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ribute To 신중현』

PART 1. 60-0-0

by GIMIN

신중현은 록 뮤지션이다. 그러나 1960년대의 그는 록만을 파고들지 않았다. 그때의 그는 굳이 말하자면, (록을 바탕삼아) 그 당시에 존재했던 거의 모든 국내 대중음악 장르를 다뤘다. (그는 트로트에 아무 감흥이 없었지만, 최소한 고복수나 이난영을 비롯한 가수들의 업적을 충분히 존중했다.) 그는 또한 김정미, 김추자, 펄 시스터즈를 위시하여 ‘소울(Soul) 사이키델릭 가요’를 이 땅에 처음 시도한 선구적인 프로듀서이기도 했다.


그 당시의 그는 (소울[Soul]을 위시한) 흑인 ‘밴드’ 음악에도 정통했다. 그 당시의 신중현이 이를 의식하고 만든 모든 작품은 이견의 여지없이 전부 걸작이다. ‘신중현과 덩키스’나, ‘신중현과 퀘션스’, ‘신중현과 더 멘’ 같은 대규모 밴드에서 그는 특히 ‘날아다녔다’. 그는 록과 소울(Soul)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우리네 편견을 이미 60여 년 전에 깨트렸다.


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 또한 신중현 음악의 이러한 포괄적인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하다. 대다수가 블루스와 록, 그리고 퓨전 재즈에 몸을 담고 있는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첫 CD인 “The Heart of Rock"에서, 「꽃잎」 한 곡을 가지고 시나위와 이중산이 각각 해석한 버전은 비교해서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재즈 빅밴드 풍의 「미련」을 진득한 블루스로 바꾼 봄여름가을겨울의 해석은 그 자체로 유니크했다.


그러나 이 CD의 진정한 주인공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퀘스천스의 「즐거워」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참가자의 「미인」이었다. 전자가 개러지 록의 강력한 힘을 곡에 채웠다면, 후자는 어마무시한 공력의 보컬과 굳건한 하드록 연주의 조합으로 7분여의 시간을 가득 채웠다.


"New And Newer" CD에선 신중현의 곡을 새로운 방향으로 해석한 곡이 들어갔다. 이은미가 부른 「봄비」는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이 신중현에게 보낸 가장 최고의 헌사 중 하나였다. 「봄」은 원곡의 사이키델릭 포크를 레게리듬의 주술적 성격과 한영애의 보컬로 멋지게 치환했다. 「나뭇잎이 떨어져서」를 피아노곡으로 만든 김광민의 감성과 「석양」을 피아노 연주와 기타 연주 위주의 밴드 연주곡으로 편곡한 정원영과 한상원의 실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원곡의 능청을 보다 단단한 그루브에 결부한 Non-pig의 「너만 보면」 또한 흥미롭게 들린다.


이 CD에서 가장 특출 난 곡은 복숭아의 「햇님」과 김목경의 「빗 속의 여인」일 테다. 둘 다 원곡의 방향과 충실한 편곡을 보여줬지만, 복숭아는 원곡의 오케스트라를 신윤철의 다양한 기타 연주로 치환한 대목이 퍽 인상적이다. 김목경의 ‘해석’은 원곡의 잔잔한 엘레지를 (강력한 블루스 기타 연주를 포함시키며) 보다 현대적으로 멋지게 재해석했다. 그의 완급 조절이 뛰어난 기타 연주는 신중현의 원곡에 선명한 생기를 새롭게 부여했다.


이 앨범은 신중현의 디스코그래피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이 이뤄지기 이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놀랍게도 신중현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을 비교적 충실히 반영하는 데 성공했다. 신중현의 업적을 충실히 증명하는 걸작들은 지금도 이 트리뷰트 앨범이 잡은 범주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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