를 쓴 이 곡은 키보드 연주와 더불어, 강기영의 베이스 연주가 또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내는 멋진 록 트랙이다. (박현준 또한 이 곡에서 훌륭한 기타 솔로 연주를 청자에게 들려줬다.)


「언제나 나를 위해 내밀이는 하얀 작은 손」과 「P.M SONG」은 이 앨범의 CD에만 들어있었다. 전자는 강기영이 작곡한 곡이었고, 후자는 박현준이 지은 연주곡이었다. 전자는 (이 앨범에서) 강기영이 지은 곡 중에서 유달리 비트 감이 있는 그루브가 돋보이는 곡이었다. 후자는 공간감 있는 톤을 스타일리시하게 강조한 느린 템포의 연주곡이다.


이 앨범의 ‘모던’은 기실 방황에서 왔다. 때문에 LP의 반듯한 구성보다, (불균형할지언정) 비트와 감정을 오가면서 만든 감정의 진폭(혹은 번민의 현기증)을 그대로 담은 CD가 훨씬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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