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다사다난했던 2021년의 마지막 달을 보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건강검진, 근무성적 평정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건강상태는 크게 변동이 없는 편. 긍정의 돋보기로 비추어보면 시력이 조금 오르고 키가 좀 자랐다(발바닥에도 살이 찐듯함)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미미한 상승이지만 상반기에 시작했던 그룹 pt를 한 달만에 자체 종료하고 식단 조절에 실패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 근무성적 평정은 '수'로 시작해서 '양'으로 마무리. 이 역시 시작은 창대했으나 마무리가... 근무성적은 쉽게 말해 경찰서 내 동일 계급별 줄 세우기인데 내 소속 부서에 경장이 나밖에 없어서 '수'로 시작했으나 3차 평정까지 가서 하위 30퍼센트에 해당하는 '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1차 평정자인 계장님이 너는 결과 잘 받았을 테니 한번 확인해보라고 자신 있어하셔서 순간 기대가 생긴 탓일까 확인 후에 결과가 살짝 충격이었지만 연말이라 적성검사가 코앞에 닥친 내방 민원인이 많아서 계속 실망할 새도 없이 바쁘게 일하면서 흘려보냈다.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다른 경장들에 비해서 내가 평균 이하의 업무능력을 가진 건가. 자신감도 떨어지고 속상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회사 입장에서 업무능력이 비슷하다면 근무태도를 볼 수밖에 없고, 지난해 10월~올초 까지는 육아휴직 기간이어서 월별 평가 자료부에 만점을 채우지 못한 점, 하루 2시간의 육아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점 등이 참작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차피 누군가는 하위등급(양, 가)을 받았어야 하는 것이고 내가 정말로 주위 동료들에게 민폐일 정도로 업무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겨버렸다. 평가자들에게 서운할 일도, 스스로 자책할 필요도 없다고.
내가 존경해마지않는, 롤모델 같은 유명인인 오은영 박사님이 성장과정에서 치유되지 못한 마음에 상처를 가진 어른이들에게 이런 처방을 내린 적이 있다. 남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자기 자신에게 해주라고. 나 자신! 2021년도 나름대로 두 아이 키우면서 직장생활 열심히 하고 잘 살았다. 소소하게 주변분들에게 글 쓰는 취미도 인정받고, 코로나 시국에도 가족들 모두 탈없이 건강하게 보낼 수 있어서 정말 복된 한 해였다. 지금 곁에 남은 고마운 사람들에게 더 베풀며 살 수 있도록 힘내서 더 열심히 하자!
물론 각자 우여곡절도 많이 있겠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응원으로 모두들 한 해 마무리를 잘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