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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리왕 Feb 16. 2022

터질 것 같은 가슴으로 응시하는 예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20) directed by 셀린 시아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시선으로 시작해 시선으로 끝난다. 첫 장면에는 '마리안느(노에미 메를랑)'를 따라 그리는 학생들의 시선이 등장한다. 그들의 눈은 모델을 흘끗흘끗 바라보며 모습을 베끼기에 급급하다. 이런 도둑질 같은 시선은 한 때 '마리안느'의 것이기도 했다. 그는 산책 친구로 위장해 '엘로이제(아델 에넬)'를 훔쳐보며 밤에 몰래 초상화를 그린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을 보고 '엘로이제'는 "나와 당신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주체가 객체를 훔치며 그린 예술은 결국 실패한다.


 영화는  사람을 시대의 희생양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방법을 사용했다면  모든 이야기가 이율배반일 것이다. 주체와 객체의 동등함을 피력하던 감독은  예술의 주체로서 객체인 인물들에게 동등한 역학을 부여한다.  방법은 오르페우스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 안에 있다. 인물들은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본 이유가 그들이 선택했기 때문이며 이를 '시인의 선택'이라고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마리안느' '엘로이제' 이별을 선택한다. 시대의 억압과 현실의 강요 같은 폭력의 결과가 아니다. ‘마리안느 떠나는 순간, ‘엘로이제 뒤를 돌아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엘로이제는 마치 에우리디케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오르페우스가 '시인의 선택' 내렸듯  사람은 예술가로서 선택한다. 그렇게 '마리안느' '엘로이제' 동등한 예술가로 만들려던 감독의 노력은 마침내, 뜨겁고 눈물겹게 성공한다.


 영화의 마지막 시선은 재회한 '마리안느' '엘로이제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때의 시선은  장면  학생들의 시선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때 '마리안느'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엘로이제' 바라본다. 오로지 객체인 당신에게 집중하며 모든 애정과 관심을 쏟는다. 롱테이크로 촬영한  장면의 강렬함은 단지 비발디의 여름, '아델 에넬' 뛰어난 연기만으로 이뤄진  아니다.  모든 순간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감독은   장면으로 답한다. 터질  같은 가슴으로 응시하는 예술은 결코 실패할  없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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