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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스코어를 비롯한) 여러 사운드 메이킹에 전념하는 지금의 그에게 있어 이 앨범은 또 다른 “거쳐 간 앨범”이었다. 그는 당시 시나위, H2O, 삐삐밴드(및 삐삐롱스타킹)에 이르기까지 줄곧 놓지 않았던 베이스를 놓은 상태였다. 그는 곧 테크노 음악 전문 레이블인 ‘펌프 기획’에서 수많은 DJ와 교류했다. 그는 그 과정 속에서 (테크노를 비롯한) 다양한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그만의 방식으로 본격적으로 탐색하고 체화하며 이 앨범을 만들었다.
앨범 제목인 ‘휘파람 별’은 이 앨범의 미적 엠블럼이었다. 달파란은 이 앨범의 ‘여정’을 ‘휘파람 별’로 떠나는 여정과 동일시했다. 하우스 비트, 정글을 비롯한 드럼 앤 베이스, 테크노가 더불어 공존하는 이 앨범은 말 그대로 하나의 열린 ‘광장’이었다. 이박사에 대한 재치있는 인용으로 한국적 무드를 획득했던 「휘파람별의 외계인」과 디스토션을 건 베이스 사운드가 곡 전체를 꽉 잡는 「광장 콘서트」에서 알 수 있듯, 이 앨범은 생각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일렉트로니카라는 장르 전체를 조망했다. 표제 음악의 가장 큰 리스크인 ‘제목과 음악의 간극’을 그는 일렉트로니카 장르 특유의 몽환적(트랜스) 성격과 다양한 세부 장르로 보완했다.
그런 이유로 이 앨범은 테크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테크노의 원형이 되거나 그와 밀접한 음악 장르 또한 함께 묶여있다. 단순히 해당 장르를 가져온 데서 그치지 않고 테크노가 다른 장르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도 이 앨범은 차근차근 풀어냈다. 이 앨범이 바로 그러한 접근을 통해 테크노의 음악적 당위성을 비교적 조리있게 설파했다. 이 앨범의 사운드에서 경박한 트렌드 셰터의 맹목적 추종보다 산뜻한 줏대의 일관성이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닐의 여신」을 위시하여 앨범의 후반부에 들어간 곡은, 그 이전에 있는 곡의 면면과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맥락을 충분히 파악하고 들어도, 매력적으로 들린다. (달파란이 기계의 소음이 만드는 그루브에 혹해서 녹음한) 「휘파람 생활」의 건조한 루프는 단조롭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여러 생각이 난다. 「휘파람 도시」, 「휘파람 코믹댄스 파티」의 흥겨움과 「휘파람 언덕의 바람」 같은 ‘세심한’ 작품 또한 (5분에서 6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을 지녔는데도) 충분히 청자의 귀를 즐겁게 한다. 기존에 나왔던 여타 ‘테크노’ 앨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미덕이었다.
물론 이 앨범에도 상업적인 의도가 존재했다. 자신의 활동명까지 바꾼 달파란은 (뮤지션의 고집을 버리며,) 테크노 DJ로 활약하면서 대중에게 다가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 앨범은 결국 사람들에게 잊혀졌다. 지금 시대에 활약하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 성취한 성과를 그는 이미 세기말에 성취했는데도 그랬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이 앨범의 실패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사운드 만드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앨범은 ‘일렉트로니카’라는 장르를 세련된 음악으로 포장하는 작금의 시대에 도리어 ‘일렉트로니카’란 장르의 본질을 ‘재치 있게’ 묻는다. 거기서 더 나아가 ‘우리는 일렉트로니카란 장르를 정말 제대로 소화하고 있을까’하는 탐구심 어린 질문을 이 앨범은 어떠한 권위 의식도 없이 던진다. 한없이 가벼워서 더 진지한 ‘휘파람별’은 26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