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신선한 플랫폼이다.
TV를 바라보며 대중문화를 수용하던 우리의 수동적인 자세가, 이젠 TV, 모바일, 인터넷, 유튜브, SNS 등 각종 플렛폼의 확대와 함께 쌍방향 소통을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마음 속엔 응어리와 같은 갈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글을 쓰는 형태로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속마음을, 의견을, 필력을 내비치고 싶다'는 아주 순수한 표현욕구의 갈증 말이다.
단순한 뉴스형 전달 미디어를 넘어, 편협한 시각의 시대극과 트렌디함을 가장한 막장 드라마를 넘어, 요리와 먹방과 여행 컨텐츠를 넘어, 공중파와 종편의 애매한 경계를 넘어,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우리의 얘기는 어느 공간에서도 할 수 있다. 친구 사이의 대화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여, 일종의 대중문화의 한 켠에서 숨쉬고 싶다는 그 욕구. 그 욕구에 가장 부합한 플렛폼이 바로 '브런치'가 아닐까 한다.
브런치 예찬론을 펼치자는 게 아니다.
그 순수한 집필 욕구를 넘어서 우리는 어디로 향해 가고 있고, 브런치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떤 방향성이 바람직할까를 아주 순수하게 고민해 보자는 것 뿐이다. 물론 담론이 단순한 잡문으로 끝나도 큰 상관은 없다. 여긴 '브런치'니까.
어쨌건 그러한 플렛폼의 탄생으로 인해, 우리는 주변 사람보다 조금 더 멀리 떨어진 불특정 다수의 생각을 꽤나 현실적으로 접하기 시작했다. 이는 어쩌면 신문, 잡지와 같은 활자형 미디어에서 휴대폰 속의 전자형 미디어를 접하는 생활방식의 급변으로 인해, 더욱 가능했는 지도 모른다.
게다가 인터넷 기사가 난무하는 속에서 '정말 가치 있는 지식과 그럴듯한 화두를 세련되게 던지는 글'은 가뭄에 콩나듯하는 상황. 그 아이러니한 갈증 속에서,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가 우리얘기를 서로 나눠보자. 공감능력을 높여보고 진짜 대중문화의 한 영역을 공간화 해보자라는 그 순수한 출발점에서 '브런치'가 성공했다고 본다.
마음껏 일반인 작가가 역량을 확인해 보고 소통해 볼 수 있는, 세련된 방식의 컨텐츠 광장, 그 광장의 중심에 '브런치'가 있었고, 결과적으론 성공했다.
2015년 6월에 시작해, 일 년에 두 번씩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일반인 작가의 출간 기회를 보장해 주며 '우리도 책을 내보고 싶다, 서점 한 켠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있다면 얼마나 기쁠 것인가'라는 순수한 수상 욕구를 현실세계와 출판사와의 접점을 찾아 잘 구현했다.
다만, 앞으로 더 발전적인 '브런치'가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첫째로, 점점 컨텐츠 섹션을 늘려가고, 이를 매일 다른 섹션으로 순환식 배열하고 있지만, 이 구분이 애매하다. 한 예로, 어제 섹션 분류에 등장했던 '방송, 문화' 섹션을 오늘은 찾아볼 수 없다. 가장 윗 선에 배치된 대분류식 컨텐츠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전체 분야를 섹션별로 특정짓는 '전체보기 식 컨텐츠'가 필요해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보고 싶은 주제는 전체가 아니라 한정되어 있으니, 이에 대한 즐겨찾기 기능을 추가하여 내가 보고 싶은 섹션의 소식만 '알림'으로 확인해 보는 서비스도 유용할 것 같다. 결과적으로, 전체의 컨텐츠 숲을 알려주고, 내가 자주 보고 싶은 일부 나무에 대한 컨텐츠 곁가지를 따로 필터링 해주는 '사용자 기반'의 컨텐츠 분류 기능이 절실하다.
둘째로, '글쓰기 광장'이란 컨텐츠 플렛폼을 설치한 이후, 수많은 글들을 어떻게 분류하는 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기능을 활용하여, 가장 중심이 되는 빅데이터 중심으로 컨텐츠 분류를 하고 있는 지, 그리고 이를 어떤 형태로 재구성하여, 플렛폼 메뉴를 재조정하는 지가 궁금하다. 이러한 것들이 중요한 이유는, 플렛폼의 참신한 기획의도와 함께 계속해서 일반 작가가 '브런치' 자체를 자신이 글 쓰는 최고의 공간으로 여기게끔 만드는 노력이 작가와 회원들에게도 직접적으로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피드백의 실감'이 아직은 좀 아쉬운 상황이다. '글쓰기 광장'을 만든 뒤, 잠시 먼발치에 서서 작가와 일반 글리뷰 회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외연을 좀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동기부여'에 관한 점이다. 직접 컨텐츠를 정해서 책을 내는 '독립출판'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브런치북 프로젝트 이후, 수상 작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외적, 내적 동기부여를 하여 글을 쓰고 있는 지를 잘 살펴볼 일이다. 브런치북 수상을 하면, 여러 모로 노출빈도가 증가하니 회원수가 느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누군가는 대중에 노출된 빈도수를 발판삼아 다양한 인터뷰와 북출판회, 강연회 등으로 발을 넓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그러한 활동 이후의 동기부여가 지속되기 위해선 어떤 컨텐츠 제공이 필요한 지도 고민해 볼 부분이다. 내 책이 서점에 있다고 한없이 즐거워하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의 행보에 대한 '브런치 플렛폼'으로서의 동기부여 노하우에 대해서 좀 더 다양한 콜라보를 기대해 본다.
원론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결국 글쓰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자신'이다.
아무리 플렛폼이 좋아도 내가 글 쓰려는 의지나 기획의도, 필력이 없다면 금방 몇 글자의 텍스트로 에너지는 소진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언급한 바와 같이 '카카오 브런치'에 너무 많은 의존을 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 다만, 글쓰기에도 호흡과 리듬이 있듯이, 어렵게 마음을 열어 글쓰기를 시작하는 많은 일반 작가들의 행보에 맞추어, '브런치 플렛폼으로서의 동기부여'가 출판 프로젝트 및 콜라보 이벤트 이외에도 충분히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애정어린 시선의 소회라 생각한다.
'브런치'가 오랫동안, 여러가지 형태로
다양한 컨텐츠를 즐겁게 소통하는,
'글쓰는 사람들의 대중문화 공작소'이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