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육체가 동물적인 것이라면 '정신'은 다소 식물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태어난 환경을 바탕으로 토양을 일구고 여러 가지 가치관에 대한 씨앗을 틔우면, 살아온 시간만큼 축적된 경험을 근간으로 해서 줄기와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 궂은날 비도 맞고, 좋은 날 햇빛도 쬐가며 그렇게 자라나는 것 아닐까. 너무 오래돼서 뿌리가 깊고 줄기가 제법 굵어진 생각들은 나이가 먹으면서 선입견이나 아집이 되기도 하고.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른 것처럼 남들이 우러러볼 정도의 크고 푸른 잎사귀를 가진 사람도 있고 때로는 시절에 맞게 꽃도 피고 열매도 맺고 하는. 가끔은 세찬 바람에 쓰러질 때도 있고 외력에 의해 뽑혀나갈 때도 있을 터.
어제만 해도 별 것 아닌 일로 화를 내는 바람에 마음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버렸는데, 내 의식 어딘가에 나도 모르는 사이 일구어지고 있는 마음의 텃밭을 가꾸기 위해 반성하며 '감사함'이라는 비료를 뿌려본다. 아직 내 인내심은 뿌리가 작고 줄기가 약해서 자꾸 쓰러지니,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경작해야겠다. 여유롭게 수확한 풍요로운 나의 결실을 다른 이와 기꺼이 나눌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