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그널을 기다려왔어

콩콩이(3)

by 에르네스티토

세상에는 수많은 신호가 존재한다.

자동차들이 사고 없이 다니게 하는 교통신호, 공항에서 수많은 비행기들이 조화롭게 뜨고 내릴 수 있는 이륙신호, 그리고 위급한 상황에서 도와달라고 보내는 구조신호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그 곳에 맞는 신호가 보내지고 받아들여진다.

그것은 임신가정에게도 비슷하다.

몸이 아기를 받아들여 생리가 멈추는 신호가 보이고, 그 다음은 입덧, 먹덧, 토덧 등 사람마다 다른 신호로 아기가 커가는 몸의 변화를 나타내었다. 그리고 초기 안정기를 지날때즈음부터 나는 한 가지 신호를 애타게 기다려왔다.


태동, 그것은 태동이었다.

엄마는 배 위로 느껴지지 않아도 몸 안에서 아기의 움직임이 느껴지지만, 아빠는 다르다. 엄마도, 아기도 모두 허락해줘야 느낄 수 있는데, 그렇다보니 그 시기도 천차만별이다. 물론 임신주차가 늘어갈수록 태동은 자연스레 늘어 임신 후기에는 엄마가 버거워할 정도이니 언젠가는 보게 될 것이지만, 아마 모든 아빠들이 그때까지 참지 못 하지 않을까. 나 역시 대부분의 누군가가 그러하듯 언제쯤 콩콩이의 신호를 들을 수 있을까 하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배에 귀를 대고 태담도 하고 성경책도 읽고 매일 밤 같이 기도하면서 말이다.


8/21 수요일 밤.

그 날 나는 처음 느꼈다.

토도독

기포가 터지는 소리, 혹자는 소화되거나 속 안 좋은 소리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달랐다. 그 순간의 작은 소리를 듣고자 나는 그렇게 아내의 배에 귀를 대고 시간을 보내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잘 지내고 있다고 알려줘 고마워


8/26 월요일 오후.

첫 태동 이후 지속적으로 들려줄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꽤 오래 공백을 두었다. 물론 그 사이에도 엄마는 끊임없이 콩콩이와 소통 중이었고 그것을 확인할 수 없었던 나만의 외로운 기다림이랄까. 그렇게 한 주가 다 흘러갈 즈음 여느때처럼 배에 귀를 대고 있던 순간이었다.

꾸욱

콩콩이가 생기고 놀랐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 중 수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순간이었다.

여느때처럼 귀를 대고 있는 내게 느껴지는 너의 손바닥, 꾸욱 힘껏 밀어내던 너와의 하이파이브.

놀라 소리치며 아내와 얘기하던 그 순간의 흥분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빠가 반가웠을까,

나는 콩콩이의 그 손이 너무 반가웠단다. 17주라는 어쩌면 조금 이른 시기에 인사해줘서 고마워


그 이후로도 콩콩이는 자주 시그널을 보내주었다. 때로는 꼬로록하는 소리로, 때로는 헤엄치는 소리로, 때로는 손바닥 혹은 발바닥으로 밀어내는 움직임으로 시작된 태동은 임신주차가 길어지며 후기로 갈수록 아주 큰 움직임으로 확장되었다. 정말 작은 생명이, 우주의 점과 같던 그것이 아기가 되어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 태동을 느끼던 시간이었다.


콩콩이의 태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로는 끊임없이 지속되었는데, 실제로 태동의 부재는 정말 위험할 수 있기에 매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리던 시간과 엄마아빠의 마음을 알아준 콩콩이 덕분에 매일이 즐거웠다. (물론 엄마는 날이 갈수록 힘겨워하고 때로는 콩콩이의 힘센 발차기와 밀침으로 아파하기도 하여 지켜보는 아빠도 미안했지만, 아빠는 그 모든 태동이 신기했단다.)

물론 그 시그널이 커져가고 묵직해져가며 아내가 힘들어진 것은 또 다른, 배우자로서의 걱정이었지만 그것은 조금 후의 일이다.


또 하나의 다행인 점은, 임신과정에서 맞이할 수 있는 수 많은 좋은 신호와 나쁜 신호들이 있는데 우리에게는 나쁜 신호가 찾아오지 않았다. 잘 지켜주심에 감사하고, 또 잘 커줌에 감사하고, 또 잘 품어줌에 감사한다.

와야 할 신호가 오고, 오지 말아야 할 신호가 오지 않는 것. 어쩌면 참 기본적인 것들이 감사해진다.


*너가 가끔 아침에 늦잠 자느라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태동을 들려주지도 않고 보여주지도 않은 날이면, 아빠가 엄마에게 시시콜콜 물어보던 것 기억나니

*때로는 너무 깊고 큰 너의 움직임에 아프지만, 감사해하던 엄마의 모습을 너는 알까. 엄마도 누군가의 딸로, 아내로, 직장인으로 익숙하다가 처음 맞이한 것들 투성이었을텐데. 미안함과 고마움은 아빠의 몫이니 콩콩이는 건강하게 잘 커주기만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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