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AWE』(1995)

PART 1. 89-0-0

by GIMIN

신대철은 시나위의 이름을 건 4번째 앨범을 1990년에 발매하며 일찌감치 자신의 첫 사이클을 마감했다. 그로부터 몇 년 채 되지 않았을 때, 가요계는(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4번째 앨범 당시의 베이시스트였던) 서태지가, 미국 음악계에서는 너바나와 펄 잼, 앨리스 인 체인을 비롯한 밴드가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채 등장하며 제각기 상업적 성과를 거뒀다. 그가 이때까지 추구했던 LA메탈(이라 불리는 ‘글램 메탈’)은 고사(枯死) 직전에 몰렸다. 본인의 말마따나 신대철은 ‘생존을 위해’ 작정하고, 이 ‘얼터너티브 록’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첫 곡인 「나의 세계로」의 후반부를 채우는 그의 기타 솔로 연주서부터 ‘변화’가 이뤄졌다. 그는 와와 페달을 이용한 (블루스를 가미한) 기타 솔로 연주를 슬며시 느리게 구사하며 곡의 무드를 채웠다. 그의 연주는 이 앨범의 사운드에서도 여전히 단호했다.


「매맞는 아이」의 느린 리듬 트랙과 묵직한 기타 연주가 이펙터를 걸지 않은 보컬과 한데 얽히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신대철은 이 앨범이 ‘그런지’를 소화한 방식을 차근차근 청자에게 전달했다. (기존의 신대철이 즐겨 썼던 가사 쓰기 방식 또한 이 곡에서부터 거의 사라졌다.) 「혼돈의 끝」을 비롯한 곡에 등장한 신대철의 기타 연주는 확실히 예전과 다른 방법론으로 곡에 접근했다. 숨은 걸작인 「수레바퀴 밑에서」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기타 솔로 연주는 신대철이 투 핸드 태핑을 비롯한 속주 위주의 연주를 벗어나며, 한결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렸다. 신동현의 드럼 연주와 정한종의 베이스 연주는 이 과정에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이 앨범의 리듬 파트 연주는 곡의 두터움이 제대로 지탱했다. 손성훈의 보컬은 날카로움과 댐핑을 겸비한 사운드로 이 앨범의 단단한 완성도를 더욱 강화했다. 변화의 필요성과 변화의 계기가 합일을 이뤘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으리라. (이 앨범과 거의 같은 시기에 듀스의 『FORCE DEUX』[1995]도 마스터링을 한 미국의 마스터링 ‘마스터’인 월리 트라우곳[Wally Traugott]이 이 앨범의 마스터링을 맡으며 앨범의 완성도를 더욱 견인했다.)


그 뒤로 (헤비메탈의 자장에 속하는 곡이 이어졌지만) 클래식 록(그중에서도 블루스 록)의 자장에 속하는 곡이 차례로 등장했다. 「지켜봐야 해」 같은 경쾌한 로큰롤 ‘소품’이나, (CD 한정 수록곡이자) 이 앨범의 유일한 커버 곡인 「Waiting for the Sun」를 수놓은 신대철의 기타 연주는 록에 대한 그의 안목이 깊다는 사실을 청자에게 확실히 알려줬다.


물론 이후에 (시나위의 이름을 걸고 나온 앨범에서,) 그의 기타 연주는 좀 더 꽃 피웠지만, 적어도 그는 이 앨범에서 자기 ‘집’을 나오는 데 성공했다. (적어도 이 앨범의 첫 세 트랙은 그 당시에 나왔던 엔간한 너바나 트리뷰트 밴드의 결과물보다 훨씬 깊이 있다.) 그 성공에 힘입어 시나위라는 밴드 또한 틀을 깨고 새로운 밴드로 거듭났다. 이 앨범을 통해 시나위는 (사실 원래부터 그랬지만) 보다 열린 텍스트로 청자에게 다가갔다.


이 앨범의 강력한 ‘도움닫기’가 없었다면 시나위는 1990년에 멈췄으리라. 물론 이 앨범은 밴드의 최고작이 아니다. 밴드의 야심작 또한 아니다. 그러나 시나위의 앨범 중에서 가장 용감한 앨범을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앨범을 제일 첫머리에 올릴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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