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련함과 불안함 사이의 어딘가로
나름 긴 고민을 하고 결정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큰 결정의 끝에는 두가지 감정이 공존한다.
'스스로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는 후련함과 '이 결정이 맞는가?'라는 불안감
26살이라는 나이에 회사생활을 시작해 13년이라는 시간을 한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월급과 대기업 과장이라는 사회적 명함, 그리고 좋은 사람들..
하지만 모든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와 허무함, 공허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왔다.
승진을 하고 직책이 올라갈수록 더 크게 느껴지기 시작한 압박감은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고 스스로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 압박과 불안은 쉽게 컨트롤 되지 않았다. 스스로가 너무나 약한 사람이라는 자괴감속에서 매달 주어지는 월급이라는 끊을 수 없는 달콤함에 매일매일 스스로를 다독이며 회사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 작은 불청객이 찾아온 지 3년정도의 시간이 되었을 때 마음속의 내가 나에게 말을 했다.
"쉬어가야 할 시간이다."
처음에는 미친짓이라 생각하며 그것과 대화하기를 거절했다. "나는 돈을 벌어서 부모님을 모셔야 하고 회사에서 커리어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마음속의 나와 반대되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갖은 현실적 핑계를 댈수록 마음속의 나는 더욱더 큰 목소리로 나에게 얘기했다. "쉬어가야 할 시간이다."
결국 나는 나에게 계속 말을 거는 그것(?)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몇일간의 치열한 대화 속에서 결국 그 말에 설득 당했다.
다행히 1년을 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무급.... 13년간 매달 들어오던 내 삶의 원동력을 포기해야 하고 복귀시에 약간의 패널티(?) 또한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결국 "쉼"을 선택했다.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결정을 지지해주지 않았다. 커리어 단절과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분명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결정을 하고 이것저것 계산을 해보고 있는 지금 이미 나 또한 후회중이다. 당장의 월세와 생활비 등등의 생각에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지금껏 그저 현실에 떠밀려 살았던 내가 마흔이 거의 다 되어서야 스스로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후련한 척 해보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나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