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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피플 Oct 27. 2016

화살의 미학

우리가 좇던 화살이 어느 샌가 보이지 않을 즈음.



넌 그렇게 웃고 있었지,



그 날의 햇살이 하염없이 계속 될 것처럼.

하지만 곧 해는 저물고,

넌 어린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했어.





나도 한참을 웃고 있었어.



네가 웃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구.

하염없이 웃는 너를 보며,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아도 그렇게 웃고 있는 너를 보며.




시간이 흘렀지.

우린 누군가의 유행가사처럼 화살을 쫓고 있었어.

화살처럼 빠르다는 그 세월의 화살을 말이야.

너도 나도 서로 앞 모습은 볼 수 없었어.

한없이 그 화살만 좇고 있는

뒷모습만 지켜볼 뿐이었으니까.



아둥바둥 살아도 좋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열심히 달려가는 게

살아가는 열정이라고 믿었으니까.

그 화살을 좇는 사이,

너의 몸도 마음도 조금씩 시들어갔지.

중요한 건 언제나 하나였어.

그 화살을 좇는다는 자체의 자존감.




언제부터였을까. 화살은 어디론가 사라졌지.

화살이 우리의 시야 속에 있었던 것조차 모른채로 사라져 버린거야.

그 또한 화살의 미학이라며 넌 쓴 웃음을 지었지.

가끔은 넌 나를 보면서도 쓴 웃음을 지었지.

나는 언제부턴가 그런 너를 보며 같이 웃어야 할 지 고민이 되었어. 아주 많이.




이젠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화살이란 바로 어릴 적 네 웃는 얼굴 자체였다는 걸.

그 하루를 전부처럼 살아가던 우리의 뿌듯했던 땀의 런닝 셔츠와 같았다는 걸.


왜 그 땐 진작에 몰랐을까.



화살은  좇는 게 아니라,

내가 활시위를 힘겹게 웃으며 당길 때 눈에 보인다는 걸.





널 미워하지 않아.
날 보며 쓴 웃음 짓는 널 미워하지 않아.



웃는 모습을 잃어버린 우리를 곱씹기엔

너무나도 그 맛이 써서 견딜 수 없을 뿐.



화살의 미학은 시작됐어.
어디까지가 미학(美)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미지 출처:The Red List / Miagrph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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