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84-0-0
"이런 음악 하면 둘 중 하나는 된다. 개 혹은 럭키스타.” 이 앨범의 제목에 대해 백현진이 직접 한 말이었다. 이들은 (제작비를 생각하지 않고) 하여튼 이상한 ‘물건’을 만들어보자는 일념 하나만으로 이 괴괴(怪怪)한 작품을 만들었다.
「선고/자백」의 테이프 녹음 소리나, 「수사반장-마당에 심은 작년의 진심」 속의 독백은 잘 알아들을 수 없다. 실질적으로 앨범을 여닫는 「개」와 「아홉을 세다」는 성우 송도순의 위악적인 내레이션이 또렷이 들리지만, 소위 ‘의식의 흐름’에 기반한 내용 때문에, 한 번만 들어선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전작에서도 아주 옅게나마 존재했던 ‘대중과의 접점’을 이 앨범은 거의 완전히 무시했다. 이 앨범은 기실 한 덩어리의 ‘사운드 소우주(小宇宙)’다.
이 앨범의 프로듀서이자, 공동 작곡자이자, 편곡자이자, 베이시스트이자 키보디스트인 장영규는 이 앨범을 (높은 밀도의) 서늘하고 기괴한 사운드로 채웠다.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인상적인) 「오후에 비싼 실수」, 「인스탄트 꿈」, 「불충분 조건」에 등장하는 그의 베이스 연주는 참으로 치밀하기 이를 데 없다. 「어항 속의 다방-개죽음」을 채운 (인쇄 기계 소리 샘플링을 비롯한) 다채로운 사운드는 그가 독특한 안목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명백히 증명했다.
백현진은 자신의 목소리로 내레이션과 추상적 표현과 모호한 잠언과 비틀린 절규를 모두 엮으며 앨범에 새로운 질감을 꾸준히 부여했다. 자폐와 허무를 넘나드는 (그가 만든) 이 앨범의 가사는 세상의 모든 ‘긍정’을 거부하고 무의식에까지 깃든 폭력과 억압을 조망했다.
전작까지만 해도 멤버였던 원일은 스케줄 문제로 이 앨범의 레코딩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인스턴트 꿈」의 피리 연주와 젬베 연주, 「마루가 꺼진 은신처」의 장구 샘플, 「어항 속의 다방-개죽음」의 북 샘플이나, 이 앨범의 대곡이자 핵심인 「수사반장-마당에 심은 작년의 진심」의 공 연주 등을 전담하며 이 앨범의 독특한 사운드에 상당부분 기여했다.
주요 세션으로 참가한 이인(방준석)과 이철희 또한 이 앨범에서 맹활약했다. 이철희는 여러 곡에서 세심한 드러밍을 구사하여, 앨범의 복잡한 음악적 성격을 더욱 강조했다. 이인(방준석)은 이 앨범에 전위적인 기타 연주를 다채롭게 수놓으며, 앨범의 사운드를 강조했다. 「면도칼 계시록」에 등장하는 리듬 기타 커팅 연주, 「오후에 비싼 실수」에서 악센트를 강조한 기타 연주, 「분실」에 나오는 이펙터를 건 기타 연주를 그는 모조리 소화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 앨범은 97년에 발생한 외환위기가 세상을 ‘더더욱’ 어수선하게 만들었을 때 나왔다. 그러나 이 앨범에 든 곡 중 몇몇은 이미 이들이 (전작인 『손익분기점』(1996)에 들어갈 곡과 더불어) 90년대 초반에 만들었다. 이들은 그저 자신들의 음악을 (정말이지 죽기 살기로) 만들었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90년대가 물질만능주의에 파묻혔던 ‘돼지’의 시대가 아니었음을 이 앨범으로 증명했다. 물론 이 앨범의 상업적 실패와 ‘방송 금지’로 인해, 우리의 90년대가 모르쇠의 시대였다는 점도 함께 증명했지만. 이 앨범 안팎을 둘러싼 아이러니는, 지금도 이 땅 어딘가에서 몸을 바꾸며 계속 ‘반복된다.’(「선고/자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