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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심리학 TV

또 오해영, 나다움이 오해를 영(zero)으로 만들다

by TV피플

'또 오해영'이 드디어 끝났다.



연장 방영을 결정하고 18회가 흘렀으니, 5월과 6월은 어김없이 월화가 흥미진진했다. 다음주 월, 화의 메이킹 필름, 인터뷰의 특전 방영분이 남아 있지만, 에필로그의 여운은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연착륙하게, 너무 아쉬운 마음으로 방황하지 않게 도와주려는 것만 같다. 기대감을 떠나 우리는 다시금 ‘또 오해영’이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좀 더 다른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우리의 마음에 점 하나를 찍어보고자 한다. 우리도 더 나다워질 수 있다는 하나의 방점을..




‘또 오해영’ 종영 이후 여러 매스컴에서 서현진(흙수저 오해영 분)의 인터뷰 기사를 차분히 탐독했다. 여러 감정 속에서 평생 연기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꾸준히 자신의 행보를 이어갈 것만 같은 마음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응원했다. 그리고, 드라마를 이끄는 두 축을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자존감을 또 다른 한 축으로 언급했다. 3회에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잘 되길 바란다’는 대사를 하면서 많이 울었는데 의도가 잘 전달되길 원했다고 인터뷰하는 글귀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심정적으로 다음 기사를 읽기가 어려웠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살면서 정말 많은 상황을 경험하면서도, 나다움을 잃지 않고 싶었던 게 아닐까. 어떠한 삶의 방식으로 나다움을 잃지 않을까 고민하고 선택하고 노력하면서, 학교도 다니고, 대학에도 들어가고, 회사생활도 하고, 회사를 나와 또 다른 형태의 사회생활을 한다. 결혼도 하고, 또 다른 모험을 즐기고, 꿈을 찾아간다. 꿈이란 건 막연하고 이루지 못해서 설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꿈이란 나다워지기 위한 가장 멋진 형태의 미래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현재의 나에게 가장 자존감을 부여하기 확실한 것인 지도 모른다. 멋진 현실의 마법이다.





좋은 결과만을 바라고, 결과가 좋은 것을 향해 달려가며, 긍정적인 마인드만 갖는 사람이 있다. 무언가 가슴 뛰는 삶을 살 것 같지만, 실제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우린 어느 정도의 성취감을 대학이나 사회생활이나 또 다른 도전으로 경험한 뒤, 우리의 마음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오늘 무슨 일을 만나도, 어떤 상황이 나에게 찾아와도, 난 '차분하고 설레는 나를 유지하는 몰입을 지속'해 나갈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열 가지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형태를 바꾸어 예측불가한 형태로 일어나는데, 한 가지 마음으로만, 한 가지 결과만을 바라면서 들떠 있는 건, 한 가지 음식만 졸라대는 어린 아이의 마음과 다를 게 없다. 하루에 일어나는 열 가지 상황에 따라, 나의 마음의 형태도 열 가지로 바꿀 줄 알아야 한다. 기분을 바꾸거나, 일관되지 않는 마음으로 급변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가장 나다운 자존감을 유지하는 마음의 형태를 스스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고스란히 일상에 대한 몰입으로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 조금 더 다양한 하루의 일들에 대해 유연해 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하루의 흐름을 탈 수 있다. 나의 자존감이란 비행기가 아주 자연스럽게 마음의 비행장을 이착륙하며, 정체성의 하늘을 기분 좋게 만끽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리고 마음을 스스로 컨트롤 할수록 나다운 하루는 고스란히 내 것이 된다.





흙수저 오해영은 예정된 결혼에도 실패하고, 상대방에게 최악의 이별인사를 들으며, 새로운 사랑에 빠진 박도경(에릭 분)이 자신의 결혼을 망친 장본인이란 걸 경험한다. 그 박도경의 이전 결혼상대가 고등학교 때 진절머리 나게 비교당했던 금수저 오해영이어서 또 한 번 좌절하고, 엄마에게 늘 핀잔과 오해를 받으며, 회사에서도 상사에게 치이고, 휘둘려 다니는 상황을 매 회 만난다.





"그 상황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오해의 연속이다."



박도경도, 금수저 오해영도, 전 결혼상대의 복수도, 그 외의 인물들이 접근하는 방식도, 심지어 엄마까지도 오해를 한다. 상황만 보자면, 그리고 중간중간 펼쳐지는 결과를 보자면, 하나도 행복할 만한 게 없다.




그래서 흙수저 오해영은 불행해졌는가?
오히려 그 정반대다




결과적으로 박도경과 결혼하는 해피엔딩을 맞이했다고 해서, 행복해졌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모든 오해에 맞서, 오해영은 잠시의 좌절과 슬픔은 있었지만, 자기다움을 잃지 않았다. 나답게 살려고 노력했다. 순간순간의 감정에 솔직했다. 그 감정이 자연스레 박도경에게 전해졌다. 타인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 환경과 상황을 자신의 흐름으로 바꿀 수 있었다.


그 숱한 '오해'를 '영(zero)'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 피하지 않는 솔직함은,
결국 '나다움'으로 대변된다.”



능력이, 스펙이, 출신환경이,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걸로 자신을 포장해 봤자, 자신의 마음은 구경도 하지 못한 채 인생을 마감한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멋지게 펼쳐지는 나만의 멋진 생각들, 기분들, 감정들을 밖으로 내보이고, 유지할 줄 아는 것,, 그런 사람이 정말 빛나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해영은,
행복해 질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또 오해영’은 그러한 단순한 일상의 법칙을 꾸밈없이 보여줬다.


그래서 그 마음을 알아본 시청자가 기꺼이 웃으며 반응한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오늘도 ‘우리’를 기다린다.

좀 더 ‘오해영’스러워도 좋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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