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NNY ANN'S SKINNY FUNKY』

PART 1. 89-0-0

by GIMIN

앤은 부산 출신의 멤버가 모여서 만든 록 밴드였다. 이들이 만든 곡에는 꽤 다양한 (펑크나, 훵크, 랩 메탈, 팝 메탈, 재즈 록, 개러지 록, 기타 팝, 서프 뮤직, 스카에 이르는) 음악 장르가 들어있었다. 흥미롭게도 이게 중구난방처럼 들리지 않는다. 재기와 스피릿을 바탕으로 여러 장르와 감정을 종횡무진하는 이들의 사운드는 터무니없지만, 한편으로 정갈하게 들렸다.


여러 장르에 발을 걸친 밴드의 음악도 놀랍지만, 이 음악의 사운드를 선명하게 만든 (지금은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는) 디렉터 김성수의 역량은 더욱 놀랍다. 그는 중구난방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앨범의 사운드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날카롭게 벼렸다. 이 앨범의 모든 키보드 파트에 참여한 고경천 또한 다양한 건반 연주로 이 앨범의 사운드를 풍요롭게 채웠다.


첫 곡인 「Skinny funky」서부터 훵크 록, 레게, 펑크 록이 한데 얽힌다. 이 복잡한 구조의 곡을 밴드는 매우 능숙하게 다뤘다. 섬세한 터치와 힘을 겸비하며 이 곡의 그루브를 살린 이대우의 드럼 연주는 이후로도 이어진 이 앨범의 사운드에 안정감을 부여했다. 「무기력 대폭발」, 「내가 뭘?」을 든든히 서포트한 강희찬의 베이스 플레이 또한 훌륭했다. (메탈에 가까운 「구토」의 연주도, 재즈 코드 연주가 주인 「Rain28」도 그는 모두 능숙하게 소화했다.) 배태성과 최성우의 트윈 기타 사운드는 이 앨범에서 가히 트윈 터보 엔진처럼 작동했다. 랩과 멈블과 노래를 한꺼번에 소화하는 장현정의 보컬은 이 앨범의 텐션을 확실히 잡았다. 풋풋한 발라드와 랩 메탈을 넘나드는 「Love letter」은 장현정의 이런 역량 덕분에 더욱 훌륭해졌다.


「난 너무 약해」의 ‘신나는 난장판’을 끝으로, 앨범은 메들리인 ‘짜투리’ 세 곡 (「역시 예상대로다」, 「MasterV」, 「돌대가리」)을 청자에게 들려줬다. 「역시 예상대로다」가 장난스러운 발라드 곡(!)이었다면, 「MasteV」는 스래시 메탈 트랙이었고, 「돌대가리」는 개러지 록 트랙이었다. 수많은 장르의 음악을 저글링 하듯이 다뤘던 이 앨범에 참 잘 어울리는 마무리다.


여담이지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이들은 ‘부산 출신 뮤지션’의 자존심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을 비롯한 부산에서 태어나 활약했던 밴드들과 “갈매기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연합했다. 에브리 싱글데이, 피아, 레이니썬, 올라이즈 밴드(!) 등의 팀이 이들과 함께 했다. 앤은 이 “갈매기 공화국”의 한 중축을 담당하며 그야말로 맹활약했다. 스트레인저를 비롯한 80년대 부산 메탈 밴드와도 교류했던 이 “갈매기 공화국”은 그러나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그 사이에 한 번 해체한 앤은 2010년에 멤버를 모두 모아 재결합하여 준수한 신작 EP를 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신작 EP'조차도 그대로 묻혔다. 201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세이수미나 보수동쿨러를 비롯한 부산 출신 밴드들의 활발한 활동에 앞서 (장르나 지향점은 다르지만)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잊은 듯하다.


나는 아직도 이 앨범이 다시 세상에 나오기를 바란다. 적어도 이들은 이들의 작업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하다못해 스트리밍 사이트에 ‘스키니 앤(Skinny Ann)’이라 오기(誤記)한 부분만큼은 확실히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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