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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심리학 TV

마이 리틀 컨텐츠비젼.

by TV피플

최근 이경규가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에서 애견, 낚시, 승마 등의 컨텐츠로 프로그램 내 시청률 1위 3관왕을 차지하며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이경규란 개그맨이 수십년간 이뤄온 팬덤과 작년 무한 도전 ‘예능총회’에서 보여준 신들린 입담이 또 다른 기대감으로 작용하여 이뤄낸 결과물이다. 역으로 보자면, 그만큼 무언가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무언가가 팬덤과 컨텐츠의 상호작용에 의해 ‘지켜볼 만한 그 무언가’가 되면 대중들은 자기 시간을 할애하며 그 화면을 지켜볼 용의가 있는 세상이 되었다.

단순히, 뉴스, 드라마, 버라이어티, 교양 등으로 적당히 구분되던 컨텐츠의 영역은 이제 육아, 쿡방, 먹방, 집방을 넘어서고 이 역시 진부한 흐름이 되고 있다. TV의 컨텐츠가 중심이 되어 일상생활과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상의 조회수가 또 다른 시청률의 기준이 되어 역으로 TV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하는 역전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방금 짚어 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보게 되면 결국 이는 광고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한다. 우리가 즐겨보는 유튜브의 CEO인 수전 워치츠키는 구글의 공동창업자에게 창업공간으로 차고를 내준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핵심자회사가 유튜브인 점을 감안한다면 서로 간에 공생을 잘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녀는 구글 입사번호 16번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유튜브에서 2005년 첫 번 째 동영상이 올라온 이후, 수년전부터 조회수가 높은 컨텐츠에 일정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로 수익모델을 정립해 나가며 더욱 더 많은 사람이 컨텐츠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국내에선 아프리카 TV에서 각종 게임, 먹방, 쿡방 등으로 특정 컨텐츠를 갖고 인터넷에서 꽤 유명한 스타가 된 사람들이 왠만한 연예인보다 유명하고 각종 CF까지 섭렵하고 있다. 각종 게임 컨텐츠로 유명한 대도서관과 얼짱 이미지로 방송중인 윰댕이 실제 결혼하여 꽤 유명세를 탔던 일도 있다. 매번 5~10인분 사이의 음식을 먹으면서도 별도 피트니스 관리로 몸짱이여서 더욱 팬이 많은 벤쯔를 비롯하여, 그 컨텐츠와 VJ는 영역의 제한없이 무제한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루 유튜브의 전체 조회수가 50억뷰를 넘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고정 시청자와 조회수만 확보하면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참고로 유튜브의 1위 수익자는 스웨덴의 퓨 디파이로 주로 게임 실황방송으로 유명하며, 채널 구독자만 4,000만명에 이르며 연봉은 130억 수준이다.



그래서 이러한 인터넷 스타들을 컨텐츠 크리에이터로 칭송하며 특별하게 관리해 주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전문 회사가 등장했다. 웹캠 하나에 마이크 갖다 놓고 방송했던 이들에게 각종 프로그램 기획, 컨텐츠 관리, 편집, 기타 파생 채널 협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연예기획사 못지 않은 관리를 해주는 곳이 생긴 것이다.

유튜브 기반에서 MCN이 생겨난 만큼, 미국의 대표적인 MCN 사업자로 어썸니스 TV, 메이커스튜디오, 머시니마 등이 있다. 국내엔 CJ E&M, 아프리카 TV, 판도라 TV, 트레져 헌터 등이 존재한다. 특히 트레져 헌터는 CJ E&M 방송컨텐츠 MCN 사업팀 팀장 출신인 송재룡 대표가 유튜브의 MCN 사업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인물이다. 아프리카 TV에서 인기를 끈 김이브, 앙띵 등의 유명 VJ를 스카우트하여 전문적인 관리를 해주고, 각종 컨텐츠에 대한 전문적인 관리와 구성, 강연 스케쥴 조율 등에 이르기까지 또 다른 인터넷 플렛폼에서의 스타를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서 TV가 사라질 것이다,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곤 하지만, 여전히 그 영향력은 살아 있다고 본다. 시청률을 판가름하는 수단이 각종 재방, 삼방, 움짤, IPTV, 인터넷 TV의 재편집 재생 등으로 세분화 되고 있지만, 여전히 TV가 그러한 컨텐츠의 시장성을 판단하고 중심을 잡아주는 척도로서의 기능은 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10년 뒤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각종 MCN 컨텐츠도 일종의 협회를 만들고, 룰을 생성하며 동영상 보기 전 광고 스트리밍이나 배너 등이 일종의 또 다른 룰을 만들기 시작하면 그 나름대로의 컨텐츠 공화국이 생기고 질서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린 예전과 같이 하나의 직장만을 갖고 취미생활을 두 세 개 이어가며, 가정을 꾸리며 사는 전통적인 라이프 스타일과 카테고리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물론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메일과 각종 문서의 하드카피로 주고 받는 업무 구조와 소통 방식은 아주 진부한 시대가 되었다. 무엇을 갖고 소통할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해야 한다. 진부한 교육과 판에 박힌 성과 관리, 일관적인 문서결제 구조가 또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때 적응하지 못하진 않을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기업의 혁신과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라이프 컨텐츠 속에 나는 무엇을 또 다른 관심 대상으로 삼을 지, 무엇에 열광할 지, 또 그 열광한 것을 누구에게 전달하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 지 고민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컨텐츠 채널과 정보의 소통 구조가 무한급수적으로 확대되는 시대에서 혼란스러워하기 보단, 결국 그 안에서 나의 또 다른 컨텐츠 무기는 무엇일 지, 그를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만의 ‘마이 리틀 컨텐츠비젼’을 새롭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남이 만들어 놓은 무수한 컨텐츠를 의미없이 돌려 보며 지친 몸으로 출퇴근을 반복할 것인가. 문화 컨텐츠가 자본과 맞물리는 묘한 접점의 실타래를 스스로 풀어가며 인생을 더욱 다이내믹하게 즐길 것인가는 오늘의 내가 즐겨 보고 있는 컨텐츠에서 시작한다.

컨텐츠가 돈의 흐름을 바꾸고 인생을 바꾸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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