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탱고>를 보고 오는 길

<사탄탱고> directed by 벨라 타르

by 편리왕


우리는 흔히 지옥을 생각하면 용암이 흐르고 불길이 치솟는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성경은 지옥을 묘사하는 말로 '바깥 어두운 곳'이라는 표현도 사용합니다. 불이 활활 타는데 어두울 수 있나요? 결국 불지옥의 이미지도, '바깥 어두운 곳'이라는 수사도 지옥이라는 개념의 일부를 설명할 뿐, 전체를 아우를 순 없습니다. "지옥도 그저 단어일 뿐, 실상은 더 끔찍하다"는 <이벤트 호라이즌>의 대사처럼, <사탄탱고>는 미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해 보려는 의지로써 7시간 동안 바깥 어두운 곳을 구현합니다.


영화의 초반 나오는 내레이션은 마을 변두리 교회 종탑이 무너졌으며, 종이 멀쩡했을 때도 거리가 멀어 종소리가 마을까지 닿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레이션이 끝나면 마을 전체를 뒤흔드는 종소리가 등장합니다. 종은 어디서 치는 걸까, 무엇을 위하여 치는 걸까. 유럽 교회 종은 무언가를 알리는 수단입니다. 시간을 알리고, 예배를 알리고, 죽음을 알리죠. <사탄탱고>가 시작하며 들려주는 종소리는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처럼 들립니다. 대체 이곳은 어떤 지옥인가요. <사탄고>의 지옥은 무의미와 불통의 지옥. 마치 시시포스 수십 명이 모여 이룬 마을 같은 곳입니다.


이 고단한 이야기 끝에 이르면 도입에 등장한 내레이션이 한 번 더 반복됩니다. 그리고 내레이션의 발화자인 의사는 집 안에서 판자로 창문을 틀어막습니다. <사탄탱고>는 시작과 끝이 없는 회문이 되어 막을 내립니다. 마지막 챕터의 제목이 '원이 닫히다'라는 걸 생각하면 무척 이해가 됩니다. 이 지옥은 출구가 없습니다. 의사가 판자로 집을 폐쇄할 때, 카메라와 관객은 그 집 안에 있으니 의사와 함께 갇히는 꼴입니다. 영화의 엔딩 내내 마을에는 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무너진 교회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 이 바깥 어두운 곳에서 시간은 누구를 위하여 흐르나. 벨라 타르 덕분에 우리에게 지옥에 대한 내성이 조금 생겼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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