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PART 1. 82-0-0

by GIMIN

『푸른 베개』(2020)가 나오며 이 앨범은 조동익의 사이드 앨범으로 새로이 자리매김한 듯 보인다. 그러나 『동경』(1994)과 그 이후에 나온 그의 음악 작업을 자세히 설명하려면 (1998년에 나온) 이 앨범을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 (물론 이 앨범이 그의 솔로 앨범임과 동시에, 『넘버 3』[1997]와 『장미빛 인생』[1994]의 통합 O.S.T 앨범이라는 점을 먼저 이야기해야 하리라.)


(전혀 다른 음악적 성격을 지닌 두 곡인) 「프롤로그」와 「첫 발자욱」만 들어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조동익이 1990년대에 얼마나 재능 있는 프로듀서였는지를 알려면 이 앨범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전자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사운드에 맞춰 (훵키한 기타 연주가 엇갈리며) 들리는 조동익의 맛깔난 베이스 연주가 일품이라면, 후자는 (조동익의 훌륭한 편곡 솜씨로 인한) 김원용의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와 박용준의 피아노 연주의 조화로운 앙상블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푸르고 창백한 공간」에서 단순한 피아노 연주를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꼼꼼히 재구현하는 그의 역량 또한 놀랍지만, 「현기증」의 몽환적인 톤(이 곡에서 등장하는 조동익의 베이스 연주란!)과 「이탈」의 건조한 톤을 둘 다 능숙히 구현한 그의 역량 또한 놀랍다. (어떤날 2집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난 엠비언트 뮤직에 대한 그의 관심은 여기서도 이어졌다.) 이한철을 보컬을 맡은 록 트랙 「예예예」 또한 조동익이 해당 곡의 소위 ‘록 밴드 사운드’를 제대로 살렸다.


「첫 발자국」의 피아노 연주곡 버전으로 한 챕터(소위 ‘『넘버 3』 파트’)를 마감한 앨범은 곧바로 다음 챕터(소위 ‘『장미빛 인생』 파트’)로 넘어간다. 이 챕터에선 조동익 말고도 두 명의 뮤지션이 맹활약했다. 한 명은 피아니스트 김광민이었고. 다른 한 명은 가수 김장훈이었다.


「만남」이나 「장미빛 인생」은 김광민의 섬세한 셈여림 연주가 돋보이는 피아노 연주곡이었다. 「떠나는 사람들」과 같은 '쎈 트랙'에서도 김광민의 피아노 연주는 곡 특유의 건조한 톤에 (오로지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섬세한 감정을 골고루 심었다.


「사랑의 테마」의 후반부부터 등장하는 김장훈의 목소리는 그가 단순히 높은 성량만으로 노래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증명했다. 「아침을 맞으면」 또한 그가 (놀라운 가창력과) 섬세한 감정으로 곡을 헤아리는 실력 있는 가수라는 점을 똑똑히 증명했다.


앨범의 마지막 두 곡은 조동익이 영화 『넘버 3』를 위해 만든 곡이었지만, 정작 해당 영화에 들어가지 않은 곡이었다. (아마도 조동익은 이 두 곡을 일종의 보너스 트랙처럼 여겼으리라.) 「그림자 춤」은 허은영의 목소리와 후반부의 연주가 사뭇 감동적으로 들린다. 「무더운 여름과 자전거 타기」는 와와 페달을 적절히 사용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멋진 포크 록 트랙이다.


(소위 ‘『장미빛 인생』 파트’의 곡이 먼저 만들어졌지만,) 이 앨범은 일렉트로니카와 건반악기 사운드를 바탕삼은 복잡다단한 스코어가 앨범의 전반부에, 피아노 연주를 바탕삼은 감성적인 테마 위주의 스코어가 앨범 후반부의 대부분에 들어갔다. 이 앨범은 프로듀서 조동익이 왕성하게 활약했던 4년 동안의 시간이 ‘영광의 시간’이었음을 고르게 꽉 찬 사운드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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